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지 않은 열정과 꺼지지 않은 승부욕 가진 팀의 든든한 맏형
최근 프로리그에서 KT를 상대로 올킬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끈 윤용태.
1988년생 올해 나이 스물여섯, 데뷔 9년 차프로게이머. 웅진 스타즈 소속으로 활동 중인 윤용태는 송병구(삼성전자)와 함께 KeSPA 소속 프로게이머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현역 선수다. 프로게이머라면 누구나 그랬듯,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이하 스타1)에 빠져 게임을 직업으로 삼았고 기업팀에 들어간 뒤에는 팀 내에서 에이스로서 명성을 쌓으며 남부럽지 않은 인기도 누렸다. 하지만 세월은 흘렀고 어느새 20대 후반이 된 윤용태는 지금도 스타크래프트 자유의 날개(이하 스타2)로 자신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뇌제', '전투의 신'이라는 칭송을 받던 시절은 지났을지언정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최근에는 프로리그에 출전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올킬'을 기록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반가운 승전보를 전해준 윤용태를 찾아가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얘기들을 들어보기로 했다.
누구도 예상 못했던 올킬! 윤용태, '살아 있네'
전성기 때도 하지 못했던 올킬을 스타2로 해냈다.
"경기장에 가기 전에 1세트는 꼭 잡자는 생각을 했었어요. 솔직히 올킬은 아예 생각도 안 했죠. 그래서 경기 도중에 팀원들한테 '오늘 올킬하면 내가 회식시켜준다'는 말도 했나 봐요(웃음). 그런데 하다 보니까 손이 풀리면서 점점 더 게임이 잘됐고 상대들이 계속 저한테 말리더라고요. 제가 올킬을 할 거라고 아무도 예상 못 했다는데 사실은 저도 예상 못 했습니다."
사실 윤용태는 물이 한창 올랐던 스타1 시절에도 유독 올킬과는 인연이 없었다. 위너스리그 방식에서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3킬만 4번인가 했다고 하니 이번 올킬이 얼마나 감격스러웠을지 상상이 간다. 또 주변에서는 그런 윤용태의 깜짝 올킬을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스타2로 올킬을 하니까 기분이 색달랐던 것 같고 주위 동생들이 정말 많이 띄워 줬어요. 그 중에서도 가장 듣기 좋았던 말은 역시 '우리 팀 에이스'라는 소리? 예전에 자주 들었을 때는 좋은 줄 몰랐는데 오랜만에 들으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에이스라는 말이."
분명 윤용태의 올킬은 그를 믿고 내보낸 웅진 스타즈의 이재균 감독과 코칭스태프들, 같이 연습해 온 팀 후배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소식이었고, 나아가 다른 팀의 고참 게이머들에게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였다.
스타2, 윤용태에게는 도전의 기회이자 새로운 재미를 준 게임.
'아직도 게임이 재미있다'는 말이 인상적으로 들렸다.
"스타1이 정말 재미있고 좋은 게임이었던 것은 맞지만 지난 시즌 병행은 정말 힘들었어요. 게이머라면 다들 공감할 텐데 두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었죠. 어떻게 보면 다른 게임이잖아요. 그래도 저는 스타1과 스타2가 굉장히 비슷하다고 보는 편이에요. 어떻게 해야 이기는지 접근하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죠. 스타1을 잘했다고 스타2를 꼭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콘트롤이나 전체적인 RTS의 운영이 손에 익은 사람이라면 더 유리하죠. 물론 스타2는 초반에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그에 대한 맞춤형 연습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해요."
스타1때 잘했던 선수가 스타2에서 고전하는 것은 게임 탓도 있겠지만 게임 외적인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할 지도 모른다. 한창 잘했던 프로게이머들도 나이를 먹어 가면서 게임에만 신경쓰기 힘든 환경이 되고 그에 반해 후배들은 늘 치고 올라오기 때문이다. 윤용태에게 직접 슬럼프 극복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분명히 그런 부분이 있죠. 하지만 열정이 있고 연습량만 지켜지면 나이 때문에 못한다는 것은 핑계인 것 같아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 자체가 오래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지만 자기 관리만 잘 한다면 30대 이전까지는 괜찮다고 봐요. 중요한 건 마인드죠. 전 아직도 게임이 재미있어요.
분명 윤용태에게도 굴곡은 있었다. 자신의 표현대로라면 바닥까지 내려간 적도 있단다. 게임에 흥미를 잃고 사는 낙이 없었던 그때를 윤용태는 어떻게 견뎠을까.
"스타1으로 리그를 했을 때도 후반에 성적이 굉장히 안 좋았어요. 팬들도 많이 떠났죠. 그 때가 가장 힘들었고 사는 낙이 없었어요. 방송에 나가도 별로 좋지 않았고 게임 자체에 흥미를 잃어가니 그만둘까도 생각했죠. 어떤 일을 해야 하나 고민도 해보고 그랬는데 갑자기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안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은퇴하기에는 지난 날이 아깝다. 여기서 사라지면 계속 패배자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 그다음부터 스타2가 또 다른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 악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미 스타2를 잘하는 선수들이 워낙 많았고 막막하다 싶었는데 열심히 하다 보니까 스타2도 재미있더군요. 처음에는 빌드도 잘 몰랐다가 경험이 쌓이면서 실력도 늘고 좋아진 거죠." & #160;
1년만 더 하면 '벌써 10년'
윤용태는 후배들에게 뒤쳐지지 않는 연습 태도와 성실성을 가진 선수다.
웅진 선수들과 합숙하며 지도 중인 류원 코치는 윤용태가 팀의 맏형답게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라고 말했다. 성실하기도 하고 기량도 충분히 주전급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지난 시즌에도 윤용태 선수 실력은 지금이랑 비슷했어요. 에이스 역할을 하는 선수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죠. 그래서 에이스결정전에도 나왔었고. 사실 용태는 제가 밤늦게 그만하고 들어가라고 얘기하는 몇 안 되는 선수들 중의 한 명입니다(류원 코치)."
2005년 한빛 스타즈에 입단한 윤용태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9년째 프로게이머로 활동 중이다. 1년만 더 채우면 꼬박 10년이 되는 것. 그렇지만 윤용태의 하루는 지난 2005년에 비해 2013년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바뀐 것은 막내에서 맏형이 됐다는 것. 그리고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이다.
17살에 데뷔해 벌써 9년 차 프로게이머가 됐다고.
"1년만 더하면 10년이라니 정말 안 믿겨요. 밖에 나가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 나이를 물어 보고 할 때는 스물 여섯이라는 게 실감이 나긴 하지만 평소에는 나이를 잊고 살죠. 후배들 덕분에 저도 덩달아 어려지는 것 같아서 좋아요. 합숙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그 묘미를 깨달은 건지 동생들이랑 장난도 치고 하면서 연습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다 풀죠. 저희 애들이 방송에서는 다 가식적이지만 안에서는 다 잘 뛰어 놀고 엄청 재미있어요. 놀 때는 한 명도 빠짐 없이 같이 놀죠. 제가 술을 안 좋아해서 맛있는 거 먹고 수다 떨고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데 쉬는 날에는 보통 그렇게 보내죠."
"2013년도 벌써 1월 중순이라고 하니까 왜 이렇게 빠른가 싶어요. 게이머를 처음 했을 때는 27살 정도까지 하다가 군대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까 지금이 바로 그 때네요. 27살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그 때쯤 되면 게임이 지겨워지지 않을까 싶어서였는데 수정해야겠네요. 지금으로서는 제가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하고 싶어요."
패배가 익숙해지지 않는 게이머
스타1때 쓰던 마우스와 현재 쓰고 있는 마우스를 자랑스럽게 들어 보인 윤용태.
윤용태는 원래 성적에 스트레스가 많은 편이다. 프로리그에서 이길 때마다 '부활의 신호탄'이라는 기사가 떠 슬프다는 윤용태는 '패배에 익숙해 질 때도 됐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늘 그 자리에 있었다는 윤용태는 후배들과의 에이스 경쟁에서 언제나 현재진행형인 그런 '프로'게이머다.
"무한도전을 즐겨 보는데 그 중에서 노홍철의 무한 긍정을 보면서 저도 긍정적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했어요. 처음에는 잘 안 바뀌다가 계속, 끊임 없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니까 그게 정말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올킬을 했기 때문에 부활의 신호탄이 갑자기 또 터졌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주변의 반응과 상관 없이 저는 늘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입니다. 그러니 다음에도 1킬, 2킬 할 거고요. 그럼 또 한 번 올킬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긍정의 힘으로요."
윤용태가 후배들에 비해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 오히려 그 이상의 연습량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게임에 대한 열정이 처음 시작할 때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또 보기와는 달리 윤용태는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한 게이머다. 질 때마다 의욕에 불타오른다는 이 9년 차 프로게이머에게 패배가 익숙해질 날은 앞으로도 오지 않을 것만 같다.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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