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감독' 되고 싶지 않다"... '효버지'의 밤이 깊어가는 이유[이정효 인터뷰上]

프로축구 K리그1 12개 팀 중 선수단 연봉에 돈을 가장 적게 지출하는 팀인 광주 FC는 승격 첫 해인 2023 시즌 리그 3위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덕분에 구단 역사상 최초로 아시아 클럽 대항전 최상위 대회인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본선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광주가 올 시즌 엄지성 등 주축 선수들의 이적, 부상 등으로 8승1무11패의 7위(4일 기준)에 머물자, 한계가 온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들이 형성됐다. 마치 광주가 지난 시즌 K리그 2에서 막 승격해 출발선에 섰을 때처럼. 여기에 구단의 재정 건전화 제도 위반으로 인해 여름 이적시장서 선수를 영입할 수 없는 상황도 선수단을 압박해 왔다.

하지만 광주를 최전선에서 이끌고 있는 이정효(49) 감독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외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선수 성장에 대한 확신을 갖고 깊은 밤에도 연구를 멈추지 않는 그의 열정은 잠시 식는 듯했던 광주의 엔진을 다시 가동하고 있다.

 

스포츠한국은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이정효 감독을 만나, 그가 잠을 줄여가며 축구 연구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 광주에서 그리고 싶은 그림에 대해 들어봤다.

 

"'좋은 감독' 되고 싶지 않다"... '효버지'의 밤이 깊어가는 이유[이정효 인터뷰上]
"끝까지 두드리는 쪽이 성장한다, 무모해 보일지라도"[이정효 인터뷰下]

 

▶이정효가 "좋은 감독되기 싫다"라고 말한 이유

이정효 감독은 자정을 넘긴 늦은 시간까지 전술 연구에 몰두하고, 설명하려는 상황과 가장 유사한 경기 장면을 시각 자료로 찾아 선수들의 이해를 돕는 데 사용한다. 광주 미드필더 정호연은 디테일을 강조하는 이 감독의 방식이 축구를 새롭게 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일주일 중 5일은 오전 2~3시까지 연구를 한다. 졸릴까봐 저녁을 일부러 먹지 않고 운동을 한 뒤 카페로 간다. 일을 해야 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집보다는 카페에서 작업하는 것을 선호한다. 잠을 자더라도 15~20분 쪽잠을 자고 다시 일한다. 연구하다가 나도 모르게 조는 경우도 있다(웃음). 당연히 힘들지만 이렇게 하는 게 선수들, 팀의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하기에 적당히 타협할 생각은 없다. 나도 사람인지라 지칠 때도 있다. 이적시장에 접어들었지만, 선수 영입은 못하고 내보내기만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나를 믿고 있는 선수들, 코칭스태프들, 팬들을 내려놓을 수는 없지 않나. 그들을 보면서 다시 힘을 낸다."

 

이 감독은 동고동락하고 있는 선수들, 자신을 보며 꿈을 키우는 지도자들을 생각하며 전투력을 끌어올렸다. 제자들은 본인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꿈을 펼쳤으면 하는 스승의 마음이었다. 

"현재 가르치고 있는 선수들이 은퇴 후 지도자가 될 수도 있지 않겠나. 나중에 코칭스태프로 함께하고 싶은 선수들도 있다. 그렇다면 화려한 경력을 보유한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가 같은 출발선에서 지도자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까. 능력보다 배경을 보는 시선들이 열정을 갖고 첫발을 내딛으려는 지도자들의 출발선을 뒤로 보내버린다. 그래서 적어도 선수들의 출발선은 나의 것보다 1m라도 앞으로 보내주고 싶다. 자신의 능력을 좀 더 수월하게 발휘할 수 있도록 말이다. 화려한 선수 경력이 없는 나에 대한 편견도 깨부수고 싶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끝까지 이겨볼 거다. 이정효를 보고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실패하고 싶지 않다."

 

이 감독은 그러면서 "'좋은 감독'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마냥 좋은 감독이자 좋은 사람이라면 선수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을까. 내가 선수를 성장시켜야 한다면 쓴소리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 '능력 있는 감독'이 돼야 한다. 물론 선수들에게 욕을 먹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결국 선수가 커리어를 보내며 어느 수준까지 도달하느냐가 중요하고, 감독이 선수를 성장시켜야 한다. 그렇기에 '이정효 감독은 정말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라고 밝혔다.

 

▶"프로라면 일관성 가져야, 정호연은 어디서든 성공할 것"

그렇다면 이정효 감독이 최근 들어 선수들에게 가장 공들여 가르치는 부분은 무엇일까. 그가 선수의 성장을 위해 아낌없이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대답에서 다시 한번 느꼈다.

 

"요즘에는 선수들에게 '왜 지금 드리블을 해야 하는지, 왜 이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등의 원리를 가르쳐주려고 한다. 그저 패턴을 익히기보다는 움직임의 이유를 생각하며 뛰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광주를 떠나 다른 팀에 간다고 해도 기복 없이 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 원리를 알려주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내가 가르친 선수가 '광주와는 잘 맞더니, 다른 팀에 오니 안 맞네'라는 말을 듣는 것도 싫다. 광주 FC 출신 선수가 어딜 가든 잘한다는 얘기가 들리면 좋겠다."

 

"일관성 역시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람이 위기에 몰렸을 때, 본성이 나온다'는 말을 정말 싫어한다. 강등 위기에 직면하지 않은 때에도 강등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긴장해야 한다. 프로라면 개인의 감정을 버리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플레이를 해야 하고, 훈련에서 꾸준히 증명해서 경기에 나가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비겁하게 뒤로 숨지 말고,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를 자기 안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다. 선수들과의 미팅에서 '몸 좋은데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다고 서운해할 게 아니라, 평상시에 감독을 찾아와서 들이대고 어필하라'라고 말한다. 들이댈 정도면 자신감이 있다는 거다. 그런 선수들이 경기장에 나가면 잘한다."

이 감독은 이어 국가대표까지 된 광주 미드필더 정호연을 칭찬하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호연이도 2년 전 대학에서 프로로 처음 올라왔을 때는 독기도 없고 공을 예쁘게 차려고만 하는 선수였다. 'K리그 한 시즌 동안 10경기 뛰는 것'이 목표라고 하길래 '앞이 훤하다. K리그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만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며 나무랐다. 그러면서 초반 한 달 동안 풀백 위치에서 수비만 시켰다. 그렇게 훈련과 미팅을 통해 독기와 프로 의식을 심어줬고, 선수도 잘 받아들여서 지금까지 바르게 성장 중이다. 정호연은 이제 어느 감독을 만나든 성공할 선수라고 생각한다."

 

 

- 출처 : 스포츠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