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중반부터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은 제작 소식부터 많은 게이머들에게 이목이 집중됐다. 지금까지 게임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영화는 대부분 상업적인 성공과 비평적인 성공을 거둔 작품이 없었으며 원작 팬과 영화 팬 모두의 실망 속에 사라져간 작품들이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이런 선례가 한동안 지속돼 '워크래프트'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일에는 아무래도 걱정이 앞설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원작과 함께 자라온 '워크래프트'의 오랜 팬에게는 기대감 역시 존재했기에 이번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던 작품으로 비춰진다.
지난 7일 국내 시사회를 통해 만날 수 있었던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은 결국 기대와 우려의 공존에서 아쉬움을 낳았다. 몇몇 눈요기에 좋은 장면들과 팬들을 위한 서비스 역시 존재하지만 영화적 설계는 많은 점에서 엉성하다.
▲같은 오크라도 녹색과 갈색이 있는 이유는 다들 알고 있지?
기본적으로 영화에서는 많은 설명을 하지 않는다. 애초에 왜 오크가 자신들의 고향에서 아제로스를 침공하는지 그리고 아제로스에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이 정도는 알고 있잖아?"라는 뉘앙스를 보인다. 여기에 매끄럽지 못한 편집은 스토리 이해를 더욱 방해한다.
이런 문제가 시종일관 영화의 몰입에 방해하며 등장 인물들에 대한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지 못했다. 등장인물들은 원작 속에서 일어난 사건을 재현하는 장치로만 활용돼 쉽사리 감정이 이입되지 않는다.
*여기서부터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인과관계였다. 영화 후반 듀로탄은 흑마법을 사용하는 굴단에게 힘으로 대적할 수는 없는 상황을 깨닫고 자신의 희생을 통해 동포들의 눈을 띄우고자 오크족의 신성한 대결인 '막고라'를 이용 한다. 그의 의도대로 순수한 힘이 아닌 흑마법의 힘을 이용해 듀로탄에게 승리한 굴단은 전통을 중시하는 오크족에게 있어 수치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듀로탄의 희생을 통해 그의 전우 오그림 둠해머는 오크족의 수치라는 점을 굴단에게 지적하며 다른 오크들에게 지지를 얻는다. 하지만 다음 장면에서는 굴단의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인간들을 공격하는 오크들의 모습이 등장해, 듀로탄의 결투가 무슨 결과를 낳았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이후 안두인 로서와 블랙핸드가 벌인 '막고라'에서는 오크들이 굴단의 명령을 거부하고승리한 안두인 로서를 순수하게 보내주는 모습을 보여 의아함을 낳는다.
▲가장 불필요했던 안두인 로서와 가로나의 관계
이 외에도 인간과 오크 종족을 오가는 하프오크 가로나는 어느 세계에서든 속할 곳이 없는 자신의 고민에 대해 매끄럽게 설명하지 못해 캐릭터의 매력을 전하지 못한다. 더불어 안두인 로서와의 뜬금 없는 로맨스는 영화 전개에 있어 불필요하게 느껴진다.
그나마 마법사 카드가는 우려와 달리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으며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 깊은 캐릭터로 활약했다.
결국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은 놀랍게 느껴지는 부분보다 아쉬운 부분이 더욱 잘 느껴지는 영화다. 사실적인 오크들의 모습과 마법 연출은 꽤나 인상 깊게 느껴지지만 엉성한 스토리텔링과 편집은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오히려 '워크래프트'가 가진 방대한 세계관과 인물들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직접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플레이 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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