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첫 걸음 뗀 소감과 2019시즌 전망
스파이더맨의 놀라움은 아슬아슬한 스릴에서 비롯된다. 촌각을 다투는 위기 대응이 매 순간 감탄을 자아낸다. 관객들이 피터 파커를 ‘히어로’라 부르는 이유는 조마조마한 외줄타기 속에서 확실한 결과를 도출하는, 높은 승률의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타잔’이란 닉네임으로 소환사의 협곡에서 줄을 타는 이승용도 어메이징한 히어로다. 올 여름 ‘타잔’의 퍼포먼스는 대단했다.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시즌 18전 13승 5패, 41세트 28승 13패, KDA 6.51, 킬 관여율 77% 등 정글러 기준 주요 지표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이승용은 협곡을 조망하는 탁월한 운영능력으로 단 한 시즌만에 최고의 정글러로 우뚝 섰다. 올해 여름에 그리핀을 상대한 팀들이 확실하게 학습한 한 가지는 ‘트런들’을 열어줘선 안 된다는 거다. 트런들을 12회 탑승한 이승용은 12전 전승 KDA 15.14의 경이로운 성적을 거뒀다. 트런들은 무색무취 챔피언의 전형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일단 이승용이 손에 쥐면 파괴력이 달라졌다. 소위 ‘길막용’으로 여겨지는 ‘얼음기둥’은 강력한 6초 군중제어기가 되고, ‘얼음 왕국’ ‘깨물기’ ‘진압’ ‘헌납’ 등은 극강 어그로기인 ‘아슬아슬한 생존’의 근간이 된다.
이승용은 직전 시즌 솔로랭크 1위에 오르며 개인 기량면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그를 만나 LCK 첫 시즌을 소화한 소감과 내년을 준비하는 각오를 들었다.
-올 여름 LCK 첫 시즌을 소화했다. 소감이 어떤가.
“아무래도 아쉬움이 있다. 못해서 2등을 했다. 만족하지 못하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본다.”
-올해 서머 스플릿에서 결승에 오르며 사상 첫 ‘로얄로더(첫 본선 무대에서 우승)’에 도전했는데 아쉽게 2대 3으로 패했다. 특히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었던 4세트에서 역전패 당했다.
“실수가 많았고, 저희가 못했기에 졌다고 생각한다. 안일했던 게 컸다. 4세트 초반 라인전을 강하게 하면서 유리한 상황이 되니깐 신나는 분위기가 됐다. 그 경기만 이기면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실수가 나오며 역전 당하고 말았다.
긴장의 문제는 아니었다. 오히려 큰 무대에 대한 기대감, 새로움에 대한 즐거움이 있었다. 우리들이 침착하지 못한 문제였던 것 같다. 아쉬움이 남지만 우리가 한 플레이의 결과이기에 받아들여야 한다.”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지역 선발전에서 패하며 국제 무대를 밟지 못했다. 이후 한국이 아쉬운 성적을 냈는데.
“우리 팀이 저 무대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 특히 한타에서 ‘우리가 저 상황이었으면 이기지 않았을까’ 같은 농담을 팀원들과 했다. 물론 상상이었을 뿐이다. 우리가 져서 못 올라갔기 때문에 롤드컵 경기를 가지고 훈수를 둘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타 팀 감독, 선수들이 LCK 최고의 정글러로 ‘타잔’을 이야기한다.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한다. 저는 한 시즌밖에 안 했다. 여러 시즌을 더 소화하고 나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본다. 아직 보여드릴 게 많다. 더 못할 수도 있고 잘할 수도 있다. 다음 시즌을 지켜봐야 된다.”
-업계에선 차기 시즌 ‘투톱’으로 SKT와 그리핀을 꼽는다.
“이번 이적 시장을 봤을 때 SKT는 2년 전 kt의 슈퍼팀 같은 느낌이다. 저희 팀은 시즌 중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다가 마지막에 휘청거렸다. 이런 이유로 그런 평가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결과는 시즌에 들어가 봐야 알 것 같다. 저희 말고도 좋은 팀들이 많다. 직접 부딪혀봐야 한다. 어느 팀이든 강팀이 될 수 있다.”
-차기 시즌 준비는 잘 되고 있는지.
“해외 워크숍을 다녀온 지 얼마 안 됐다. 아직 완벽히 호흡을 맞추지 못했다. 그러나 즐겁게 연습하고 있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2020년까지 다년 계약을 맺었다. 그 배경을 얘기해줄 수 있나.
“끈끈한 신뢰가 가장 컸던 것 같다. 다들 잘했기 때문에, 이대로 계속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저희는 LCK에 올라온 것보다 더 큰 무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더 결속을 다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최근 ‘스틸에잇’에 팀이 인수됐다. 바뀐 점이 있나.
“(인수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당장 실감은 안 되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 저희는 연습이 가장 중요하다. 연습을 더 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솔로랭크 1, 3위에 올랐다. 승률이 70%에 육박해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는데.
“단 한 판도 지기 싫다는 마음으로 열정적으로 했다. 승률에 만족하지 않고, 패배하면 다음 판은 무조건 이기자는 생각으로 했다. 게임 내에서 실수를 한 번이라도 하면 ‘이번 판은 져도 마땅하다’고 돌아봤다. 실수 없는 게임을 하려고 했고, 그런 게 종합적으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솔로랭크 잘 하는 비결을 독자들에게 공유해줄 수 있나.
“메타에 좋은 챔피언이 늘 있다. 그런 챔피언은 게임을 이기기 좋으니깐 계속 나오고, 유지가 된다. 챔피언 폭이 좁으면 메타를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메타를 따라가는 게 중요하다.
조금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솔로랭크를 많이 하고 실수를 줄이면 티어가 올라간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라는 말과 비슷하지만 이게 사실이다.”
-프리시즌이 진행 중이다. 바뀌는 점들이 본인과 팀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 보는가.
“엄청나게 큰 변화는 아닌 것 같다. 지난해에는 룬 특성이 크게 개편되면서 메타가 확 바뀌었다. 이번에는 룬이 그대로고 포탑과 미니언에 영향이 있었다. 메타는 거의 그대로 갈 것 같다. 팀 플레이에도 크게 영향을 주진 않을 것 같다.”
-타워 대미지가 매우 강력해졌다. 정글러 입장에서 타워 다이브를 재는 방식이 달라졌을텐데.
“옛날에는 조금 무리이다 싶어도 컨트롤로 극복할 수 있다 싶으면 타워 다이브를 했다. 그러나 지금은 각이 나오더라도 고민을 더 하게 된다. 타워 대미지를 감안해서 정말로 들어갈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큰 손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타워가 엄청 강해졌다.”
-타잔에게 트런들이란?
“트런들은 막 유행을 탈 때에서야 처음 연습한 챔피언이다. 1대1도 강력하고 한타에서도 궁극기(진압)를 탱커에게 쓰면 1인분을 해서 좋다는 생각을 했다. 솔로랭크에서 트런들이 고평가 받지 않았지만 팀전에선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다. 기둥의 경우 계속 사용하다 보니 감을 금방 익혔다. 감이 정말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플레이를 보면서 많이 보고 배웠다. 데이터가 적립되면서 잘 쓰게 된 것 같다.”
-타잔에게 킨드레드란?
“킨드레드… 제가 대회에서 3전 3패를 했다. 두 판은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고 생각한다. 사실 저는 들어가는 챔피언을 좋아하기 때문에 (킨드레드는) 제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이길 수 있는 판을 못 이겼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챔피언이 더 안 맞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나중에 메타에 따라 더 연습해서 꺼낼 가능성이 있다.”
-LCK에서 특별히 눈여겨 보고 있는 정글러가 있는가.
“제가 볼 때 다 잘하는 정글러다.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다보니 누가 더 잘한다고 얘기할 수 없는 것 같다. 미묘한 차이가 있다.”
-마지막으로 목표와 각오를 말해달라.
“좋은 성적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 연습이 답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할 생각이다. 지금은 어느 팀이든 목표가 1등이다. 스프링 시즌이기 때문에 누구든 상위권이 될 수 있다. 저희 역시 방심하지 않고 1위를 목표로 최선을 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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