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기자수첩]역시 택신! 데뷔 9년 차 게이머의 값진 승리

Talon 2013. 5. 13. 17:24

하루 2승으로 팬들을 기쁘게 해준 '택신' 김택용.

경기 스트레이트를 올리자마자 댓글이 순식간에 주르륵 달린다. 대부분 'ㅇㅅㅌㅅ'이라는 자음으로 이뤄진 간단한 댓글이지만 팬들의 벅찬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감동적이라는 말로도 조금은 부족한 듯했다. 요새 그 어느 저그보다 잘한다고 정평이 나 있는 신노열(삼성전자)을 잡아낸 김택용의 경기는 감동 이상의 것들을 안겨 줬다. 어쩌면 갈수록 기량이 떨어지는 혹은 스타크래프트2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던 김택용이었기에 줄 수 있는 벅찬 환희였는지도 모른다. 그것도 위너스리그 방식에서 거의 3년 만에 선봉 출전한 상태, '과연?' 하고 지켜 본 2세트에서도 & #160; 명경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특유의 아스트랄한 플레이를 보여준 김택용은 그 어떤 경기보다 짜릿한 감정을 팬들에게 선사했다.

4:1 스코어로 SK텔레콤의 승리가 확정되자 기자들 모두가 김택용을 인터뷰어로 지목했다. 모처럼 기자실을 찾은 김택용이 잔뜩 상기된 얼굴로 기자실에 들어섰다. 겨우 시즌 5승을 달성한 '혁명가'라니 어색하지 않을 수 없다. '2세트는 경기력이 좀 그렇지 않았나'라는 기자들의 짓궂은 장난에도 "왜요! 완전 재미있는 경기였는데"라며 빨개진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김택용의 경기 직후 스트레이트에 달린 댓글들.
요즘 김택용은 스타1 시절 천적 수준으로 앞서 있던 신노열을 무서워해야 하는 지경이 됐다.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든 건 연습 때조차 제대로 풀리지 않는 경기다. 김택용은 인터뷰에서 "준비하면서 잘 풀리지 않아 걱정이 됐다"고 털어놨다. 2세트에서는 판단이 조금 아쉬웠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으며, "무승부라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 말은 절박한 김택용의 심정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하다.

2005년에 데뷔한 김택용은 어느덧 데뷔 9년 차 프로게이머가 됐다. 2007년 3월 3일을 만들어 낸 그는 '혁명가'라는 별명을 얻으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선수였고, 이후 화려한 컨트롤로 엄청난 커리어를 쌓았다. 프로리그 10-11 시즌에 63승 15패를 거둔 김택용은 80.77%라는 말도 안 되는 고승률을 기록했다. 시즌 별로 기복이 있기는 했지만 '택뱅리쌍'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성적을 거두며 많은 인기를 누려 왔다.

그랬던 김택용이 지난 병행 시즌에는 거의 출전하지 못했다. 16번의 출전 기회를 잡았던 김택용의 성적은 8승 8패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6승은 스타1에서 거둔 성적이었다는 것을 고려해 본다면 스타2 적응은 거의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기자실의 단골 손님이었던 김택용, 자주 좀 봅시다!
그랬기 때문에 팬들보다 더 승리를 갈망했던 건 김택용이었지도 모른다. '필승카드'에 가까웠던 김택용이 엔트리조차 들지 못할 때 그는 풀리지 않는 게임과 계속 씨름하고 있었다.

승자연전방식으로 진행된 2라운드에서 출전도 하지 못했던 김택용이 다시 엔트리에 들었을 때 어쩌면 패배를 예상하는 이들이 더 많았지만 김택용은 포기하지 않았다. 값진 2승, 비록 완벽한 경기는 아니었지만 팬들은 그의 승리에 아낌없는 환호와 찬사를 보냈다.

"조급해 하지 말고 좀 더 길게 보면서 연습하려고요"라는 말과 함께 웃어 보인 김택용. 여전히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그가 '왕년의 슈퍼스타'에 그치지 않고 계속 반짝 반짝 빛날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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