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란트

[김형근의 넓고 얕은 지e식] 팬만 '노잼' e스포츠 NFT, 높아진 변화의 목소리

Talon 2022. 7. 12. 13:40

한 때 e스포츠 분야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라 여겨졌던 블록체인 관련 각종 사업들이 어느 순간부터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 사업의 미래에 많은 관심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와 올 1분기만 해도 다양한 사업이 전개됐고 특히 북미와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다수의 구단들이 블록체인을 주요 기술로 사용하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웹 3.0’ 시대 전환을 빠르게 맞이할 것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이중 대표적인 분야로 손꼽혔던 대체 불가능 토큰(NFT)의 경우 팀과 선수들을 주제로 한 이미지나 비디오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소장품으로써 높은 가치를 발휘할 것이라 팀들은 자신했다.

 

그러나 1분기부터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한 가상자산과 자본 시장이 서서히 침체될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던 것이 2분기에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그 여파가 본격적으로 체감되기 시작하며 e스포츠 업계에서도 이와 관련된 사업들은 소식을 듣기 어려워졌다. 특히 비트코인의 급격한 하락세로 인해 서구권 시장에서는 가치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으며, 독자적 코인을 근본으로 하는 아시아 시장의 경우 각종 사고가 이어지며 보안 및 안정성, 그리고 실용성 문제가 거부감을 느끼게 했다.

 

이에 어느 순간부터 후원과 관련된 새로운 계약 소식이 뜸해지기 시작했으며, NFT 등의 사업을 전개한다던 업체들은 실무 진행에 대한 부분을 잠시 미뤄두기 시작했다. 간혹 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실질적인 상품화를 염두에 두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러한 분위기는 한 때 e스포츠 관련 배포 보도자료의 절반 이상이 NFT 등 블록체인 관련 협력 또는 베팅 관련 협력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던 북미에서 어느 순간 해당 주제의 보도 자료들이 줄어들었음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가장 큰 소식 중 하나였던 페이즈 클랜의 우회상장 건 역시 한동안 역풍을 맞기도 했다.

페이즈 클랜은 상반기 중 비라일리 프린서펄 150 머저와의 합병으로 우회 상장을 추진하며 기존 팀 운영과 함께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및 블록체인 기반의 ‘웹 3.0’ 관련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세계 레슬링 엔터테인먼트(WWE)의 스테파니 맥맨 임시 CEO, 힙합 뮤지션 스눕 독, 애틀랜타 이스포츠 벤처의 폴 해밀턴 창업자 겸 CEO 등이 참여한 새로운 이사회를 발표했다. 그러나 페이즈 클랜이 주장했던 수익의 불확실성 및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의 부족이 드러남에 따라 합병 서류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주주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그나마 수정된 합병 서류가 미국 증권 거래 위원회로부터 효력이 발효되며 미국 시간으로 오는 15일 주주총회를 개최해 합병 승인 여부를 투표에 붙이기로 했다. 하지만 페이즈 클랜 역시 차세대 먹거리와 관련된 중요 포인트로 ‘웹 3,0’에 큰 무게를 두고 있었던 만큼 합병이 승인되어 우회상장이 완료되더라도 계획했던 대로 관련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e스포츠 시장에서의 블록체인 관련 사업이 기대 이상의 관심을 모으지 못한 이유로 NFT를 사용한 상품의 완성도가 떨어져 해당 상품이 다수 출시된 북미 및 유럽 등 서구권 시장의 e스포츠 팬들이 이를 구매해야 할 이유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었다. 현재까지 출시됐던 제품들 중에는 특정 팀의 유니폼이나 디지털 장신구, 픽셀 그래픽 캐릭터 디자인 등 시각적으로 표시되는 제품들이 대부분인데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의 종류가 적고 팬들의 눈높이를 맞춰주기에는 상품의 수준도 훌륭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닌자스 인 파자마스는 CS:GO 팀의 세계대회 진출을 기념해 한정판 디지털 유니폼을 판매한 적이 있으며 센티널즈는 발로란트 마스터스 우승을 기념해 선수들의 모습이 담긴 디지털 큐브를 공개했다. 프나틱은 팀의 커뮤니티 회원들에게 유, 무료 등급의 팬 멤버십 자격을 판매하며 NFT 콘텐츠를 이용할 권리를 부여했으며, G2 e스포츠는 팀의 콘셉트인 사무라이를 주제로 한 이미지가 담긴 NFT 팬클럽 회원권을 선보인 뒤, 다른 업체와도 NFT 콘텐츠를 제작해 판매하려다 문제가 발생하자 해당 업체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NFT 상품 판매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는데, 해당 제품 발매 소식을 접했던 팬들은 “팀이 NFT 상품을 판매하며 구매자가 소유권을 임대받는 형식이 아닌,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정작 그 상품과 상품으로 인해 주어지는 혜택을 사용할 곳을 찾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구매자는 자신이 비싸게 구입한 상품을 직접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길 원하지만 NFT는 그러한 욕구보다는 소유권에 대한 이야기만 반복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판매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선수보다는 팀을 중심으로 팬 층이 집결하는 서구권 e스포츠 문화에 있어 NFT 제품으로 판매할 수 있는 종류가 극도로 줄어들게 된다는 점 역시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반면 아직 본격적으로 관련 사업이 전개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의 e스포츠 시장의 경우 블록체인 관련 사업이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e스포츠 시장이 단순히 팀에 대한 충성심뿐만 아니라 스타 선수의 존재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팀과 선수가 분리되어 상품화되고 상품의 퀄리티를 높이는 동시에 활용 방안이 보편적이 된다면 NFT를 시작으로 블록체인 사업이 천천히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자생 능력이 부족한 현재의 e스포츠 시장에서 희망의 불씨를 보여줬던 블록체인 사업은 이전까지의 목소리만 높았던 ‘거래 기반’의 기업 주도의 일방적인 전개가 아닌, ‘소유 기반’으로 아래서부터 자리를 잡아 팬들에게 구입 명분을 제공하며 차근차근 그 종류를 넓혀간다면 하나의 콘텐츠 사업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지금까지의 NFT 등 블록체인 열풍은 기업이 손쉽게 돈을 벌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으며 팬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기만에 가까웠던 것이 사실이다.”고 이야기한 뒤 “팬들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어떻게 팬들에게 구매 이유를 제시하고 팬으로서 자부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을 더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결국 누군가의 눈먼 돈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라고 꼬집었다.

 

-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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