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우승의 가운데에는 올해부터 모습을 드러낸 '유칼' 손우현이 있었다. 손우현은 지난 3월 1일 콩두 몬스터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른 kt 롤스터의 미드 라이너다. 연습생 시절부터 높은 솔로 랭크 순위로 이름을 알렸고 그 경기력을 실전에서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혜성처럼 등장한 특급 신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라성 같은 유명 선수들이 양 옆에 있음에도 주눅들지 않는 경기력과 화끈한 입담으로 kt와 팬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보물로 자리매김한 손우현. 휴식 기간 동안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는 그와 올해 롤챔스와 오는 10일부터 펼쳐질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2013년 롤챔스 서머 결승을 봤을 당시 내 티어가 다이아몬드 5였다. 그 때 '페이커' 이상혁과 '류' 류상욱이 미드에서 맞붙는데 이상혁의 플레이를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말 멋져보였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프로가 되겠다고 마음 먹었다. 하지만 내가 공부를 정말 안 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95점 이상 점수를 내지 않으면 게임을 못 하게 할 것이라 하셨다. 난 게임을 하겠단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한 달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마지막 시험 때 전교 5등을 했다. 아버지는 프로게이머의 미래가 불안하다는 이유로 반대하셨다. 난 그 전까진 살면서 가족에게 뭘 바란 적이 없었지만 기회를 놓치면 나중에 정말 큰 후회를 할 것 같아서 포기하지 않고 가족을 설득해서 연습생이 될 수 있었다.
kt의 연습생으로 약 10개월이란 시간을 보냈다. 내로라 하는 슈퍼 스타들이 모여있는 kt인데 바로 곁에서 선수들을 보니 어떤 생각이었나
연습생으로 팀에 들어갔을 때 나는 언젠가 선수들과 경기를 뛸 것이라고 생각했다. 높은 위상을 가진 선수들이고 배울 것도 정말 많았다. 함께 어울려 지내면서 스폰지처럼 다 빨아들였다. 나의 프로 생활은 연습생 때부터라는 마음가짐으로 연습했기 때문에 실전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던 것 같다.
본격적인 팀게임은 처음이라 호흡을 맞추는 데 고생을 했을 것 같다. 누가 많이 도움을 줬는지
처음에는 정말 호흡이 안 맞아서 나랑 했을 때 이긴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나는 내게 문제점이 있으면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부탁했고 다들 필요한 의견들을 내줘서 빨리 팀워크를 다질 수 있었다.
난 창피함을 잘 모르는 스타일이다.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에게 더 재밌게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 물론 프로 선수로서 1순위는 실력이지만 그런 포즈를 한다고 해서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 재미까지 챙기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폰' 허원석 대신 콩두전에 선발로 나섰다. 롤드컵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의 자리를 대신한다는 부담감은 없었나
열심히 하는 사람에겐 기회가 주어지는 법이고 그 기회가 드디어 왔다고 생각했다. 내게 주어진 기회를 잘 살리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했다. 부담감은 크게 느끼지 않았다.
스프링 플레이오프에서 패배 후 SNS 프로필 사진을 '코돈성불'이란 말과 함께 롤드컵 우승 전까지 휴식이 없을 것이며 어기면 은퇴하겠다고 적힌 포스트잇 사진으로 바뀌었다. 당시 어떤 각오였는가
스프링 때 경기 내외적으로 배운 것이 정말 많았다. 그것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질 수 있기 때문에 결승까지 페이스를 이끌 각오로 적었다.
물론 답답하지만 그럴 시간에 게임 한 판이라도 더 하려고 했다. 아버지가 쓰신 글도 봤고 경기 직접 보러오셔서 응원해주시는 것도 정말 감사하다. 잘 하고 있으니 아들로서 아버지 당신의 삶에 조금 더 신경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롤챔스 서머에서 우승을 함으로써 롤드컵 1번 시드까지 가져갔다. 어떤 기분이었는지
스프링 때 못한 우승을 서머 때 한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롤드컵이라는 큰 무대에 앞서서 우승했기 때문에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고 1번 시드라는 점이 자랑스럽다. 올해 데뷔한 신인 선수가 롤드컵에 간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모두와 동등한 프로게이머로서 롤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본격적으로 롤드컵 이야기를 해보자. kt 롤스터가 속한 C조에 팀 리퀴드와 매드 팀이 있다
매드 팀도 생각보다 변수가 있는 팀이라 위협적이지만 이길 수 있다. 팀 리퀴드는 북미팀이 굉장히 공격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랑 하면 굉장히 재밌는 경기 양상이 펼쳐질 것 같다.
아프리카가 있는 A조와 젠지가 있는 B조에 대한 생각은
A조는 플래시 울브즈와 아프리카의 경기도 재밌을 것 같다. 두 팀이 맞붙으면 일방적인 경기가 펼쳐질 것 같은데 아프리카가 좀 더 이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가장 재밌어 보이는 팀은 젠지가 있는 B조다. RNG와 젠지가 서로 경기 스타일이 정반대라서 창과 방패의 대결이 될 것 같다.
이번 롤드컵에서 제일 만나고 싶은 선수와 제일 위협적인 선수를 각각 말해보자면
제일 만나고 싶은 선수는 인빅터스 게이밍에 있는 '루키' 송의진이다. 리프트 라이벌즈 때도 만났지만 단판제에서 만나는 것과 다전제는 다르기 때문에 또 겨뤄보고 싶다. 송의진은 뒤가 없는 플레이 스타일이 매력적이라 보는 사람도 재밌다. 나도 그런 스타일이라서 정말 좋아하는 선수다. 위협적인 선수는 프나틱 '캡스' 라스무스 윈터다. 팀 게임도 굉장히 잘 하고 미드 교전을 자세히 봤을 때 굉장히 뛰어난 능력을 가진 선수라고 생각한다.
롤드컵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보나
다들 자신감에 차있고 기량도 끝까지 끌어올릴 것이기 때문에 한국 내전만 뚫으면 우승까지 문제 없을 것 같다. 한국 내전만 뚫으면 우승할 확률은 80%라고 보고 있다. 다만 젠지는 롤드컵 시즌만 되면 뚫기 힘들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젠지가 꼭 B조 1위를 차지해 8강 한국 내전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전에 목표로 '스코어' 고동빈을 '성불' 시키겠다고 말하는 등 '유칼' 손우현이 프로게이머로서 가진 목표는 잘 보이지 않았다. 어떤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은가
새로 e스포츠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행을 베풀고 싶다.
굉장히 이타적이란 성격이라는 느낌을 받고 있다
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부정적으로 보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내 자신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에게 마음을 써줄 여력이 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팀원들, 그리고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가족과 연락을 하고 있지 않다. 이렇게 노력 하는 만큼 우승하면 좋겠다. 꼭 우승하고 쉬는 기간 동안 가족들에게 더욱 잘 해주고 싶다. 함께 하는 팀원들은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형들이라 떨진 않겠지만 만약에 경기가 좀 말리더라도 날 믿고 플레이 하시면 될 것 같다. 가진 모든 것을 불태워 올해 마지막 무대인 롤드컵을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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