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e사람]돌아온 박용운 감독, “팬들과 함께 EG-TL의 기적 만들 것”

Talon 2013. 3. 21. 17:49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들, EG-TL 통해서 펼칠 수 있게 됐다


오랜만에 만난 박용운 감독. 빨간색 바지와 함께 더욱 멋있어진 느낌이다.
박용운 감독이 돌아왔다. SK텔레콤 T1 감독 자리에서 갑작스럽게 물러난 지 약 6개월 만이다. 프로게이머 지망생으로 시작해 코칭스태프의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던 시절 POS를 거쳐 MBC게임까지 전략 코치로서 명성을 떨쳤고, 이후 SK텔레콤 감독에 이르기까지 박 감독의 e스포츠 일대기는 파란만장하고 화려하다.

최고의 팀에서 최고의 감독으로 트로피를 휩쓸며 명성을 얻었지만, 현장을 떠나는 순간 잊혀지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서서히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져 갈 무렵 그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프로리그에 참가 중인 해외 연합팀 EG-TL의 사령탑으로 박용운 감독이 선임됐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

그동안 어디서 뭘 하고 지냈는지, 어떤 각오로 다시 게임단 감독을 맡게 됐는지 들어 보기로 했다.

강영훈 기자(이하 강)=약 6개월 동안 현장을 떠나 있었다. 복귀한 소감이 어떤가.
박용운 감독(이하 박)=명장의 귀환이라는 말이 나와서 조금은 부담스럽다. 하지만 다시 감독이 된 소감을 묻는다면 '즐겁다'고 답하겠다. 다시 선수들을 맡게 된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순간이 아닌가 싶다. 또 EG-TL이라는 팀 자체가 그 동안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즐겁다.

강=하고 싶었던 것들이 뭔지 구체적으로 얘기해 줄 수 있나
박=경기인으로 살아오면서 크게 두 가지를 지향해 왔다. 가장 첫 번째는 성적이고, 두 번째는 e스포츠를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다. 물론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엔터테인먼트는 위험하다. EG-TL은 그 두 가지를 병행할 수 있는 팀이라고 본다. EG-TL은 타겟팅 자체가 국내에 국한된 팀이 아니다. 그래서 욕심이 난다. 오래전부터 생각해 놓은 것은 많지만 일단 성적을 내야 하기 때문에 차차 보여 드리겠다.

강=그렇게 구체적이지 않은 것 같은데 선수와 관련된 아이디어인가
박=당연하다. 예전에는 프로게이머 중에도 스타일리스트들이 참 많았다. 하지만 점차 게임 플레이가 정형화되면서 예전처럼 임요환 같은 대스타가 나오는 것은 힘들어졌다. 그것을 해결할 방법, 혹은 보완할 방법을 나름 구상하고 있다. 구단주와 감독의 뜻이 맞아야 가능하다.

LOL팀이 아닌 스타2 팀을 택한 박용운 감독. 그는 원래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지망생이었다.
강=EG팀 감독을 맡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박=SK텔레콤 사무국에서는 LOL 팀 감독으로 복귀하라는 얘기가 있었다. 쉬는 동안 해외에 나가 있었는데 거기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LOL로 복귀하는 것이 맞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졌고, 내 결론은 스타2였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e스포츠 쪽 글로벌 비즈니스에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어느 날 프로리그를 보고 있으니까 갑자기 마음이 동하더라. 속에서 뭔가가 불끈불끈 솟는 느낌이었다. & #160; SK텔레콤 오경식 사무총장님과 상의한 끝에 LOL보다는 스타2 감독을 맡고 싶다고 했고 최종결정을 내리게 됐다.

강=요즘 LOL의 인기는 엄청나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나.
박=LOL이라는 게임은 매우 매력적이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와 같은 RTS장르와는 시스템이 많이 다르다. 내가 가진 역량으로 도전해볼 만한 분야이긴 한데 개인적으로 스타2보다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또 스타2를 더 잘할 자신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용운 감독은 쉬는 동안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떠났었다. SK텔레콤에서도 개인 영어 과외를 받는 등 영어에 목말라 했던 박 감독은 거의 8~9년 만에 자유시간을 받아 '지금이 기회다'라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해외로 떠났다고.

오랜만이었지만 마치 하루 이틀 만에 다시 만난 것처럼 편하게 대해준 박용운 감독.
필리핀에서 주말을 제외하고는 아침 8시부터 밤 11시~12시까지 영어 공부만 했다고 하니 무척 힘들었을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해외 팀을 맡게 됐으니 좋은 선택이 된 셈이다. 박 감독은 떠났을 때가 연말이어서 한국에 계속 있었다면 대부분 술자리로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며 필리핀에 다녀오길 잘했다고 뿌듯해했다. 인터뷰를 위해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내비게이션 언어설정을 영어로 해놓은 박용운 감독은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시작했다는 트위터도 영어로만 작성하고 있다.

강=EG-TL은 현재 프로리그 최하위다. 살릴 수 있나
박=단순히 연패를 끊고 승수를 늘리는 정도인지 아니면 포스트시즌까지 가야 살아남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하다. EG-TL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려면 남은 21경기 중 14경기를 이겨야만 한다. 지금 1위 팀인 웅진이 보여준 승률 정도를 내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조금만 어정쩡하게 했다가는 못한다. 수치상으로는 어렵지만, 선수들을 봤을 때는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내가 열심히 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겠지만 난 운이 굉장히 좋은 사람이다. 마치 나의 복귀 시점에 맞춰 군단의 심장을 출시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공백기간을 가진 사이 내가 게임에 대한 감을 잃지는 않았을까 우려하기도 했는데 최근 6개월 동안 내가 쫓아가지 못할 트렌드의 변화는 없더라. 우리 팀의 순위가 낮은 것 뿐이고 다른 팀 코칭스태프와 동일하게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 #160;

이제동과 송현덕, 박진영 등 박 감독과 새롭게 호흡을 맞추게 될 EG-TL 선수들.
강=선수들 얘기를 해보자면 무엇보다 이제동과 박용운의 조합이 기대된다. 명장으로 이름을 날릴 당시에도 이제동은 감독으로서 탐나는 선수였을 것이다.
박=이제동은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선수다. 와서 직접 만나보니 역시 탑 클래스의 선수들은 공통점이 있구나 싶었다. 연습하는 습관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제동 외에도 박진영이나 송현덕, 최정민, 김동현 등등 선수들이 모두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다.

강=훌륭한 선수들이라.
박=자동차에 비유하고 싶다. 최고 시속이 300km까지 나가는 자동차가 있다고 치자. 차의 성능이 좋아도 달릴 수 있는 길이 없으면 제 속도를 내지 못한다. 논두렁이나 진흙길에서 얼마나 속력을 낼 수 있겠나. EG-TL은 차는 좋다. 마음껏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가 없었을 뿐이다. 지금까지 100km로 달렸다면 이제 300km로 달릴 수 있게 해주고 싶다.

강=선수들은 달릴 준비가 되어 있나
박=처음에 선수들을 만나기 전에 아무래도 해외 팀에 소속된 선수들이다 보니 자유분방한 스타일을 고집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만나 보니 그렇지 않더라.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선수들이 체계적인 시스템을 원하고 요구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그에 맞는 시스템을 던져 준 상태고, 다들 잘 소화하고 있다.

강=시스템이라고 하면 내부 랭킹전이나 DB 구축 등을 말하는 건가? 감독 생활을 오래 했으니 그런 부분에서 노하우가 많이 있을 것 같다.
박=감히 최고라고 자부한다. EG의 구단주도 굉장히 디테일 하다면서 굉장히 놀라워했다. 좋은 시스템만 만들면 나중에 그 자체로 경쟁력이 생긴다.

현재 프로리그에서 최하위로 떨어진 EG-TL, 박 감독의 코칭은 기적을 만들 수 있을까.
강=구체적인 목표는 어떻게 잡았나
박=선수들과 얘기한 목표는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목표를 높게 잡은 이유는 선수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좋은 코칭은 감독이 아닌 팬들에 의한 것이다. & #160; 같이 가주는 팬들이 없으면 EG-TL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번에 고무적이었던 건 EG에서 발표한 이후 해외 팬들의 반응이 정말 좋았기 때문이다. 외국 팬들은 선수들에게만 관심이 있고 코칭스태프에 대해서는 크게 인식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정말 뜨거웠다. EG-TL을 맡길 잘했고, 정말 열심히 할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 특히 'EG-TL 순위가 계속 떨어져서 경기를 보는 것도 싫었는데 다시 봐야겠다'라며 기대해주시는 팬들을 생각하면 열심히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응원해 주시는 만큼 보여 드릴 테니 같이 기적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용운 감독은 SK텔레콤에 있을 때도 항상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팀을 운영해왔다고 한다. SK텔레콤이 계속 우승하고 최고의 자리에 서면, 또 다른 팀으로 가서 똑같은 작업을 하고 싶다는 계획은 사실 광안리 우승 전부터 박 감독이 먼저 꺼냈던 얘기다. 어쨌든 변화는 예상보다 빨리 왔고, 이제 그는 EG-TL이라는 다소 특수한 환경의 팀을 맡게 됐다. 예전부터 항상 출근길이면 선수들과 함께 광안리 무대에 서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는 그는 이제 EG-TL 선수들과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상상을 하며 매일 집을 나선다. EG-TL이 얼만큼 빨리, 그리고 멀리 뻗어 나갈 수 있을지 e스포츠 감독 박용운의 도전은 다시 시작됐다.

-출처 : 포모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