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

[박상진의 e스토리] 진지함과 가벼움 모두가 어울리는 오버워치 리거, '새별비' 박종렬

Talon 2019. 1. 7. 09:17

작년 7월 뉴욕에서 열린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오버워치 리그 출범 시즌이 막을 내렸다. 정규 시즌 스테이지1부터 스테이지3까지 모두 9승 1패, 그리고 스테이지4에서 7승 3패를 거두며 총 34승 6패를 기록한 뉴욕 엑셀시어는 강력한 출범 시즌 우승팀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아쉽게도 플레이오프에서 필라델피아 퓨전에게 패배하며 뉴욕 엑셀시어는 시즌을 마무리했다.

두 번째 시즌을 맞는 뉴욕 엑셀시어는 다시 한 번 우승을 노리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 중심에는 주장인 '새별비' 박종렬이 있다. 팬들에게 세계 최고의 트레이서로 인정받는 박종렬은 올해 시즌, 그리고 오버워치 월드컵 한국 3연패를 위해 대표팀 자리를 반납하면서까지 개인 연습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기 내에서는 진지한 '새별비'이지만, 마우스를 놓자마자 장난기 넘치는 '종렬이'로 돌아가는 박종렬. 팀의 주장이자 세계 최고의 트레이서, 그리고 남편이자 팬들을 생각하는 그를 미국 복귀를 앞둔 연말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나눴다. 

오버워치 리그 출범 시즌과 오버워치 월드컵이 끝난 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오버워치 월드컵 예선부터 한국에서 있다가, 얼마 전 뉴욕 엑셀시어 팀 행사가 있어 미국을 다녀왔습니다. 팀 머천다이즈 상품을 판매하는 팝업 스토어가 뉴욕에 열려 참석차 다녀왔죠. 팀 상품을 사러 온 팬들과 오랜만에 만나기도 하고, 쇼매치도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여름 뉴욕에서 열린 오버워치 리그 출범 시즌 결승을 앞둔 때와 비슷한 행사였어요. 여름이라 중간에 소나기가 왔는데도 팬들이 계속 스토어 줄을 서주셨거든요. 뉴욕에서 열리는 결승이니만큼 꼭 우리 팀이 결승에 올랐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다음에는 결승에 꼭 올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작년 2라운드와 3라운드 우승과 함께 정규 시즌 최종 34승 6패를 거둘 정도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아쉽게도 플레이오프 결승 문턱에서 시즌을 마쳤습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지난 시즌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팀원 각자의 영웅 숙련도가 높았고, 서로의 호흡이 잘 맞았어요. '쪼낙' 방성현의 젠야타는 정말 최고였고, '마노' 김동규와 '야누스' 송준화의 탱커진의 윈스턴과 제 트레이서의 호흡오 정말 좋았죠. '리베로' 김해성의 겐지나 '메코' 김태홍의 디바, '아크' 홍연준의 루시우 등 전부가 리그에서 최고 수준의 실력을 보여줬어요. 정규 시즌 돌진 조합으로 좋은 성적을 냈고, 어떤 메타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더라고요. '파반' 유현상 감독님이 딜러진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전략을 짜주시기도 했고요. 플레이오프는 아쉬웠어요. 그래도 지고 나서는 좋은 경험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지고 나서 핑계를 대는 게 아니라, 다들 그렇게 느꼈어요. "에이 좋은 경험 했네"라는 생각이 아니라 패배 후에 느끼는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다는 거죠. 한 번 경험해봤으니 다들 다시는 지고 나서의 느낌을 아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계기가 됐고요.
그렇다면 올 시즌 목표도 정해두셨겠네요. 다음 시즌을 맞는 선수에게 너무 당연한 질문을 하는 거 같긴 한데, 그래도 올해 시즌 목표는 무엇인지 
역시 우승이 목표입니다. 팀에 딜러가 다섯 명이나 되어서 풀어나갈 일도 많지만요. 이제 우리 팀도 고츠 메타라고 불리는 3탱 3힐 전략을 잘 한다고 생각합니다. 딜러가 다양한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다섯 명이 서로 경쟁도 하고 도움도 받아가면서 시즌을 준비하면 올해에는 작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올해에는 리그에 참가하는 팀이 늘면서 더 다양한 조합을 상대해야 하고, 경기수가 줄어든 만큼 이번 시즌보다 매 경기가 갖는 중요도도 올라갔으니까요. 그래도 팀이 늘어서 저는 정말 좋았어요. 오버워치 리그와 한국의 거리가 아직은 먼 편이라 여기서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그래도 미국에 가면 길거리에서도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제 영어도 되어서 팬들과 짧게라도 소통하니 더 좋았고요. 
 

아쉬움이 많은 이번 시즌이었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을 일이 몇 가지 있었죠. 뉴욕 엑셀시어와 같은 프랜차이즈라고 할 수 있는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 홈구장 시티 필드에서 시구가 대표적일 거 같은데, 기분은 어땠나요 
원래 봄에 잡혀있었는데, 마침 날씨가 안 좋아서 제가 시구하기로 한 날 경기가 취소됐어요. 그래서 여름에 시구 날을 새로 잡아서 경기장에 들어갔는데 정말 떨리더라고요. 경기장에서 경기를 할 때보다 더 떨렸어요. 정말 많은 사람이 저를 바라보는 게 처음이었거든요. 이번 시구는 여럿이서 같이 했는데, 다음에는 저 혼자 시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선수로서 제 목표가 팬이 많은 선수거든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가지고 제 삶이 더 다채로워진 거 같아요. 예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았던 시절도 있는데, 이제는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사람들이 저를 바라봐주는 게 정말 좋아요.
뉴욕 엑셀시어에 입단하기 전까지는 쉽지 않은 생활을 했다고 들었는데, 본인이 느끼기에는 오버워치 리그 입성 이전의 시기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리그 선수 생활 이후 바뀐 점도요 
저는 그냥 게임 하는 게 좋았어요. 그래서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따로 월급 없이 1년 반을 넘게 살았죠.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산다는 생각에 행복했어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게 제 인생 목표거든요. 실패하면 다른 거 하면 된다는 생각에 제 모든 걸 걸었죠. 돈보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어요. 리그 진출이 확정되니 진짜 무대는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뉴욕에서 받은 첫 월급을 보고 바로 저축도 시작했어요. 돈 없이도 살았으니까요. 부모님은 예전에 이혼하셨는데, 아버지가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하시는 쪽이었어요. 어머니쪽은 반대였고요. 그래서 성인이 되자마자 혼자 살았고 아버지와는 가끔 연락을 주고받아요. 아버지가 정말 저를 자랑스러워하시며 다른 자리에서 제 이야기를 엄청 하시더라고요.  
작년에는 결혼도 했죠. 지금 아내와 제작년에 만나서 11월에 결혼했거든요. 제가 정말 좋아했어요. 지금도 좋아하고요. 다투기도 하지만 서로 이해하면서 사이도 더 좋아지는 거 같아요. 팀에서도 제가 결혼했다고 따로 아파트를 구해주고 아내 비자 발급도 도와줬죠. 이런 뉴욕 엑셀시어의 지원 덕분에 저도 리그에서 내내 좋은 성적을 낸 거 같아요. 스테이지3을 우승하고 제가 세계 최고의 트레이서라고 말할 수 있는 기반이 됐죠. 누군가를 책임져야 하니까 예전보다 더 많이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그 덕분에 예전보다도 더 잘한 거 같고요. 
 

제작년에는 오버워치 월드컵에서도 활약해 우승을 차지했고, 작년 역시 예비 엔트리에 들어 지역 예선 로스터에도 들어갔죠. 오버워치 월드컵은 리그 경기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을거 같습니다. 그리고 작년 오버워치 월드컵에서는 스스로 본선 로스터에서 빠졌는데 어떤 이유에서 그런 선택을 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오버워치 월드컵 한국 대표가 처음 됐을 때는 기쁘기도 하고 부담되기도 했어요. 첫 대회에서 한국이 전승 우승을 했고, 그게 부담이 됐거든요. 그래도 월드컵 무대 덕분에 저도 리그에 갈 수 있었던 거 같고, 재미있는 선수들도 많이 만났죠. 해외 선수 중에는 'XQC'가 어디서나 계속 방송을 하는 게 신기했고, '시나트라' 선수가 트레이서를 잘한다고 해서 맞대결이 기대되기도 했어요. 잘하더라고요. 월드컵 당시에는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인 실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거 같았어요. 같이 활동한 한국팀 선수들은 정말 완벽했어요. 다른 팀 선수와 플레이 하는 것도 재미있었는데, 재홍이 형이나 진모 형이나 준혁이하고도 많이 친해졌어요. 
제작년에 좋은 기억이 있었고, 저도 욕심이 있었는지라 작년 국가대표 선발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죠. 2년 연속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었는데 생각대로 잘 안 됐어요. 제 개인 연습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저 말고도 '플레타' 김병선 선수도 잘하니까 당장의 욕심은 버리고 대표팀과 저에게 필요한 결정을 내렸죠. 그래서 다 잘된 거 같아요. 핀란드전을 제외하고는 크게 고비도 없었다고 보이고요. 그래도 한국 팀이 예전처럼 압도적이지는 않은 거 같아요. 오버워치 리그를 치르며 다들 상향 평준화됐거든요.
오버워치 월드컵 현장을 취재하며 느낀 건데, 그때만 하더라도 저와 아는 사이는 아니었잖아요. 그냥 경기장 가면 보이는 사람 정도였으니까요. 그래도 오버워치 월드컵 현장에서 카메라를 보고 포즈도 잘 취해주고 여유 있는 모습도 보인게 신기했었습니다 
프로게이머를 하기 전부터 장난기가 많았어요. 어차피 팬들에게 보여질 모습이니까 경기할 때는 빼고 저를 찍는 거 같으면 자주 그래요. 마우스를 쥐기 전과 후가 달라서 팬들도 저보고 잘하면 '새별비'라고 하고 못 하면 '종렬이'라고 하는데, 저하고 너무 맞는 표현이라 좋은 별명이라 생각하고 재미있어해요. 프로게이머를 하기 전에 카페에서 바리스타를 했거든요. 손님들한테는 정중하고 깔끔한 이미지를 줘야 하니 장난기를 싹 지우지만, 옷만 갈아입고 친구들 만나면 팬들이 말하는 종렬이가 되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마우스 잡기 전까지는 종렬이고, 잡으면 새별비죠. 
 

이번 시즌 목표는 우승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지금 메타는 트레이서로 히트 스캔이 장기인 본인과는 잘 맞지 않아 아쉬울 거 같습니다. 블리자드에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거 같은데, 이 기회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요 
지금 메타가 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아쉽다는 마음이 들지는 않아요. 메타는 계속 돌거고, 저와 맞는 메타가 오면 다시 잘할거니까요. 그리고 저를 메타에 맞추기 위한 연습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습니다. 솜브라나 자리아 연습도 열심히 하고 있고, 애쉬도 계속 하고 있어요. 애쉬가 궁극기가 좀 아쉽긴 한데, 스나이퍼면서 다이너마이트로 몰아치기도 가능한 영웅이라 메타가 조금만 유리하게 흘러가면 바로 나올 수 있죠. 트레이서도 펄스 폭탄 말고는 크게 변한 점이 없어 좋긴 한데, 브리기테가 너무 상대하기 힘들어요. 궁극기를 쓰는 순간 트레이서가 할 게 없거든요. 딜이 안 들어가요. 
그렇다고 블리자드에 아쉽다거나 한 생각은 없어요. 영웅 밸런스 조정이나 조합을 위해 패치를 할 때 힘든 모습이 보이거든요. 그리고 오버워치 리그에 맞추면 게이머 레벨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제가 열심히 해야죠. 팬들이 저를 최고의 트레이서로 기억해 준 거 처럼 다시 다른 영웅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싶어요. 어떤 영웅일지는 비밀입니다.
최고의 트레이서로 팬들이 기억하는 거처럼 본인이 어떤 선수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나요 
이미 제가 원하는 모습으로 제가 가고 있어요. 많은 팬이 있고 즐겁고 행복한 선수요. 그리고 아내를 위하는 남편? 사실 오늘 인터뷰 전에 좀 다투고 나왔거든요. 아마 집에 가서도 화해하겠지만 그래도 인터뷰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싸워서 미안해. 싸우지 말자. 내가 잘못했어." 어떤 일을 해서라도 행복하게 하고 싶은 사람이 제 아내고, 부족한 남편인 제가 더 노력해야죠. 아직 결혼식도 못 올렸는데, 내년이나 내후년 시즌이 끝나고 팀 일정이 겹치지 않는 시기에 식을 올릴 거 같아요. 팬들도 많이 오셔서 축하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내도 제 사정을 아니까 결혼식이 늦어지는 걸 이해해주더라고요. 제 직업이 어떤지 아니까 지금, 그리고 미래를 이해해주고 응원해주는 게 고맙죠. 
 

아직은 먼 이야기겠지만, 은퇴 이야기가 나오니 예전 에이펙스 결승 때 해설로 활동했던 게 기억납니다. 본인은 예전 해설 경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선수 생활이 끝나고도 계속 e스포츠쪽 일을 하고 싶어요. 구단 일이나 아까 말한 해설 같은 거. (용)봉탕이형 보고 있죠? 제가 많이 좋아하고 있습니다.
곧 미국으로 건너가 올해 시즌을 준비할 텐데, 한국과 뉴욕의 팬들에게 인터뷰를 마치며 새해 인사 겸 마지막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리그에서 자주 보는 팬분들도 좋고, 한국 팬들도 좋습니다. 하지만 외국에서 활동하다보니 에이펙스 시절 봤던 한국 팬들 분위기가 그립기도 해요. 잘 챙겨주시거든요. 그래서 저도 자주 못 보니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를 통해 자주 소식을 전하려고 해요. 외국 팬들 반응도 좋지만, 한국 팬들이 한국어로 남겨주는 댓글의 느낌은 또 달라요. 많이 반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나하나 다 읽어보거든요. 이 자리에 있기까지 응원해준 한국 팬들에게 정말 감사드려요. 그리고 한국에 제 고향이 있듯 미국에서 제 고향은 뉴욕입니다. 고향인 뉴욕 팬들을 위해 세계 최고의 트레이서로 남아 올해에는 꼭 우승을 차지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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