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가 5-5로 팽팽히 맞선 6회 말 1사 1·3루. KIA 포수 김태군(35)이 삼성 다섯 번째 투수 임창민의 5구째 포크볼을 힘껏 받아쳤다. 크게 튀어 오른 타구가 천천히 삼성 유격수 이재현 앞으로 향했다. 3루 주자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여유 있게 홈을 밟는 사이, 1루 주자 변우혁도 2루에 안착했다. KIA의 통합 우승을 확정 짓는 결승 타점이 그렇게 김태군의 배트로 만들어졌다.
정규시즌 우승팀 KIA는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7-5로 이겨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통산 12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KIA의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은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올해로 12번째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KIA의 '불패 신화'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는 기자단 투표에서 총 99표 중 46표(46.5%)를 얻은 김선빈이 선정됐다. 김선빈은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0.588(17타수 10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4차전 만루홈런과 5차전 결승 타점의 주인공인 김태군은 김선빈보다 1표 적은 45표(45.5%)를 얻었다.
김태군은 올해로 세 번째 한국시리즈를 경험했다. 하지만 사실상 두 번째 무대나 다름없었다. 2016년 NC 다이노스 소속으로 처음 한국시리즈에 출전했는데 당시 성적은 10타수 1안타였다. 타선에선 존재감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2020년 다시 NC의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당시 주전 포수였던 양의지(현 두산 베어스)에 밀려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하고 더그아웃만 지켰다.
그로부터 4년 뒤인 올해, 김태군은 KIA의 주전 포수로 이적 후 첫 한국시리즈에 나섰다. 그는 "프로에 와서 군복무까지 마친 뒤에도 한동안 '백업 포수'로 불렸다. 그 꼬리표를 떼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이번엔 꼭 '주전'을 넘어 '우승 포수'라는 타이틀을 얻고 싶다"라고 했다. 그는 그 희망을 올해 가을 마침내 이뤘다. 심지어 스스로 승리의 주역이 돼 마음껏 그라운드를 누볐다. 4년 전 NC에서 받은 우승 반지와 올해 KIA에서 끼게 된 우승 반지는 그에게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김태군은 원정지 대구에서 열린 4차전부터 확실한 존재감을 뽐냈다. 3-0으로 앞선 3회 2사 만루에서 좌월 그랜드슬램을 때려 승리를 가져왔다. 데뷔 후 정규시즌에도 한 번도 치지 못한 만루홈런을 한국시리즈라는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터트렸다.
한국시리즈 만루홈런은 역대 5번째이자 2017년 이범호 현 KIA 감독 이후 7년 만에 나온 기록이었다. 김태군의 포스트시즌 개인 첫 홈런이기도 했다.
우승까지 1승만을 남겨둔 5차전에서도 김태군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고 끝내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내야안타를 만들어냈다. 무사히 1루에 도착한 김태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활짝 웃었다. 그리고 더그아웃의 동료들을 향해 또 한 번 포효했다.
삼성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특히 삼성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는 1회 초와 3회 초 연속으로 2점 홈런을 터트려 KIA 에이스 양현종(2와 3분의 2이닝 5실점)을 무너트렸다. 지난 15일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 이어 또다시 연타석 아치를 그려 역대 최초로 단일 포스트시즌에서 두 차례 연타석 홈런을 기록한 타자가 됐다. 또 올가을 홈런 수를 5개로 늘려 류중일(1991년) 이승엽(1999년·이상 4개) 등 내로라하는 타자들을 넘어 역대 삼성 선수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썼다.
그러나 삼성은 끝내 줄부상으로 인한 전력 공백을 이겨내지 못했다. 외국인 투수 코너 시볼드가 빠지고 구자욱, 강민호 등 주축 타자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정규시즌 우승팀 KIA의 기세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통산 11번째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아쉽게 한해를 마감했다.
-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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