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오버워치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러시아 대표팀을 세트 스코어 4:0으로 꺾고 초대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은 시종일관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며, 약 한 시간 만에 결승전을 마무리 지었다.
제아무리 e스포츠 종주국이라지만 한국이 FPS 장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월드 사이버 게임즈(WCG)를 예로 들면 FPS 종목인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총 11번이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그중 한국은 2004년과 2008년에 3위를 한 차례씩 기록한 것이 전부다. 무려 8회의 종합 우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FPS만큼은 정복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한국이 오버워치를 정복하기까지 쉽지 않을 거라고 전망하는 여론이 컸지만, 한국은 예상 뒤엎고 처음으로 열린 ‘오버워치 월드컵’에서 정상에 올랐다. 그렇다면 한국은 앞으로도 오버워치 정상을 지키며 ‘반짝 우승’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 한국 오버워치의 전망은 밝다. 오버워치가 출시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오버워치 리그도 활성화되면서 소규모 온, 오프라인 대회가 다수 개최됐다. 이것은 아마추어 저변 확대로 이어졌으며,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플레이어들도 많아졌다. 선수풀이 커지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실력 수준도 상향평준화되는 추세다.
이미 프로게이머 전선에 뛰어든 선수들은 공인대회 오버워치 에이펙스(APEX)를 통해 전 세계 유수의 팀들과 스파링을 펼치고 있다. 오버워치 에이펙스 시즌1에는 세계랭킹 1위인 팀 엔비어스와 3위 로그, 7위 리유나이티, 9위 NRG e스포츠 등 쟁쟁한 팀들이 참가 중이다. 한국 선수들은 세계 선수들과의 경쟁을 통해 상대 플레이를 흡수하고 전략을 연구하며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스타크래프트와 리그오브레전드(LoL)처럼 전략성이 중심이 되는 게임에서 기발한 플레이로 오랜 기간 정상을 지켜왔다. 오버워치가 FPS 형태를 하고 있으나 사실은 RTS처럼 전략적인 면이 강조되는 게임이라는 점도 한국의 강세를 예상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오버워치는 정확한 에임도 중요하지만, 기존 FPS와 달리 AOS처럼 영웅 고유의 스킬을 언제 어떻게 사용하느냐, 다른 영웅의 스킬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미 많은 한국의 프로팀 선수들이 숙식을 하며 엄청난 연습량을 통해 팀워크를 끌어올리고 있다. 덕분에 궁극기를 모아두었다가 적을 일시에 소탕하는 ‘연계 플레이’에 매우 능하다. NRG e스포츠 선수인 'Seagull' 브랜든 레나드는 “한국은 팀워크가 좋고 실수가 없다”고 평했다.
한국의 오버워치팀 LW 블루 소속 선수로 활동 중인 ‘겜블러’ 허진우는 “에이펙스 개막 전 잘하는 외국팀을 따라잡으려면 1년 정도는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한국팀이 크게 선전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조차도 한국의 빠른 오버워치 실력 향상에 혀를 내두르는 상황인 것. 이대로라면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이 신규 종목인 오버워치에서도 강세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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