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4.
영화 그리고 여자
넘어진 자신을 일으키는 법
<죽도 서핑 다이어리>는 초저예산 독립영화다. 그런 이유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부분도 있고, 전문 배우와 일반인 출연진의 조합이 위화감을 줄 때도 있다. 내용은 별 갈등 없이 느리게 전개된다. 소소한 일상을 담은 에세이 같기도 하고, 대체로 큰 야심 없이 만든 영화라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이 영화가 <그대 안의 블루>(1992), <시월애>(2000), <푸른소금>(2011)을 연출하며 '탐미적 스타일리스트'라 불린 이현승 감독의 최근작이라 생각하면 그 느슨함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주인공 '수정(전혜빈 분)'은 양양 죽도 해변에서 혼자 캠핑을 한다. 그러다 인근 서핑숍의 제안으로 매장 정리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가게 사람들은 수정에게 서핑을 해보라 권하고 가르쳐도 보지만 수정은 의욕이 없다. 물이 무섭다며 잔뜩 얼어붙은 그에게 누군가 말한다. "일어서려고 하지 말고 파도를 느껴. 물고기는 일어서려고 하지 않아." "파도가 오면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파도를 잡아." 그건 서핑뿐 아니라 수정의 인생에도 꼭 필요한 조언이었다. 그는 서울에서 감정 노동자로 일하다 크게 상처받고 무작정 양양으로 떠나온 상태였다.
영화는 과거의 파도를 놓아버리고 새 파도를 맞이하기 위해, 더 잘 일어서기 위해, 넘어지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가져야 할 태도를 서핑에 빗대어 말한다. 조금은 가벼워져도 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인생에서는 흘려보내야 할 순간도 있고 기다림도 필요하다, 생각의 함정에 빠지지 마라, 타인은 지옥이지만 구원이기도 하다…. 이런 메시지는 대사 대신 자유로운 에너지를 지닌 인물들의 일상을 통해 드러난다. 인위적 미장센으로 화면을 꽉 채우기보다 넓은 앵글로 담담하게 풍경을 포착하고, 거의 즉흥으로 보일 만큼 리얼한 생활 연기를 전시하는 연출 자체가 메시지와 잘 어우러진다. 어떤 예술 장르든 창작자가 힘을 뺐을 때 수용자가 받는 편안함이 있는데, 그게 극대화된 영화다. 어쨌든 영화가 촌스럽고 구질구질하지 않다면 그건 배우 전혜빈 덕분이다.
전혜빈은 훌륭한 배우다. 특별히 눈에 띄는 나쁜 습관도 없고 상황과 캐릭터에 자기 에너지를 맞추는 세련된 연기를 한다. 전혜빈 특유의 쿨한 이미지는 내성적인 이방인 수정에게 마땅히 필요한 독립된 오라를 부여하는 데 효과적으로 쓰인다. 직설하면 전혜빈이 외모로나 연기로나 이 영화에서 '세련미'를 담당했다는 소리다. 기성 배우들의 다른 쓰임을 발견하는 건 독립영화의 또 다른 기쁨이다.
나는 서핑 명소인 발리에 산다. 몸매 좋은 힙스터들이 낮에는 비키니를 입고 서핑하다가 밤이면 술 마시고 파티 하면서 몇 달씩 눌러사는 곳이다. 그에 반해 소위 '장판'이라 불리는 잔잔한 바다를 보면서 파도를 기다리는 날이 더 많고, 어쩌다 파도가 치면 추워도 놓치기 싫으니 풀보디 웨트슈트를 입고 서핑하는 영화 속 서퍼들의 모습이 애잔하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여의치 않은 이때, 그나마 죽도의 서핑 문화도 부동산 투기와 상도덕 붕괴로 위협받는다는 극 중 설정이 더욱 안타깝다. 혹시 가까운 시기 국내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이 작품을 보고 다양한 지역 문화를 지키기 위해 이방인들이 지녀야 할 태도를 고민해보는 것도 좋겠다.
글 이숙명(영화 칼럼니스트)
<반도>
연상호 감독의 신작으로 <부산행> 이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렸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열 작품으로 강동원, 이정현, 김민재 등이 출연한다. 7월 중 개봉 예정
<테넷>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한 첩보요원들의 고군분투를 그렸다. <인셉션>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이번에도 주특기인 '시간'을 다룬다. 존 데이비드 워싱턴, 로버트 패틴슨 등이 출연한다. 7월 중 개봉 예정
<불량한 가족>
음악만이 유일한 친구였던 '유리'가 우연히 '다혜'의 특별한 패밀리를 만나 성장을 이루는 이야기다. 걸그룹 '에이핑크' 리더 박초롱의 스크린 첫 주연작이며 박원상, 도지한, 김다예 등이 호흡을 맞춘다. 7월 중 개봉 예정
<소리꾼>
소리꾼들의 희로애락을 조선팔도의 풍광명미와 아름다운 가락으로 빚어냈다. 임권택 감독의 명작 <서편제>(1993) 이후 27년 만에 제작된 판소리 영화다. 이봉근, 이유리, 김하연, 박철민, 김동완 등이 출연한다. 7월 1일 개봉
TV
KBS <그놈이 그놈이다>
그놈이 그놈이기에 '비혼주의자'가 된 한 여자가 어느 날 상반된 매력을 가진 두 남자로부터 직진 대시를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다. 황정음은 극 중 비혼을 외쳤으나 갑자기 두 남자의 사랑을 받게 된 '서현주' 역을 맡았다. 윤현민은 한서윤이 근무하는 선우제약의 대표이사 '황지우' 역을, 서지훈은 인기 웹툰 작가 '박도겸' 역을 맡았다. 치명적인 남자와 싱그러운 남자의 각기 다른 매력 발산도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 그동안 <김과장> <추리의 여왕 시즌2> 등 인기작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최윤석 PD와 이은영 작가가 의기투합해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7월 6일 첫 방송
tvN <서울촌놈>
이승기와 차태현이, 게스트가 살아온 동네를 함께 체험하는 로컬 버라이어티다. 방영 전부터 장혁, 이시언, 쌈디, 유노윤호 등 초호화 게스트들이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은다. 게스트가 직접 꼽은 장소에서 추억을 공유하며 벌어지는 소소한 웃음이 관전 포인트. KBS <1박2일> 유호진 PD가 연출을 맡았으며 시즌1은 12부작으로 확정됐다. 7월 12일 첫 방송
JTBC <우아한 친구들>
JTBC가 또 한 번 미스터리하고 흥미로운 중년의 이야기를 다룬다. <우아한 친구들>은 갑작스러운 친구의 죽음으로 평화로운 일상에 균열이 생긴 20년 지기 친구들과 그 부부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인생 하프타임에 접어든 이들에게 찾아온 변화와 균열을 그릴 예정. <뷰티 인사이드> <내성적인 보스> 등을 연출한 송현욱 PD와 박효연·김경선 작가가 호흡을 맞췄다. 7월 10일 첫 방송
OCN <트레인>
살인사건이 있던 밤, 순간의 선택으로 갈라진 두 세계에서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연쇄살인에 개입하게 된 형사의 '평행 세계 미스터리'를 다룬다. 윤시윤은 극 중 엘리트 경찰 '서도역' 역을 맡아 아버지의 죄를 대신 갚고자 하는 A세계 서도원과 아버지의 죄로 인해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B세계 서도원으로 '1인 2역' 연기 변신에 도전했다. 7월 중 방영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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