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박상진의 e스토리] 리그 오브 레전드와 e스포츠, 새 콘텐츠보다 기본적인 버그 수정에 충실할 때

Talon 2022. 7. 15. 00:10

13일 서울 롤파크에서 진행된 '2022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T1 대 한화생명e스포츠의 경기에서 두 차례 연속으로 경기가 중단됐다. 결국 경기는 풀세트 끝에 2대 1 T1의 승리로 끝났지만, 이날 발생한 사건들은 앞으로의 e스포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함을 알렸다.

사건을 간단히 재구성해보면, 이날 2세트에서는 먼저 T1의 바텀 라이너인 '구마유시' 이민형의 룬 버그가 시작이었다. 경기 시작 4분 9초 후 이민형은 시스템 오류로 자신이 경기 전 세팅한 룬과 실제 인게임에서 적용된 룬이 상이함을 발견하고 퍼즈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 버그는 기록 게임 - 경기 시작 2분 내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 미니언 처치, 기술 사용, 상호 간의 조우가 일어난 순간 경기는 결과에 상관없이 기록에 남는다 -으로 인정된 이후 재경기를 진행할 수 없는 이슈에 판단되어 경기가 속행됐다. 특히 LCK는 이번 이민형이 제기한 버그 문제는 크로노 브레이크로 돌린다고 해도 수정할 수 없는 이슈이기에 경기를 속행했다고 밝혔고, 공교롭게도 2세트 경기는 한화생명의 승리로 끝났다.

 

3세트에서도 인게임 이슈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T1 '오너' 문현준이 사용한 신 짜오 챔피언에서 강타 버그가 발생한 것. 기존 강타는 기술 재사용 대기 시간(쿨타임)이 75초였지만, 이 게임에서는 버그로 쿨타임이 15초로 적용된 일이었다. LCK의 설명에 따르면 한화생명 정글 '온플릭' 김장겸이 이러한 이슈를 발견하고 인게임 채팅 내에서 의문을 표시했고, 이를 인지한 한화생명 코치스태프가 심판진에 이에 대한 정황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심판실에서는 보고 상황에 대해 검토하던 중 문현준 역시 문제점을 인지하고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판진은 자의적인 퍼즈가 경기 내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실제 영상을 확인하는 시간을 거쳐 버그 발견 후 자체 퍼즈를 진행했다.

하루에 두 번이나 퍼즈가 발생하고 이슈화 된 가장 큰 이유는 인게임 버그다. 버그는 프로그램 개발 중 발생하는 의도치 않은 오류로 게임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과거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시절 저그 종족의 일꾼인 드론이 렐리 포인트 지정으로 본진인 해처리 건설을 예약한 이후 이를 취소한 해당 드론이 죽으면 프로그램이 비정상 종료되는 이른바 '해처리 버그'가 있었고, 이 외에도 게임이나 일반 프로그렘에서도 이러한 버그는 흔하게 발견된다. 게임사는 출시 전 QA 과정을 거쳐 이러한 상황을 최대한 방지하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버그를 모두 잡기는 쉽지 않다.
 


문제는 e스포츠 경기 현장에서 같은 버그가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2세트 이민형이 겪은 룬 관련 버그는 리그 오브 레전드 초창기부터 인지된 문제다. 리그 오브 레전드 로비 클라이언트와 게임 클라이언트가 분리되고, 로비 클라이언트에서 게임 클라이언트로 정보를 전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되는 이 룬 버그는 10년도 전인 2011년 한 커뮤니티에서 진행한 대회 결승에서도 발생해 이슈가 됐다. 

나진 e엠파이어의 전신인 EDG와 CJ 엔투스의 전신인 MIG가 대결한 이 대회 결승 3세트에서 한 선수가 경기가 시작된 후 자신의 룬이 적용되지 않았음을 인지하고 경기 재시작을 요청했지만 이미 경기는 첫 미니언이 등장한 이후였고, 결국 장기간의 논의 끝에 운영진이 3세트 EDG 승리를 선언하며 김이 빠져버린 채 끝난 대회였다. 당시 큰 관심을 끌었던 이 대회를 흐지부지 끝내버린 룬 버그는 10년이 지난 2022년에도 여전히 발생 중이다.

 

강타 버그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인 2021년 월드 챔피언십 젠지 e스포츠 대 팀 리퀴드의 경기에서도 발생했던 전적이 있다. 당시 자르반을 선택해 경기 중이었던 젠지 e스포츠 '클리드' 김태민에게 발생했던 이 버그는 결국 크로노 브레이크 기능으로 해결해 경기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버그는 수정되지 않았고, 전날 벌어진 경기에서 재발하며 경기의 흐름을 끊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초창기 챔피언은 17명이었지만, 곧 출시 예정인 '닐라'까지 이제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161명의 챔피언이 등장한다. 새로운 챔피언이 등장하고 이들 챔피언은 점점 복잡한 매커니즘을 가지며, 복잡한 매커니즘은 버그 발생 확률을 올린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사일러스. 상대 궁극기를 뺏어 사용하는 매커니즘으로 구성된 사일러스의 궁극기는 온갖 버그를 유발했고, 첫 등장 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경기 내에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게임 내 수익을 위해 새로운 챔피언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로 환영할만한 일이다. 문제는 기존의 버그 수정은 되지 않은 채 새로운 챔피언이 계속 등장하는 것. 룬 버그는 게임 출시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져오고 있고, 강타 버그 역시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월드 챔피언십에서 발생한 버그임에도 지금까지 수정되지 않고 있다가 결국 논란을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라이엇 게임즈는 크로노 브레이크를 도입했지만, 결국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되지 못했다.

일반 게임 내에서도 버그 발생 및 사용은 밸런스를 무너뜨리고 게임의 흥미를 반감시킨다. 결국 스노우 볼을 막기 위해서는 빠른 수정이 필요한 것. 하물며 공정과 페어플레이가 기반이 되는 e스포츠 대회에서 반복해 발생하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특히 게임에 있어 e스포츠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경기 흐름을 끊을 수 있는 버그 수정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올해 경기 내내 흐름을 끊었던 챔피언 스왑 버그 역시 그 맥락을 같이한다. 이러한 흐름의 단절은 선수와 관중, 그리고 시청자의 집중을 방해하며 결과적으로 경기 자체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장애물이다. 특히 새로운 IT 기술의 쇼케이스 무대로 각광받는 e스포츠 무대에서 발생하는 버그는 콘텐츠가 가진 특색을 빛바래게 한다.

 

경기가 중단되고 중계진의 입담으로 이러한 시간을 채우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지만, 가장 좋은 것은 모두가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가장 흥행하는 e스포츠 종목인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고, 버그로 인한 판정 이슈가 끊이지 않는 것은 결국 e스포츠 자체에 좋지 않은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 룬 버그는 최초 발생 후 10년이 지났고, 강타 버그는 발견 후 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으며 경기의 흐름을 끊고 있다. 출시 10년이 지난 리그 오브 레전드가 더욱 롱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새로운 콘텐츠 도입보다 버그 해결을 통한 기반 다지기가 필요한 시기인 이유다.

 

- 출처 : 포모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