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스테이지 3에 들어 팀이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런던 스핏파이어는 과감하게 선수 4명을 로스터에서 제외시키는 결단을 내렸다. 이런 선택이 약이 되었던 것일까. 플레이오프에 들어서자 런던 스핏파이어는 영국의 전투기 '슈퍼마린 스핏파이어'처럼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리그 출범 이래 단 한 번도 매치 승리를 가져가지 못했던 LA 글래디에이터즈를 꺾고 상위 라운드에 진출한 것. 이어진 준결승에서 LA 발리언트까지 격파한 런던은 그랜드 파이널에서 필라델피아 퓨전을 상대로 완승을 거두고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순탄하지 않았지만 결국 세계 최강의 오버워치 팀으로 군림한 런던 스핏파이어. '버드링' 김지혁과 '퓨리' 김준호는 어떻게 역경을 딛고 화려하게 비상할 수 있었을까. 두 선수가 7개월간 오버워치 리그와 함께 했던 여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퓨리' 김준호=런던 스핏파이어에서 서브 탱커를 맡고 있는 '퓨리' 김준호라고 한다.
▶'버드링' 김지혁=DPS를 담당하는 '버드링' 김지혁이다.
-오버워치 리그 종료 후 한국에 돌아와서 어떻게 지내고 있나
▶김준호=집에서 휴식하면서 친구들을 만나고 있다. 한국엔 개인 장비가 없어서 컴퓨터를 맞추려 하고 있다.
▶김지혁=일주일 중 반은 친구들 만나고 반은 집에서 쉬고 있다. 게임은 거의 하지 않고 빈둥대고 있다.
-손목 상태는 많이 호전됐는지
▶김지혁=게임을 쉬면서 많이 나아지고 있다. 다음 시즌 준비하면서 걱정이 되어 올스타전 교체를 요청했는데 다행히 바뀌어서 쉴 시간이 더 생겼다. 만족한다.
-두 선수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휴식은 무엇인가
▶김지혁=이곳저곳 친구들과 놀러 가고 게임을 안 하는 것이 가장 큰 휴식인 것 같다. 예전엔 게임을 좋아했는데, 이젠 이게 일이 되면서 쉴새 없이 게임을 하다 보니 지치더라.
▶김준호=지금도 3~4일 정도는 친구 만나서 놀고, 집에 와서는 3일 정도 게임을 한다. 지혁이나 '제스쳐' 홍재희는 휴가 때 절대 게임을 안 한다. 난 워낙 게임을 좋아해서 하고 있다.
-친구들과 PC방에 가면 버스 태워달라는 말을 듣진 않나
▶김준호=PC방 갓는데 친구들이 버스 태워달라고 하더라. 내가 버스를 못 태워주면 "별로 못하네"라고 한다.
▶김지혁=내가 하던 게임들을 PC방 가서 하는 것을 싫어한다. 친구들과 신작 게임 하러 갈 때만 PC방에 간다.
-오버워치 우승 후 돌아오니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김지혁=우승했으니 밥 사라고 하더라. 원래 예전에도 우승하면 스테이크 한 번 썰게 해주겠다고 했는데, 진짜 우승했으니 밥 사러 가야겠다.
▶김준호=친구 중 군대 가는 애들이 있어서 "편지 많이 써달라", "면회 와달라"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번화가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많은지 궁금하다
▶김지혁=한국에서 활동할 땐 팬이라고 하면서 말을 걸어주시는 경우가 많았다. 이젠 다 까먹으신 것인지 아니면 부끄러우셔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는데, SNS에 검색해보면 "'버드링'을 봤다"는 내용은 많이 보이는데 직접 인사해주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인들과 함께 있을 때는 아니지만, 혼자 다닐 때 알아봐 주시면 재밌고 좋다.
▶김준호=나는 친구들이나 '쪼낙' 방성현, '카르페' 이재혁과 다녀도 아무도 못 알아보더라(웃음).
-팀 연습은 언제부터 다시 시작하는지
▶김준호=국가대표 후보라서 예선전 끝나고 잠깐 연습할 수도 있다. 팀 연습은 11월부터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수지 킴 매니저=시즌이 길고 힘들어서 일단 이번 달은 푹 쉴 예정이다. 10월에 런던에서 팬 이벤트를 갖고, 한국에 돌아와 전지훈련을 한 후에 새 시즌에 들어갈 듯하다.
-런던 팬미팅이 예상되어 있는데 어떤가
▶김준호=초등학교 때 유럽을 가봤지만, 런던은 처음이다.
▶김지혁=나는 오버워치 리그 때문에 LA를 오면서 처음 해외로 나와봤다. 유럽 방문은 처음이 될 것이다.
-오버워치 리그 초기엔 런던을 연고로 두고 있지만, 선수단 전원이 한국인이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엔 좋은 성적과 맞물려 런던 팬들의 관심과 인기도 높아졌는데
▶김준호=런던의 팬들이 오버워치 리그 현장에는 오는 것은 힘들다. 방송을 통해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이번 런던 방문이 정말 기대된다. 런던에 e스포츠를 관람할 수 있는 바가 있는데, 그곳도 방문해보고 싶다.
▶김지혁=런던팀에 처음 들어왔을 때, 왜 한국인들뿐이냐는 비판을 들어서 걱정이 많이 됐다. 그래도 우리가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우승까지 했으니 런던팬분들이 우리를 많이 반겨주시지 않을까 싶다.
▶김준호=축구를 좋아한다. 직관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아서 경기를 보고 싶다.
▶김지혁=뉴욕도 처음 갔을 때 놀러 나가지 않았다. 풍경을 구경할 것 같다.
▶김지혁=처음에는 '피셔' 백찬형과 '라스칼' 김동준과 함께 해오던 것들이 있어 스크림이나 연습에서 합이 잘 맞았다. 두 선수가 여러 이유로 이적을 하면서 '프로핏' 박준영과 홍재희와 맞추게 됐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후반 가서는 서로 각자 적응하면서 팀워크를 개선했다.
▶김준호=나는 FA로 왔다. 혼자 잘 적응하고 친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같이 FA로 온 '너스' 김종석과 좀 알던 사이라 서로 친하게 지내면서 팀에 잘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FA로 들어온 선수들이 적응하도록 많은 도움을 준 선수는 누구였는지
▶김준호=지혁이는 아니다(웃음). 박준영이 밝고 착해서 같이 많이 이야기했다.
▶김지혁=나는 그냥 평소에 말이 많지 않고, 텐션 높을 때만 말이 많다. GC 부산에서 온 선수들이 성격이 온순하고 좋아서 친해지기 쉬웠다. 준호는 인게임 귓속말로 "펄스밤 잘 막으시네요"라고 보내는 정도였는데, 팀에 들어오면서 친해지게 됐다.
-오버워치 리그 시작 전부터 막강한 전력을 가진 팀이라 평가받았고, 스테이지1 타이틀 매치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기분을 알려달라
▶김준호=큰 우승은 아니지만, 내겐 처음이라 엄청 기분 좋았다. 첫 타이틀 매치에서 우승한 것이라 '이 기세를 타서 앞으로도 잘하자'라고 생각했다.
▶김지혁=오버워치 프로를 초창기 때부터 시작했다. 온라인 대회부터 시작해서 그때까지 어느 대회에서도 우승 타이틀을 얻어본 적이 없었다. 스테이지1 우승 타이틀을 가지게 돼 많이 기뻤고, 그때부터 리그 우승만 바라보고 달렸다. 더 큰 무대에서 그런 기분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스테이지1 이후로 힘든 시기도 분명히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 극복했나
▶김지혁=수지 매니저님이 들어오셔서 팀에 많은 활기를 불어넣어 주셨다. 팀 대우도 많이 좋아져서 너무 좋았다. 스테이지2 후반부터 손목 부상과 더불어 번아웃도 왔었다. 게임을 그만둘까 생각하면서 혼자 힘든 시간을 보냈다. 곁에 있는 팀원들이 열심히 하니 그걸 보면서 '리그 마지막까지 참고 잘 해보자'는 생각으로 극복했다.
▶김준호=나는 좋을 때도 확 좋지 않고, 나쁠 때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멘탈적으로 오버워치 리그 동안 큰 흔들림이 없었다. 주변에서 힘들어하면 팀적으로 회의도 하고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풀었다.
-리그 중간에 4명이 팀을 나갔다. 과감한 선택이었는데 선수 입장에서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가
▶김지혁=여러 명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추는 것보다 더 적은 선수들에게 맞추는 것이 더 편했다.
▶김준호=지혁이는 DPS라서 쏘기만 하면 되지 않나(웃음). 나는 팀의 중심에 있으니 누구와 함께 플레이하느냐에 따라 스타일을 바꿔야 했다. 모든 선수가 다 잘해서 상황에 맞춰 들어가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에서 급하게 서로 잘하는 선수들을 영입해버리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던 것 같다. 팀원들끼리 서로 친했는데 나가는 선수들이 생기니 더 큰 책임감이 생겨 열심히 했다.
-동석한 매니저에게도 질문 하나를 해보고 싶다. 런던 스핏파이어에 합류했을 때 어느 부분을 중점적으로 개선하려고 했는지
▶수지 킴=그땐 선수들이 따로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우선 한 집에 같이 살면서 가족처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개인으로선 팀이 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같이 웃고, 같이 울어야 친분과 신뢰가 생기고 시너지가 만들어진다고 믿었다. 두 번째, 런던 연고지 팀인데 한국인들만 있어서 런던 팬들의 불만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나는 팀에 캐릭터성을 부여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등 선수들이 재밌고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어필하려고 했다. 팬들이 많이 생겼다.
▶수지킴=그렇다. 외국에선 SNS 활용이 굉장히 중요하다. 경기 끝나면 선수들이 와서 SNS에 올릴 문장을 영어로 번역해달라고 부탁하곤 한다.
▶김준호=팀원들이 엄청 좋아했다. LA 글래디에이터즈는 변수가 많아 제일 어렵운 팀이었다. 난 그냥 '이겼구나'고만 생각했다.
▶김지혁=준영이가 브리기테 메타 당시 잘 적응하고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해줘서 고마웠다. 플레이오프 때 한조도 잘 다뤄서 득을 많이 봤다. 준영이 버스를 좀 탔다.
-LA 발리언트까지 꺾고 결승에서 올랐다. 결승 무대에 처음 서보니 어땠나
▶김준호=리허설을 위해 관객들이 없는 무대에 올라갔는데 너무 크기만 해서 실감이 안 났다. 경기 당일에 등장하니 관객들이 꽉 차 있어서 놀랐다. 자리에 앉아서 그 순간을 기억해두기 위해서 계속 둘러봤다.
-결승 진출했을 때 우승을 예상했었는지
▶김준호=결승을 이틀에 걸쳐서 했다. 첫 라운드를 졌지만, 그날 쉽게 이겨서 바로 확신했다.
▶김지혁=글래디에이터즈를 만나기 이전에 했던 인터뷰에서 글래디에이터즈만 이기면 결승 갈 것 같다고 말했다. LA 발리언트까지 잡고 결승전에 진출한 것은 크게 놀랍지 않았다. 나는 필라델피아의 이재혁을 무서워하는 게 있어서 걱정됐다. '필라델피아면 그냥 이기지~'라고 쉽게 생각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그런 선수들을 믿고 열심히 했다.
-결승전은 어떻게 준비했나
▶김지혁=홍재희가 이재혁을 잘 마킹해줘서 딜각을 잡기 편했다. 경기 자체가 무난하고 순조롭게 진행됐다.
▶김준호=탱커 입장에선 게임 내의 템포를 우리가 먼저 잡고, 상대팀 탱커들이 우리를 따라오도록 하는 느낌으로 경기를 준비했다.
-오버워치 리그를 돌아봤을 때 자기 포지션에서 제일 까다로웠던 선수를 꼽아보자면
▶김준호='메코' 김태홍과 친하다. 김태홍은 디바를 제일 잘했던 선수고, 여전히 잘 하는 이미지가 있다. 나는 김태홍을 함께 성장하는 라이벌이라고 여긴다.
▶김지혁=DPS의 싸움은 컨디션 싸움이라 리그에서 활동하는 DPS들은 다 비슷비슷하다. 그 중에선 견제되는 선수는 이재혁이다. 피지컬이 좋은 선수라 늘 이기고 싶다고 생각한다.
▶김준호=뭐 하나 하면 바로 잘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긴 어렵다. 게임할 때 팀원들 말을 잘 듣고 상황에 맞춰 뭘 할지 잘 알면 된다.
▶수지 킴=AMA에서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선수들이 "똘똘하게 눈 뜨고 게임하면 된다"라든지 "똑바로 앉아서 하면 된다" 같은 답변을 늘 한다.
▶김지혁=나는 LA의 날씨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내가 매운 음식을 좋아해 한국에서 즐겨 먹던 음식들을 먹고 싶어 돌아가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한국에 돌아와 보니 별로 당기지 않는다. 다시 빨리 LA로 돌아가고 싶다.
▶김준호=스핏파이어 들어오기 전에 팀 리퀴드 소속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달 정도 살았다. 난 어디에 있든 잘 사는 편이라 딱히 문제는 없었다. 한국의 배달음식 문화가 좀 그립긴 했다. 배달음식이 없는 것은 아닌데 비싸다.
▶수지 킴=한인타운 외곽에서 지내다 보니 선택지가 많이 없다. 그래도 숙소 이모님이 잘 챙겨주셨다.
▶김지혁=새 숙소로 옮긴 후 한국음식이 그리웠다. 이모님이 해달라는 음식은 거의 대부분 다 해주셨다. 맛있게 잘 먹었다. 감사한 분이다.
-대표로 감사 인사를 해보자면
▶김준호=선수단 6명이 장난꾸러기일 수도 있는데 항상 웃으시며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
-곧 진행될 올스타에 나가지 못해서 아쉽진 않나
▶김지혁=쉬는 시간이 개인적으로 많이 필요했다. 빠지게 되어 팬분들께 정말 죄송하다. 잘 쉬다가 다음 시즌에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오버워치 월드컵도 오는 17일부터 진행된다. 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김지혁의 실력과 인기를 인정하는 느낌이었는데
▶김지혁=스테이지3부터 기복을 자주 보여줘서 국가대표에서 떨어진 것 같다. 리그를 진행하는 동안 번아웃이 와서 국가대표에 욕심도 없었다. 쉬는 시간이 가장 많이 필요했다.
-오버워치 월드컵에 참여하는 선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보자면
▶김준호=예선전을 "이게 한국이다"라는 느낌으로 잘 마무리하면 좋겠다. 연습하는 것을 거의 매일 보는데 잘해줘서 정말 멋있다. 대표팀이 지금껏 두 번 우승했으니, 이번에도 우승하면 좋겠다.
▶김지혁=국가대표 선수들이 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들이다. 열심히 해서 가볍게 우승하리라 믿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김지혁=내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오버워치 선수 중에 최다 우승 타이틀을 가지는 것이다. 다음 시즌도 무조건 결승에 가고 싶다. 손목 때문에 기복이 생기지 않게 관리 잘해서 항상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다음 시즌엔 국가대표도 노려보겠다.
▶김준호=챔피언 타이틀을 지키기 더 어려우니 다음 시즌엔 스테이지별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개인적으론 다른 오버워치 선수들과 친하게 지내고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목표다. 잘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내 포지션에선 좋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김지혁=우리가 쭉 잘하다가 안 좋은 모습 보일 때도 응원 많이 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그런 분들이 계셨기에 우승할 수 있었다. 우리를 서포팅 해주시는 구단 관계자분들, 매니저님들, 감독님과 코치님들에게 감사하다. 팀원들에게 너무 열심히 잘해줘서 고맙다.
▶김준호=컨텐더스 경기를 많이 찾아보고 있고, 컨텐더스 선수들도 열심히 잘하는 것을 알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리그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함께 재미있는 경기를 할 날을 기다리고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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