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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제이홉 동참, 노르웨이산 고등어 답례품도...고향사랑기부제 한달 명암

Talon 2023. 1. 31. 12:30

2023.01.30.

'셀럽' 기부 행렬…"흥행 성공" 평가


올해 1월 첫발을 뗀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한 달을 맞았다. 정치인·연예인·스포츠 선수 등 유명인의 기부 행렬이 이어지면서 '일단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지자체마다 모금액이 천차만별인 데다 아직까지 답례품을 정하지 못한 지역도 적지 않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30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출향민을 비롯해 유명 가수와 배우, 스포츠 스타 등 이른바 '셀럽(유명 인사)'들이 고향사랑기부제에 동참하고 있다.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본명 정호석)은 지난 2일 아버지를 통해 고향사랑기부금 500만원을 고향인 광주광역시 북구에 기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선수는 지난 4일(영국 현지 시각) '고향사랑 e음' 사이트를 통해 고향 강원도 춘천시에 500만원을 기부했다.

전·현직 대통령도 기부 동참


배우 이문식씨도 지난 19일 고향인 전북 순창군에 500만원을 기탁했다. "힘들 때 고향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면서다. 트로트 가수 진성씨와 김태연양도 고향인 전북 부안군에 잇따라 500만원씩 쾌척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일 고향 충북 음성군 1호 기부자가 됐다. 걸그룹 '러블리즈'  이미주씨도 고향인 충북 옥천군에 500만원을 후원했다.

전·현직 대통령도 고향사랑기부제 정착에 힘을 보탰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 균형 발전 의지를 담아 서울시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에 각 30만원씩 모두 480만원을 기부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고향 거제시에 500만원을 기부했다.

"세액 공제 2년 유예" 기재부 황당 실수…"법 개정" 수습


2021년 제정된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1인당 연간 500만원 한도 내에서 본인 주소지 외 고향 또는 지자체에 기부하면 세액 공제 혜택을 받는 제도다. 지자체는 기부 금액 30% 내에서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줄 수 있다. 시·군·구 기초자치단체는 물론 특별시·광역시·도(道) 등 광역자치단체도 기부 대상이다.

고향사랑기부제로 재정 확충을 노리던 지자체는 최근 복병을 만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가 올해부터 시행하려던 세액 공제를 2025년까지 미루는 것으로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하면서다.

논란이 일자 기재부는 "당초 올해 시행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을 2년 유예하는 과정에서 법 시행 시기를 규정한 부칙이 일부 맞물리면서 세법상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이 2년 밀리는 실수가 발생했다"며 "법을 다시 개정해 올해 기부자가 모두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방침"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구미·김제 "영호남 화합" 상호 기부


기재부의 황당한 실수에도 기부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자치단체 간 상호 교차 기부도 늘고 있다. 우범기 전주시장과 유희태 완주군수는 지난 18일 상대 지자체에 각각 50만원씩 내놨다. 전북 지역 같은 생활권인 전주·완주가 50보씩 상생 발전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기부금 납입 장소도 두 지역 지명이 포함된 NH농협은행 전주완주시군지부로 결정했다.

동서 화합을 위해 상호 기부에 동참한 영호남 도시도 있다. 1998년 자매결연을 맺은 경북 구미시와 전북 김제시가 대표적이다. 김장호 구미시장과 정성주 김제시장은 30일 각각 NH농협은행 구미시청출장소점과 NH농협은행 김제시청출장소를 각각 방문해 두 도시에 300만원씩 기부했다. 구미시는 "기부금 300만원은 호남 출신 공무원과 간부 공무원 등 30명이 모았다"라고 했다.

모금액 천차만별… 함안군 1000만원, 고창군 6000만원


행안부 지침에 따라 지자체별 모금 실적은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에 따라 모금액 편차가 크다는 게 중론이다.

경남 함안군은 지난 26일 기준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모금한 액수가 100건, 1000만원에 그쳤다. 반면 전북 고창군은 제도 시행 3주 만에 6000만원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제도 초기 지자체 간 과열 경쟁으로 특산품이 많은 지자체나 유명 도시에 기부금이 쏠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농어촌 지역 지자체는 기부자에게 답례품으로 줄 특산품이 넘치는 반면 별다른 특산품이 없는 수도권이나 대도시는 눈길을 끌 만한 답례품이 드물어서다. 실제 인천시와 10개 구·군이 지난 24일까지 모금한 기부금은 260여 건, 2900만원에 그쳤다.

울산시 등 도시 지역 지자체는 기부금 모금에 불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출향민 중심으로 고향 기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원주민보다 외부 유입 인구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답례품 차별화 경쟁… 의령군, 추석 벌초 대행 서비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은 고향사랑기부금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답례품 다양화·차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 혜택을 중시하는 소액 기부자들은 답례품을 보고 기부할 지자체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서다.

충북 보은군은 법주사 템플스테이 숙박권과 속리산 스카이바이크 이용권 등을 답례품으로 내걸었다. 경남 의령군은 오는 7월부터 추석 전까지 답례품으로 벌초 대행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전북도는 군산 박대, 남원 추어탕, 김제 누룽지, 전주 한옥마을 숙박권 등 14개 시·군이 검증한 특산품과 서비스 21개 품목을 답례품으로 선정했다. 황철호 전북도 자치행정국장은 "시행 초기여서 고향사랑기부제 성과를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며 "단순한 지역 특산품이 아니라 기부자에게 감동을 주고 전북 관광 등 N차 소비가 일어날 수 있는 답례품을 만들려고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답례품을 정하지 못한 지자체도 적지 않다. 부산에선 아직 서구와 부산진구가 답례품을 선정하지 못했다.

일부는 고향사랑기부제 취지에 맞지 않게 수입산을 답례품으로 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시는 전국 고등어 80% 이상을 유통하는데도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답례품으로 정해 빈축을 샀다.

"비수도권 모금 유리한 제도 보완 필요"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에 놓인 비수도권 지자체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황철호 국장은 "현재는 규모가 큰 지자체가 모금액도 클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대도시와 중소 도시,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똑같은 기준에 의해 모금하고 있다"며 "'고향에 대한 기부 문화를 조성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당초 취지에 맞게 비수도권 등 재정력이 약한 지자체가 기부금을 더 모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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