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스토리]'시구도 부익부 빈인빈?' 연예인 시구의 경제학

2018.05.18.

지난 10일 걸그룹 에이핑크 윤보미는 서울 잠실야구장에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에 시구자로 나섰다. 그는 선수급 투구로 화제가 됐다. 류중일 감독이 "선수 같더라"고 극찬할 정도였다. 이에 야구팬들은 윤보미의 애칭인 '뽐'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투수 메디슨 범가너를 합쳐 '뽐가너'라는 별명을 선물했다.

시구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행사처럼 자리잡았다. 시구자 입장에서는 자신을 알리고,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팬들과 미디어의 주목을 받다보니 홍보효과가 크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구로 아직도 회자되는 이는 클라라와 신수지, 홍수아다. 두산 시구자로 나선 클라라는 시구보다 몸에 달라붙은 레깅스 의상으로 더 화제가 됐다. 신수지는 리듬체조 선수답게 몸을 한바퀴 돌린 후 시구를 해 눈길을 끌었다. 두산 베어스 열성 팬으로 자주 마운드에 올랐던 홍수아는 메이저리그의 '레전드'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투구폼을 닮았다고 해서 '홍드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시구에도 '부인부 빈익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우선 수도권팀, 특히 서울 잠실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연예인 시구에 관한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많은 연예인들이 거리가 가깝고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잠실야구장 시구를 선호한다. 한 연예인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대다수 연예인이 강남과 가깝고 주목도가 높은 잠실 시구에 호의적이다"고 했다. 게다가 클라라, 신수지, 홍수아 등 시구로 화제가된 스타들이 많기 때문에 잠실 시구는 연예인들에게는, 단숨에 '깜짝 스타'가 될 수 있는 꿈의 무대다. 그래서인지 LG와 두산의 홈경기에서 시구를 하려는 연예인들은 속된 말로 '줄을 서있다.'

지난 2014년 시구하는 유이의 모습. 스포츠조선DB

고척 스카이돔을 홈으로 쓰는 넥센 히어로즈는 신인급 연예인들의 시구 데뷔 장이다. 잠실 입성이 힘든 신인급들 상당수는 고척 시구로 한(?)을 푸는 경우가 많다.

넥센의 경우 목동야구장을 홈으로 쓰던 시절, 김성갑 코치가 있던 2015년까지 김 코치의 딸인 배우 유이 덕을 톡톡히 봤다. 유이가 자주 홈경기 시구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코치가 SK 와이번스로 옮긴 그 해 넥센은 고척돔으로 홈구장 이전을 했다. 유이는 한 번도 고척에서 시구를 해보지 못했다.

그래도 수도권팀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신생팀 KT 위즈의 경우 수원 출신인 레인보우 김지숙이 골수팬을 자처하며 자주 케이티위즈파크에 모습을 드러낸다.

반면 지방팀들은 연예인 시구가 비교적 드물다. 열성 연예인팬들이 시구를 하지만 서울에 비해 적다. 물론 롯데 자이언츠 공유 조진웅, 한화 이글스 남희석 조인성 송중기 박보영, KIA 타이거즈 이선균 박신혜 수지 등 골수팬이 있다.

가장 연예인 시구를 보기 힘든 팀은 2013년에 1군에 합류한 NC 다이노스다. 정말 '가뭄에 콩나듯' 연예인 시구가 등장한다. 지난 해 4월 배우 정준호가 창원시홍보대사 자격으로 NC 유니폼을 입고 홈 개막전에서 시구를 했다. 지난 2015년에는 배우 전소민이 창원 마산야구장을 찾았다. 하지만 전소민은 지난 해 잠실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 두산 유니폼을 입고 시구를 했다. 배신 아닌 배신(?)을 한 셈이다. 2013년에는 배우 정경호가 이호준과의 인연으로 시구를 했다.

최근에는 한 연예인이 시구 때문에 NC 팬들의 질타를 받는 일도 일어났다. 에이핑크 손나은은 주식회사 무학의 소주 브랜드 '좋은데이'의 모델이다. 무학은 경남지방을 대표하는 소주업체로 경남 창원을 연고지로 하고 있다. 본사가 창원 마산야구장과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다. 하지만 손나은은 지난 3월 30일 NC의 지역 라이벌 롯데의 홈 개막전에서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시구를 해 NC 팬들의 눈총을 샀다. 공교롭게도 이날 상대팀이 NC였다.

NC 관계자는 "NC 팬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한 적이 있는 한 연예인에게 SNS로 시구를 몇번 요청해는데, 아직까지 답이 없다"고 웃었다. 물리적 거리와 팬들의 관심이 중요한 부분이 될 수밖에 없다보니 연예인만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