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비 사건'은 그동안 프로게이머들이 겪었던 수많은 부조리한 케이스 중 그나마 잘 끝난 경우에 속한다. 하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는 서진혁보다 더 지독한 계약 조건으로 선수 커리어를 끝내야 했던 '톰' 임재현 같은 경우가 있었고, '관행'이란 이름으로 선수들의 열정을 착취하던 행위가 다른 종목에도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LoL과 오버워치 선수로 활동하던 '루나' 장경호가 이런 경우였다. 무급으로 경기를 뛰었을 뿐만 아니라 로스터 마감 후 갑작스런 방출 통보로 인해 새로운 팀을 알아볼 수도 없었다. 자신 몫의 계약서를 감독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해 법적 대응조차 하지 못했다. 장경호는 LoL 프로 생활을 한 선수로서, 그리고 팀의 주장으로서 자신과 동료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감독에게 개선해달라는 요청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e스포츠 시청률과 규모가 가장 큰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카나비 사건' 같은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는데 규모가 작은 종목들은 어떨까. 장경호는 인터뷰에서 "카나비 사건 같은 경우가 굉장히 많다"라고 말했고, 실제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정황도 파악되고 있다. 이들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e스포츠 선수는 법적으로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팀과 계약한다. 하지만 e스포츠 선수들은 법을 잘 모르는 미성년 혹은 사회 초년생인 경우가 많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선 희생해야 한다는 타인의 강압에 넘어가기 쉽다. 선수들이 잘못된 계약을 강요받거나 최소한의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착취 당하는 일은 절대로 있어선 안 된다.
'카나비 사건'을 끝으로 선수들의 처우에 대한 관심이 식어서는 안 된다. 제 2의 서진혁, 제 2의 장경호가 나오지 않기 위해선 한국 e스포츠를 전체적으로 점검하고 그동안 관행처럼 행해진 불공정 계약 및 부조리한 처우라는 곪은 상처를 도려내야 한다.
선수들의 꿈과 열정을 착취해 단기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기형적인 구조를 가진 생태계는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다. 올바른 시장이 형성되도록 한국의 e스포츠의 현주소를 확인해야 한다. 이런 노력마저 따라주지 않는다면 'e스포츠 종주국 한국'란 말도 결국 껍데기에 불과하다. 라이엇 게임즈 뿐만 아니라 타 종목사들도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먼저 나서서 선수들의 처우를 점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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