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6.
술에 취해 인사불성 된 모습 속된 말로 ‘꽐라’가 됐지만 그런데도 “더 마시자, 적시자”며 과음(過飮)을 향한 열정을 불태운다.
티빙의 효자 콘텐트가 된 ‘술꾼 도시 여자들’에는 술을 너~무 사랑하는 세 명의 여성 주당이 나와 OTT를 술 냄새로 진동케 했다.
극 중 여고 선생님에서 종이접기 유튜버가 된 강지구를 연기한 정은지는 시리즈의 인기 비결을 묻는 말에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소주를 가리키며 “이것(술) 아니었을까요”라고 말했다.
‘술꾼 도시 여자들’은 하루 끝의 술 한잔이 인생의 신념인 동갑내기 세 여자의 일상을 그린 12부작 시리즈다. 정은지가 맡은 강지구는 세상에는 관심 없는 듯, 무심한 듯 보이지만 속정 깊은 캐릭터였다.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로 어떤 생각이든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툭툭 내뱉는 쿨함에 시청자들은 호응했다.
정은지 역시 강지구의 무표정한 얼굴에 끌렸다고. 정은지는 “대본을 읽으면서 내가 어떤 표정으로 대사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나를 웃으면서 노래하는 모습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너는 웃어야 예뻐’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런 내가 무표정으로 평소 같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을 때 어떻게 비칠지 궁금했다”라고 말했다.
강지구의 찰진 욕설 연기는 공개 후 SNS에서 한동안 화제였다. 거리낌 없이, 아무렇지 않게, 속사포처럼 욕설을 내뱉고, 감정이 상하면 길거리에서 절친과 싸움도 불사했다. 길거리 한복판에서 소리를 빽빽 질러대고, 덩치 큰 남자와 몸싸움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터부시됐던 흡연 장면도 능숙하게 소화했다.
거침없는 강지구의 모습은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사며 사랑을 받았다. 정은지는 “이런 게 OTT의 장점 같다면서 ”시원시원하게 험한 말을 하는 장면이 가려지는 것 없이 오픈됐다. 방송에서는 ‘삐’ 처리가 되니까 오히려 나쁜 것처럼 보이는데, OTT라서 느낌이 산 부분이 있다 “고 설명했다.
극 중 강지구가 가장 강해질 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술’과 두 친구 안소희(이선빈 분), 한지연(한선화)과 함께했을 때였다. 술 한 잔에 세상 모든 근심을 털어냈고, 두 친구와 함께라면 두려운 것도 없었다.
친구와 있을 때는 한껏 유쾌하지만 세상과는 마치 담을 쌓은 듯 문을 닫았다. 이는 과거 고등학교 선생님 시절 제자의 자살 사건에 충격을 받고 나서부터다. 안소희와 한지연도 각자의 아픔을 지니고 있지만,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줬다. 정은지는 “드라마에는 심리적으로 안정된 사람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더 현실적인 것 같다”라고 했다.
강지구에게 안소희와 한지연은 어떤 친구였을까. 정은지는 “지구를 세상 밖으로 꺼내주고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존재”라고 말했다. 실제 이선빈, 한선화와의 호흡은 어땠는지 묻자 “비슷한 또래이다 보니 현장에서 노력 없이도 자연스러웠다. ‘응답하라’ 때는 어렸을 적 친구이긴 하나 러브라인이 있었는데 ‘술꾼 도시 여자들’은 세 명의 여자 친구들끼리 있다는 것 자체가 특별했다”라고 강조했다.
이 드라마에는 매회 맛있는 안주를 곁들인 술이 등장했다. 시청자 댓글에는 ‘술꾼도시여자들’을 보며 한잔하는 이들의 인증도 많았다. 세 사람에 만취한 상태로 편의점에 가서 소주 반 병만 팔라고 떼를 쓰는 ‘민폐’ 신은 잊을 수 없는 명장면 중 하나였다.
정은지는 “대본을 보면서 ‘왜 이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상인 장면들도 많았다. 그런데도 다들 예뻐해 주신 이유가 ‘나도 한 번쯤은 저랬을 수 있겠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라며 웃었다.
정은지는 “술이라는 게 마시면 솔직해지는 것 같고 그래서 대화가 필요할 때 찾게 되는 것 같다. 보통 한국 사람들은 슬플 때도, 마음이 아플 때도 참고 술로 달래는 편이다 보니 드라마를 보면서 공통점을 많이 찾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필름이 끊기는 극 중 모습처럼 실제 주량도 센 편인지 묻자 “컨디션이 좋을 때는 소주 4명까지도 마신다”고 언급했다가 “이건 컨디션이 좋을 때고 보통 때는 1병, 1병 반 정도다. 하하하”라며 크게 웃었다.
걸그룹 에이핑크로 데뷔한 정은지는 가수부터 뮤지컬, 라디오 DJ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무엇보다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다면서 큰 인기를 얻었던 ‘응답하라 1997’ 이후 작품을 선택할 때 부담감이 따랐다고 고백했다. 정은지는 “내가 뭘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계속 없었다. ‘술꾼 도시 여자들’은 그냥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나니 역시 할까, 말까 고민할 때는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선택이 나쁘지 않았음을 기뻐했다.
- 출처 :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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