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즈

[이주의 가수] 러블리즈가 확 달라졌네? 이 얼마나 기다렸던 당당함인가

Talon 2020. 9. 5. 11:34

2020.09.05.

그룹명처럼 데뷔 초부터 러블리한 콘셉트로 사랑받았던 러블리즈가 확 달라졌다. 이제 더 이상 혼자 하는 사랑에 아파하는 가냘픈 소녀들이 아니다. 과감하고 강렬하고, 당당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러블리즈의 변신이 반갑다.

지난 1일 러블리즈(베이비소울, 유지애, 서지수, 이미주, 케이, 진, 류수정, 정예인)는 미니 7집 ‘언포게터블(UNFORGETTABL)’을 발표했다. 지난해 5월 발표한 미니 6집 이후 1년 4개월 만의 컴백이다. 타이틀곡 ‘오블리비아테(Obliviate)’는 나쁜 기억을 지워주는 주문으로, 아픈 사랑을 지우려 하는 애절한 감성을 담은 댄스곡이다.

러블리즈는 스스로를 “흑화했다”고 표현할 정도로 그간 보여줬던 순정만화 이미지를 벗겨냈다. ‘짝사랑 전문 걸그룹’으로 불렸던 이들은 ‘널 사랑하는 거 그만할래 / 너를 지울래 내 기억 속에서 / 후회 없이 난 기억 속 널 삼킨다’ ‘끊어낼게 이제 안녕 / 너로 채웠던 지난날 / 영원히 널 모두 잊는다’(오블리비아테)라고 말하며 사랑에 단호한 여자로 확 달라졌다. 특히 멤버 류수정이 데뷔 후 처음으로 러블리즈 타이틀곡 작사에 참여한 뒤 맞은 변화라 그 의미를 더한다.

전체적인 곡의 분위기와 앨범 콘셉트도 러블리즈의 변화가 한눈에 보인다. 주로 서정적인 멜로디에 청아한 목소리로 소녀 분위기를 추구하던 것과 다르게, 웅장하고 강렬한 사운드에 힘을 뺀 매혹적인 목소리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앞서 멤버들이 다 함께 있는 앨범 재킷에서 항상 미소를 지으며 가지런하게 다리를 모아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시크한 눈빛의 멤버들이 당당한 포즈로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러블리즈의 변화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데뷔 7년 차가 될 때까지 줄곧 한 가지 콘셉트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청순 콘셉트로 데뷔 초부터 3년간 윤상을 주축으로 한 프로듀싱팀 원피스(1Piece)와 함께 작업해왔다. 러블리즈를 알린 ‘아츄(Ah-Choo)’ ‘데스티니(Destiny)’ ‘지금, 우리’는 원피스가 프로듀싱한 곡이다. 이 곡들 모두 짝사랑을 하는 소녀의 아련한 마음을 표현했다. 사랑을 쟁취하기보다는 상대방의 대답을 기다리면서 가슴앓이 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별 후의 모습을 담은 미니 4집 타이틀곡 ‘그날의 너’(2018)는 지금의 러블리즈와 가장 극명하게 대비된다. ‘그날의 너’와 ‘오블리비아테’는 실연 후 마법의 주문을 외운다는 점에서 공통되지만, ‘그날의 너’는 ‘코끝에선 화 입안에선 후 / 때론 달콤하게 때론 시큰하게 / 시린 기억 화 모두 모아 후 / 아른 기억 그날의 네가 내 안에 머물러요’라고 이별을 받아들이고 아픔을 혼자 삭히는 것을 아름답게 표현했다. 멜로디 역시 가사의 내용과 다르게 경쾌하고 발랄하다.

반면 ‘오블리비아테’는 ‘기억이 가시처럼 돋아나 / 스스로 난 둘러싸여 찔려가 / 모든 걸 놓지 못하고 / 계속 끌어안는 나 / 더 깊어지지 않게 구해줘/ 계속 다쳐가는 걸 / 잘 알면서도 저려 오도록 / 널 사랑하는 거 그만할래’라고 이별의 아픔에 직면, 상처받은 감정을 표현하는데 거침없다. ‘오블리아테’에서 이별 후 냉정해진 모습은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어느덧 데뷔 7년 차. 많은 아이돌 그룹은 더 이상 보여줄 것 없는, 해체와 유지의 기로에서 갈팡질팡하는 시기다. 러블리즈는 변화의 순간에서 선배 그룹 에이핑크처럼 대변신을 시도했다. 걸그룹 대표 ‘청순 콘셉트’를 유지했던 에이핑크는 8년 차에 처음 ‘1도 없어’를 통해 도회적 이미지로 변신하며 장수 걸그룹으로 거듭났다. 후배인 오마이걸도 데뷔 6년차에 ‘살짝 설렜어’를 통해 당찬 모습으로 음원차트 올킬을 달성하기도 했다. 러블리즈 역시 새로운 앨범을 통해 많이 고민하고 세세하게 노력한 모습이 눈에 띈다.

러블리즈는 지난해 출연한 Mnet 걸그룹 경연 프로그램 ‘퀸덤’에서 청순 콘셉트를 버리고 파격 변신을 도모한 바 있다. 그러나 워낙 청순 이미지가 강했던 팀이라 갑작스러운 변화에 일부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자신들의 히트곡 ‘아츄’를 섹시 버전으로 편곡하거나, 카리스마 콘셉트의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식스센스(Sixth Sense)’를 커버한 무대는 극명하게 의견이 나뉘었다.

‘퀸덤’ 이후 발표한 류수정의 솔로 앨범 역시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파격적인 모습을 담았다. 류수정은 지난 5월 발표한 ‘타이거 아이즈(Tiger Eyes)’에서 파란 탈색 머리, 화려한 의상,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으로 섹시한 이미지를 앞서 선보였다. 러블리즈가 향후 청순 콘셉트뿐만 아니라 다른 스타일의 음악도 소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새로운 도전을 예고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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