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박상진의 e스토리] GSL 4년 차, 느리지만 발전하는 박진영 해설

Talon 2018. 9. 25. 17:47

2011년 시작된 GSL이 어느덧 8년 차를 맞았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2018년은 스타크래프트2 e스포츠에 큰 변화를 맞은 해였다. 해외 선수들의 경기력이 물오르며 2016 케스파컵에 이어 GSL 대 월드에서 해외 선수 우승자가 나왔고,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으로 채택되어 진에어 그린윙스 조성주가 우승을 차지했다. 조성주는 2018년 GSL 모든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사상 첫 3연속 우승에 성공한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GSL 중계진의 한 축을 담당하는 박진영 해설은 GSL 8년 중 선수로 반, 그리고 해설로 반을 참여했다. 선수로 큰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해설로 자리 잡으며 오직 스타크래프트2만 방송 중이다. 박진영 해설 역시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중계를 맡아 예전보다 성장할 기회를 얻었다고. 중요한 시기에 스타크래프트2 해설로 많은 것을 얻었다는 것.

GSL 해설과 함께 다이어트에도 성공해 예전의 '불곰 해설' 이미지를 어느정도 벗어난 박진영 해설은 자신의 해설 4년 차를 어떻게 맞았고, 어떻게 보냈는지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느리지만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첫 인터뷰에서의 각오를 아직도 기억하고, 여전히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박진영 해설과 추석 전에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해설 4년차에 접어들었는데, 지금까지 어떻게 지내온 거 같나요 
정말 쉼 없이 달려왔죠. 정말 스타크래프트2만 했어요. 메인 프로그램인 GSL과 서브 콘텐츠인 온풍 미디어에 올해 초에는 IEM 평창도 있었고 얼마 전에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도 있었죠. 하나가 끝나면 하나가 또 이어지면서 올해만큼 바빴던 해도 없던 거 같습니다. 프로게이머부터 따지자면 이제 e스포츠 인생으로 10년 차인데 새로운 경험이었죠. 
 

올해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으로 스타크래프트2가 선정되고, 거기서 조성주가 우승하면서 지상파에도 잠시 목소리를 냈죠. 소감이 남다를 거 같습니다 
제가 게임을 빨리 시작한 편은 아니에요. 다른 사람에 비해서 늦게 시작했죠. 그래도 이제 선수 생활을 마치고 슬레이어스-EG 시절 함께 지냈던 (임)요환이 형이 말했던 꿈을 저도 같이 가지고 있었어요.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고, 거기서 한국 선수가 우승하는 일 말이죠. 너무나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중계하게 되니 실감이 안 났어요. 결승이 끝나고 지상파 방송에서 제 목소리를 들으니 정말 뭉클한 기분이었죠. 정말 많은 게 변하고 긍정적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시안게임에서 스타크래프트2가 채택됐다는 걸 듣고는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그리고 한 선수의 편을 들어 중계하는, 이른바 편파방송을 해본 소감도 궁금합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시범 종목이긴 하지만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선보이려고 했다고 봐요. 그중에 한 장르가 RTS인데 지금 리그가 진행되는 게임 중 스타크래프트2가 전세계적으로 선수 풀이 많거든요. 그리고 1대 1 방식이라 선수 선발에 힘든 점도 적었고요. 그래서 당당히 시범종목에 올랐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예선을 통해 스타크래프트2 국가대표로 조성주가 선발됐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당연히 금메달은 확실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떤 모습을 보이는 지가 더 중요한 일이었고, 그 경기를 해설하는 중계진도 조성주가 어떤 생각으로 대회를 치르는지 이야기를 전해줘야 했죠. 국가대표인 조성주를 응원하면서도 조성주가 누구인지, 스타크래프트2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성주가 쓰는 전략이 어떤 전략인지, 스타크래프트2가 어떤 점에서 멋진 게임인지 전달하고 싶어 많이 고민해서 해설했는데 생각만큼 잘 안 됐어요. 그래서 성주한테도 미안하고, 저한테도 아쉬움이 남았죠.

올해 한국에서 진행된 거의 모든 대회를 황영재 해설과 같이 진행하면서 이제 시청자와 팬들에게도 인정받는 스타크래프트2 해설이 됐죠. 그래도 한 종목만 해설하면 아무래도 다른 종목에 대한 욕심이 생길 거 같은데 계속 스타크래프트2만 해설하는 이유가 있나요
첫 인터뷰에서 아마 스타크래프트2를 마지막까지 중계하고 싶은 해설이 되고 싶다고 말했던 게 기억나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그러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사실 지금이 해설 박진영에게 가장 위험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얼마 전까지 다른 방송사에서 해설하던 중계진들도 이제는 없죠. 누군가와 비교하면서 계속 제가 성장해야 하는데 이제는 비교 대상이 없거든요. 발전이 멈추고, 소위 고인물이 되지 않기 위해 요즘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종목 해설도 생각해봤는데, 저는 스타크래프트로 데뷔하고 선수 생활을 한데다가 중간에 코치 생활도 하고 지금은 스타크래프트2 해설을 하죠. 제 전문 분야인데, 누구보다 못한다는 이야기는 듣기 싫어서 더 스타크래프트2에 집중했어요. 다만 이제 다른 종목 해설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저를 성장시키고 싶어요. 오버워치나 배틀그라운드도 나름 준비했고, 실력도 괜찮았는데 저에 대한 자신감이 안 들더라고요. 노력은 남들 이상으로 하는데 FPS 장르에서 요구하는 능력에 재능이 없었어요. 그러니 울렁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고 지금 하는 일에 더 집중하게 되는 촉매제 정도로 삼았죠. 
 

박진영 해설은 자신 본연의 일인 해설과 더불어 간간히 좋은 진행 능력도 보여줬죠. 방송에서 다른 역할을 맡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온풍 미디어에서 진행하는 언랭크드라는 스타크래프트2 대회가 있는데, 제가 진행을 맡고 이동녕 선수가 해설로 참여해요. 그 방송을 다시 보면 저는 그냥 기본적인 틀만 맞춰서 말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옆에 있는 박상현 캐스터가 하는 방식 그대로 하다 보니 방송에서는 '박상현 주니어'라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만큼 상현이 형이 대단하고, 반만 따라가도 잘하는 캐스터가 되겠지만 아직은 부족합니다. 해설은 게임을 설명하고 세세한 부분을 이야기 해주는 역할이지만 캐스터는 분위기를 만들고 상황을 전달해주는 역할이니 서로 다르죠. 아직은 해설로 더 좋은 인정을 받고, 다른 종목으로 영향을 넓히고 싶습니다. 새로운 RTS 게임이 나오면 좋겠고, AOS 장르 게임도 괜찮게 해설할 자신이 있어요.

올해 해설 실력뿐만 아니라 다이어트 성공으로도 주목받았죠. 방송 일을 하면서 다이어트를 병행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큰 결심을 내리게 된 이유가 있다면
한창 체중이 늘었을 때 살아있는 불곰으로 불렸어요. 어떻게 불리든 상관은 없는데 어머니께서 걱정하시더라고요. 살이 찌는 과정을 다 보시면 건강에 안 좋다고도 하시고, 실제로 갑자기 코피를 쏟거나 현기증이 오기도 했죠. 그래서 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리랜서 해설이라 가능했던 거 같아요. 방송이 없는 날 다음 경기 준비를 하고 남는 시간을 만들어 하루에 세 시간 정도씩 운동했거든요. 일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운동을 하니 좋았어요. 땀을 흘리니 스트레스도 풀리더라고요.
사실 운동이라는 게 혼자 하기 정말 힘들어요. 습관이 되면 안 하는 게 더 힘들지만 처음에는 아니거든요. 같이 운동하는 사람 중에 오군택이라는 동생이 있는데, 스포츠모델 대회 2위까지 했던 동생이에요. 제 다이어트를 도와준 만큼 동생의 대회도 도와주고 싶은데 남은 대회 두 개 중 하나는 슈퍼토너먼트와 일정이 겹쳐 못 도와주는 게 정말 미안하더라고요. 나머지 대회 하나는 꼭 도와줘서 다이어트를 성공시켜 준 보답을 하고 싶어요.

이제 군대 문제도 점점 체감될 텐데, 시청자들이 이 부분도 걱정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실제 개인 방송이나 GSL 채팅창을 보면 갑자기 제가 군대에 가는 바람에 사라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많이 해주시죠. 그래도 내년까지 가능할 거 같습니다. 운동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예전에 다친 다리 부분이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근육을 강화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운동에 재미도 붙였고, 최대한 건강하게 있다가 제 의무를 마칠 계획입니다. 
 

그리고 박진영 해설 개인의 미래와 함께 스타크래프트2의 미래도 걱정하는 팬들이 많은데, 이 부분은 어떻게 예상하는지 
스타크래프트2의 가장 큰 문제라면 새로운 선수의 유입이 거의 없다는 거죠. 그래도 리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겁니다. 각종 대회의 상금을 보면 지금 선수들이 활동하는 데 문제가 없는데, 새로운 얼굴이 없다는 점은 조금 걱정됩니다. 그래도 군대를 다녀온 선수들이 속속 복귀하는 걸 보면 계속 스타크래프트2는 이어져 나갈 거 같습니다. 얼마 전 다시 GSL 32강에 도전해 성공한 문성원이나 원이삭도 있고, 군 복무를 마친 윤영서와 최지성도 다시 스타크래프트2 복귀를 준비 중입니다. 그리고 슈퍼토너먼트에서 다시 자신의 복귀를 알린 정명훈도 있죠. 지금 있는 선수들이 만약 입대한다고 해도, 그만큼 다시 스타크래프트2로 돌아오는 선수가 있을 거라 무대 자체가 작아지고 선수들이 없어지는 일은 없을 거로 생각합니다.

얼마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스타크래프트2 종목을 우승한 조성주가 스타크래프트2는 처음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라고도 이야기했죠.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해결책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건 RTS 장르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크래프트가 처음 한국에 소개되었을 때 온라인 대전 게임이 많지 않았고, 경쟁이라는 요소가 사람들을 불태웠죠. 하지만 이제는 게임도 많아지고, 게임 자체의 벽도 높아졌습니다. 아시안게임에서 조성주의 모습을 보고 자신도 하고 싶어 스타크래프트2를 켰다가 바로 포기하시는 분도 있을 거 같은데, 처음부터 래더에 도전하지 말고 일단 협동전으로 게임 자체에 재미를 붙이시면 어느 순간 래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봅니다. 그때 GSL이나 온라인 토너먼트를 보며 선수들의 개인 방송을 통해 어떻게 게임을 풀어나가는지 보면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방송하는 선수와의 소통이나, 기본적인 부분이 궁금하시면 제가 하는 개인 방송에 오셔서 편하게 물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새로 게임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강습회 같은 걸 하는 것도 좋겠지만, 이건 블리자드의 의지가 중요할 거 같네요.

스타크래프트2에서 계속 이어져 오는 화두라면 역시 게임 내 밸런스와 해외 선수들의 경기력입니다. 올해 두 부분에 있어 박진영 해설은 어떻게 보시나요 
먼저 밸런스 부분은 계속 좋아지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피드백을 모아 본사 측에 전달하는 게 제 일이기도 하고, 최근 수집된 피드백을 블리자드에서 빠르게 반영해주고 있죠. 이제 선수들 사이에서 밸런스에 대한 불만은 적은 편입니다. 종족간 유불리가 있지만, 선수들이 노력으로 그걸 극복하는게 또 스타크래프트2 관전 포인트 중 하나죠. 
그리고 해외 선수들의 예전 단점이라면 게임 내에서 심리적인 부분을 녹여내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세랄' 주나 소타타나 '닙' 알렉스 선더라프트 같은 선수들인 한국 선수 못지않게 게임 내에서 심리전을 펼치죠. 그래서 이제 한국에서 열리는 스타크래프트2 대회에서도 외국 선수들이 종종 우승합니다. 그리고 얼마 전 GSL 16강에 올라 파란을 일으킨 '레이너' 리카드로 로미티를 대표로 새로 스타크래프트2를 시작하는 선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2가 정체된 면이 있지만, 그만큼 해외에서 규모가 커지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 거죠. 
 

이러한 해외 선수들의 약진으로 아시안게임을 비롯해 국제대회에서 스타크래프트2가 시범, 혹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개인전 말고 다른 방식의 단체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해외 선수들의 경기력이 올랐다는 것은 분명 스타크래프트2에 호재입니다. 조성주가 한국 대표가 된 순간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의 우승이 확정적이었죠. 하지만 아시아를 벗어나 세계 무대로 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국제 무대에서는 이제 우위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한국과 세계의 수준이 비슷하죠. 경쟁이 필요한 국제무대에서 좋은 조건입니다. 그리고 1대 1 종목 외에도 국가당 종족 1명씩 출전해 3대 3 형식의 단체전도 재미있을 거 같아요. 조금 더 머리를 쓰고 재미있을 부분이 많을 방식이죠. 그리고 스타크래프트2가 올림픽 무대에 오른다면 꼭 중계하고 싶습니다. GSL과 다른 느낌입니다. 올림픽에서 우승한다면 그때는 정말 눈물을 흘릴 거 같네요.
2015년부터 지금까지, GSL 해설을 맡으며 마지막 스타크래프트2 해설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팬과 시청자의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인터뷰를 마치며 팬과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올해 들어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선수들과 이야기 할 때마다 물어보는데, 그들 역시 현장 관중이 는 걸 체감하고 동기부여가 된다고 하죠. 집에서 경기를 봐주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을 방문하고 응원해주시는 게 선수들과 저에게도 큰 힘이 됩니다. 더 많이 와주시고, 더 크게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1년에 한 번 야외 결승을 하는데, 여기도 더 많이 와주셔서 점점 큰 무대에서 여러분과 같이 경기를 보고 즐겼으면 합니다. 
저도 이제 해설 4년 차고, 선수 시절보다 더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해설이 되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던 시기의 인터뷰에서 언제나 느리지만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한 게 기억납니다. 저는 여전히 느리지만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습니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노력할 테니 GSL, 그리고 스타크래프트2에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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