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이한빛의 티타임] 포기를 모르는 남자 '스코어' 고동빈, 7년의 여정과 2018 롤드컵을 말하다

Talon 2018. 9. 19. 09:18
사람들은 자신이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 노력이 결실을 보지 못할 때, 몇몇은 포기하고 뒤돌아서기도 한다. '스코어' 고동빈은 2011년 10월에 데뷔해 지금까지 프로 생활을 하면서 4번의 준우승을 차지했다. '나는 안 되는 것일까'라고 생각할 법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함께 끊임없이 앞만 보고 전진하기를 7년. 고동빈의 노력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지난 8일 진행된 2018 리그 오브 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 서머 결승전에 나선 kt 롤스터는 그리핀을 꺾고 우승컵의 주인공이 됐다. 그뿐만 아니라, 플레이오프 MVP까지 수상해 겹경사를 맞았다. 고동빈은 롤챔스 우승은 기쁘지만, 결코 끝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는 10월에 열리는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꼭 우승해 "올해를 kt의 해로 장식하고 싶다"며 각오를 내비쳤다.

고동빈가 프로게이머로서 걸어온 과거, 현재, 그리고 한국에서 펼쳐질 롤드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결승전 후에 어떻게 지냈는가
▶긴 휴가는 받지 못했다. 우승했지만 롤드컵이란 대회가 있다 보니 자잘하게 쉬었다. 방송을 좀 하다가 최근에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2016, 2017시즌 땐 선발전을 치렀지만, 올해는 편하게 경기를 볼 수 있었다. 선발전을 시청하니 어땠나
▶선발전이 롤챔스만큼이나 치열한 경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3년 연속 선발전을 뚫고 롤드컵에 진출한 젠지가 얼마나 강력한지 느꼈다. 최종전을 빼고 치열한 접전이었는데, 마음 편히 보니까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더라. 최근에 본 대회 중 가장 재밌게 본 대회였다(웃음). SK텔레콤과 젠지의 대결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롤챔스 서머 우승을 통해 롤드컵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롤드컵이 선수로서 제일 나가고 싶은 무대였다. 오래 프로로 생활했지만 이제 두 번째로 나가게 된다. 많이 못 나간 만큼, 이번엔 정말 좋은 모습으로 팀원들과 함께 우승을 일궈내고 싶다. 

-7년에 가까운 프로게이머 생활 동안 여러 일이 있었을 듯하다. 한결같이 노력하지만, 우승에 다다르지 못할 때 좌절을 경험하진 않았나
▶질 때마다 좌절보단 분함을 느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금방 추스렸던 것 같다.

-'분함'이라고 함은 오기나 도전정신을 말하는 것인가 
▶그만둔다는 것은 포기한다는 뜻이지 않나. 포기하기 싫었다. 내가 이전까지 우승은 못 했지만, 우승할 수 있을 만한 실력이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달려왔던 것 같다.
-4전 5기 끝에 롤챔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순간 어떤 감정이었는지 
▶우승 확정 직후 기쁘긴 했지만 생각했던 만큼은 아니었다. 경기 후 무대 위에서 한 명씩 인터뷰를 하고, 내 차례가 왔을 때 사람들이 내 이름을 불러줬다. 그때 내가 진짜 우승했고, 팬들이 나를 아껴주시고 응원해주신다는 것을 느꼈다. 기분이 좋아지면서도 울컥했다.

-"우승을 해주지 못해 지난 팀원들에게 미안했다"는 경기 후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하고 나서 살짝 부끄러웠다. 평소 마음 한쪽에 두고 있던 감정이었다. 갑작스럽지만, 한편으론 자연스럽게 언급하게 됐다.

-다른 선수들이 다 무대에서 내려갔는데도, 무대 위에 오랫동안 남아있었던 이유가 뭔가
▶OGN이 국내 LoL 대회를 처음 열었다. 난 거기서 데뷔했고, 오랫동안 롤챔스에 몸담았다. 방송사 관계자분들도 날 많이 신경 써주셨다. 그리고 OGN이 주관하는 마지막 롤챔스에서 드디어 우승이란 커리어를 손에 넣었다. 결승 엔딩 VCR에도 잠깐 나왔기 때문에, 이미 끝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무대에 남아 마지막까지 엔딩을 지켜보고 싶었다.

-인비테이셔널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가장 특별한 기억이 있다면
▶처음으로 롤드컵 결승에 진출했을 때다. 결승이라는 큰 무대에서 경기를 치르게 됐는데, 수많은 팬들이 결승을 보기 위해 현장을 찾아주셨다. 첫 결승의 설렘이 내가 지금까지 프로게이머를 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
 
-반대로 가장 큰 고비가 있었다면? 커뮤니티의 밈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진 않았나
▶중요한 경기를 지면 힘들 수밖에 없다. 여러 순간이 있었지만, 작년 롤드컵 선발전에서 떨어졌을 때가 제일 힘들었다. 밈이나 드립 같은 경우는 크게 개의치 않는 성격이다. 가끔 보면 기분은 나쁘지만 웃고 넘기는 스타일이다. 

-'유칼' 손우현이 '코돈성불'을 표어로 내세웠고, 결국 우승에 큰 기여를 했다. 결승 후 관련 에피소드는 없는지
▶롤드컵 준비 때문에 별다른 에피소드는 없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MVP도 받았으니 조만간 팀원들에게 밥 한 번 살 예정이다.

-손우현은 참 독특한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다. 올해 초에 "동빈이 형 꼭 우승시켜주겠다"라는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지켜볼 때 어땠나
▶아시다시피 애가 좀…(웃음). 그런 기질이 있다는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아직 어린데 그런 패기를 분출할 수 있다는 점이 보기 좋았다. 

-지금이야 정글-미드의 경기 내 호흡은 찰떡궁합이지만, 처음에 9살이란 나이 차 때문에 상호 소통에 문제는 없었는지 
▶우리 팀이 스프링 때 '단합'이라는 컨셉을 가지고 모두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자 했다. 팀 전체적으로 나이 상관없이 또래처럼 지내고 있다.
-옛 동료였던 '류' 류상욱, '썸데이' 김찬호, '루키' 송의진, '마파' 원상연 감독이 롤드컵을 위해 한국에 온다 
▶각자 롤드컵 진출했다고 연락만 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관심이 없나 보다(웃음).

-대부분의 롤드컵 진출팀이 결정됐다. 가장 경계하는 팀이 있다면
▶국제대회에 볼 때도 그렇고, 직접 해봤을 때도 그렇고 무시할 만한 해외팀은 없다. 모든 팀들이 경계된다. 하지만 가장 경계되는 팀은 역시 로얄 네버 기브업(RNG)다. '우지'가 가장 많이 부각되지만 다들 잘한다. 팀 간 대결에서는 kt가 잘한다는 것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다.

-현실적인 롤드컵 목표와 개인적으로 바라는 목표는
▶결승까진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 오랫동안 프로게이머로 생활하면서 최정상을 찍지 못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반드시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 

-롤드컵에 임하는 각오를 알려달라
▶롤챔스도 물론 중요한 대회지만, 롤드컵이란 더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있다. 당연하지만 다들 우승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좋은 모습을 보여서 팀원들과 함께 다시 한번 인천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말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무서워서 늘 조심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롤드컵만큼은 잘할 자신이 있다. 정말 많이 노력할 테니 지금처럼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응원 덕분에 선수들이 힘을 낸다. 마지막 남은 불꽃까지 모두 태워보겠다. 이번 롤드컵도 kt와 함께 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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