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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가 만난 사람] KBSN 이향 아나운서, "e스포츠서 긍정의 기운 받았죠"

Talon 2019. 3. 2. 12:48

e스포츠 미디어에서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를 인터뷰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분야가 다르고 접점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렇지만 KBSN 이향 아나운서는 예외다. 2015년 스포티비에 입사한 이향 아나운서는 '야구 여신'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스포츠 방송국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는 KBSN 스포츠로 이직한 그는 간판 프로그램인 '아이러브베이스볼'의 MC를 담당하고 있다. 

잠시 화제를 돌려 이향 아나운서가 e스포츠와 접점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는 2014년으로 시계를 돌려야 한다. 이향 아나운서는 당시 곰TV에서 주최한 서든어택 리포터로 활동했다. BJ 이태윤과 함께 '꿀 캐미'의 모습을 보여줬다. e스포츠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그는 꿈을 위해 떠났고 현재는 KBSN을 대표하는 아나운서로 성장했다. 

-e스포츠 질문이 아닌 스포츠 쪽으로 질문한다는 게 매우 어색하다. 야구 시즌 끝난 뒤 어떻게 지냈는가. 근황을 알려달라
야구 시즌 마치고 농구, 배구를 담당하고 있다. 유투브 등 여러 가지 활동도 하고 있다. 광고도 찍어서 이번에 나가게 됐다. 야구 스프링 캠프를 준비했는데 전지훈련이 진행 중인 미국 애리조나 투산으로 떠날 예정이다. 야구가 메인이다 보니 야구 시즌에는 거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다른 종목은 스튜디오 프로그램을 맡은 게 없어서 조금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있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으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 

- 자료를 찾아보니 '여신'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더라. 그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이제는 다들 알 거 같다. 진짜 여신이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뭐라고 해야 할까, 하나의 칭찬이다. 그냥 야구 아나운서들은 야구 여신으로 부르기 때문에 편안하게 다가오는 거 같다. 

- 2014년부터 야구 아나운서를 시작한 거로 알고 있다. 지방 출장 등 매우 힘들 거 같은데(정확하게는 2015년 6월)
오히려 지방 경기가 편할 때가 있다. 3연전을 하므로 지방을 한 번 가면 올라올 수 없다. 그렇지만 수도권일 경우에는 회사 업무도 병행해야 한다. 가까운 대전이 편안하다. 첫 야구방송도 대전이고 친근하다. 다른 지역도 다 좋다. 새로운 걸 보고 힘도 받아가는 느낌이다. 현장이 힘들다고 생각해도 가서 기운을 받는 걸 보면 '답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 처음 시작했을 때와 현재 위치에서 볼 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요즘에 깨닫고 있는 건 '세상은 영원한 게 없는데 왜 하나하나에 목메면서 슬퍼하고 기뻐했을까'... 그런 생각을 자주 했다. 

- 표현이 철학적인데 쉽게 풀어줄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탄생한 지 10년 정도 됐다. 입사 때부터 지금까지 단계를 밟아나가면서도 주변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고 떠났다. 예전보다는 줄었지만 다른 길을 선택한 사람이 많다. 친한 박신영 아나운서(전 MBC 스포츠 플러스)도 프리랜서를 선언했다. 예전에는 작은 일에 일희일비했다면 '지금은 세상에는 영원한 건 없다. 지금은 힘들더라도 나중에는 좋게 다가올 수 있다'라는 등 방송 생활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 야구 아나운서를 하면서 뿌듯할 때는 언제인지
현장에서 호흡할 때다. 선수 인터뷰를 하다 보면 팬들이 궁금한 질문, 선수가 말하고 싶은 걸 끄집어냈을 때 그 사람과 호흡하고 대화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 야구라는 종목이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질문도 막판에 수정하는 등 준비하기 힘들다고 들었다.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하다
항상 뜯어고친다. 그래서 키워드만 준비한다. 선수, 질문지가 바뀌어서 마음속으로는 당황했지만 밖으로 내비친 적은 없다. 첫 방송을 제외하곤 사고 친 건 없을 거 같다. (웃음)

사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스포츠 최고 아나운서에게 5년 전에 있었던 e스포츠 리포터 이야기를 듣는 게 옳은 일인가였다. 실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만나 본 이향 아나운서는 달랐다. 야구 아나운서를 하고 있지만, 야구장에서 e스포츠 리포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했다. e스포츠 리포터를 하면서 받았던 긍정적인 기운 덕분에 야구로 넘어왔고, 현 위치에 설 수 있었다고 했다. 

- 인터뷰하게 된 이유이지만 2014년부터 곰TV(현 아프리카TV)에서 서든어택 리포터로 활동했다
자신감을 준 계기가 됐다. 방송하고 싶었지만 '똑똑하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고'라는 생각에 자신감이 떨어졌었다. 얼굴이 다 아니지만 팬들 앞에 서기 위해선 어느 정도 좋아해줘야 했다. 난 안될 거 같다고 생각했을 때 e스포츠 방송을 하게 됐다. 원래 e스포츠, 스포츠 팬은 마음이 열려있다. 거기에 나오는 사람에 대한 애정도 크다. e스포츠를 할 때도 좋아해 줬다. 방송할 때마다 기사도 나왔다. 지금도 게임 팬들이 야구장에 오면 'e스포츠 할 때 좋았다'고 이야기해준다. 많이 놀라웠다. 지금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팬이 많다. 스포티비 갔을 때도 e스포츠 방송을 할 줄 알았는데 다르게 운영되더라. 당시에는 정말 좋았다. 게이머들도 친절했다. 내가 누나였는데 잘해줬다. 게임 등 모든 게 처음이었지만 따뜻하게 해줬다. 좋은 기억이 없었으면 일찍 그만뒀을 거다. 그때 받았던 자신감, 긍정의 기운으로 야구로 갔고 KBSN으로 옮길 수 있었다. 
 

- e스포츠를 떠났지만 어떻게든 인연은 이어지는 거 같다. 게임 모델도 하던데 
'피파온라인' 쇼케이스를 할 때 MC 요청이 왔다. 성승헌 캐스터와 같이했다. 정말 편했다. 어떻게든지 계속하게 된다. 감사하다. 

- 게임은 즐겨하는지 알고 싶다 
지금하고 있는 건 없다. 예전에 서든어택을 하는데 방향을 잡는 게 어려웠다. 길치라서 그러는지 모른다. 또 게임을 즐길 줄 모르고 안되면 열 받아 한다.(웃음)

- e스포츠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하다. 방송 기회가 들어오면 응할 생각인지도 알고 싶은데 
만약에 기회가 들어오면 하고 싶다. 앞으로 더 잘될 거 같다. e스포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종목인데 무시할 수 없을 듯하다. 

- 어떻게 스포츠 아나운서를 하려고 했나. 인터뷰를 찾아보니 스포츠를 좋아한 아버님의 영향이 크다고 하던데 
아버님의 영향으로 스포츠를 좋아했다. 나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어릴 적부터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걸 내가 할 수 있겠어,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겠다'라며 포기한 꿈이었다. 당시에는 대학교 졸업 후 진로를 생각하지 않으면 끝난다고 생각했다. 디자이너를 한다면 끝까지 그것만 해야 했다. 그래서 마음속에 갖고 있던 아나운서라는 꿈을 펼쳐보자고 했다. 지금 해봐야 나중에라도 후회가 없을 거 같았다. 아나운서의 단정함, 사회적 이미지보다 즐거운 이야기를 남들과 이야기를 하고 그걸로 호흡하는 게 좋았다. 그래서 스포츠 방송국이 와닿게 됐다. 스포츠 아나운서를 하면 포기하지 않을 거 같았다. 어떤 일을 선택할 때 중요한 게 '저 일을 포기하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는 것이다.  

- 예전도 그랬지만 지금도 스포츠 아나운서를 보면 경쟁률이 치열할 거 같다 
카메라 테스트는 그보다 적었지만, 이력서는 100번 정도 떨어졌다. 아나운서 시험 준비생이 끝판왕이 되면 최종에서만 떨어진다고 하더라. 나도 마찬가지였다. 스포티비에서 시험 봤을 때 떨어지면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스포티비는 다른 방송국과 다르게 최종 면접이 사장님과 이야기하는 거였다. 사장님과 1시간 넘게 '얼마나 아나운서 일을 잘할 수 있고, 준비되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어려서 겁이 없었다. 남들이 들으면 웃기겠지만 내가 하고 싶은 열정이 커서 잘할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 지금의 나라면 '야~ 인생에 있어서 1~2년 낭비하는 게 아까운 일이냐, 30살까지 해서 전혀 아까운 게 없다'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고, 그만두려고 했다. 이후 스포티비에서 일하다가 KBSN으로 이직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 스포츠 아나운서가 다른 스포츠 방송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있었나? 거의 없는 거로 알고 있다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오랜 시간 동안 일하고 싶었다. 선택의 기준이 '롱 런'이었다. 거기에 적합한 회사가 KBSN이라고 생각했다. KBSN 아나운서팀은 서로 도움을 주며 끈끈하다. 직장 생활은 남처럼 대하면 쉽다고 하는데 가족처럼 지내려고 하면 힘들 수 있다. 그렇지만 힘든 순간에 나를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은 아나운서팀 선배밖에 없다. 보호막이 있으며 지켜주는 끈끈함이 있다. 

- 그렇다면 KBSN 아나운서팀을 소개해줄 수 있는지 
신승준 아나운서는 현재 팀장인데 나이가 젊다 보니 소통이 잘된다. 친했다가 팀장이 돼서 조심하려고 한다. 이기호 아나운서는 제가 들어왔을 때 아나운서팀의 격동기 때 팀장이었다. 당시 선배들이 다 나가는 상황이었다. 팀장으로서 힘들었을 거다. 이제 팀장을 내려놨고 중계에만 집중하게 됐다. 꼭 결혼했으면 좋겠다. (웃음) 강준형 아나운서는 신경을 많이 써준다. 따듯함이 느껴진다. 강성철 아나운서와 함께 중계로 돌아온 권성욱 아나운서와 큰 힘이 될 거다. 

저는 'MBC에는 한명재, SBS는 정우영이 있는데 KBS는 누구?'라는 이야기가 듣기 싫었다. 자존심도 상했다. (권)성욱 선배가 왔으니까 중심을 잡아주면 힘이 될 거다. 스포츠 팬으로서 존경했는데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기분 좋다. 

(오) 효주 선배는 중계, MC, 인터뷰어 등 모든 분야에 도전하는 아나운서는 처음 봤다. 많은 이는 주목도가 높고 화려한 쪽에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선배는 그런 거 없고 맡은 일을 가리지 않고 해낸다. 스포츠의 애정도가 높다. 회사 아나운서가 다 그렇지만 착하다. 사실 여자 아나운서는 돋보이고 싶은 게 사실이지만, 우리 팀은 각자 응원을 해준다. 만약에 조은지 아나운서 등 다른 아나운서가 뭔가를 하면 부러움보다 잘 풀고 응원을 해준다. 난 다음에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기다린다. 진심으로 다가오는 진정성은 팀에서도 만들어준다. 

- 뿌듯할 때는 언제인지
팬분들이 저를 보고 힐링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다. 그것만 한 칭찬은 없다. 아직 누가 내가 이야기하는 스포츠 소식을 들으면서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지만, 게시판에는 가끔 남겨준다. 그런 걸 보면 믿기지 않는다. 기쁘다. 아울러 어린 친구들이 롤모델이라고 할 때 고맙다. 

- 앞에서도 언급됐지만 유투브를 운영하던데 
팬들과 가까워지고 싶은 게 큰 이유다.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5년 차인데 다른 분야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아나운서팀에서도 그런 쪽에 대해 긍정적이다. 하고 싶은 콘텐츠도 많다. 스포츠보다는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려고 한다. 예전에는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런 생각이 없어졌다. 

- KBSN 간판 아나운서라는 이야기를 듣는 게 부담스럽나? 
주변에서 그런 말을 들을 때는 잘 몰랐다. 그렇지만 회사 입장서 볼 때 광고 영업 등에서 내가 중심이 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게 부담이다. 솔직히 간판이라는 단어가 와 닿지 않았다. 인생의 주인공은 나이며 내가 하는 방송에 자부심을 가지면 됐지만, 이제는 상업적으로도 나와야 한다. 예전에는 선배들 그늘에서 행복하게 살았다면 이제는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 

- 꿈이 무엇인가? 
오래 하고 싶다. 진정성 있게 팬들에게 다가서는 아나운서가 꿈이다. 스포츠를 좋아하고 방송을 하는 동안 팬들과 공감하고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팬들도 도와줘야 하고 운도 좋아야 한다. 회사가 저에게 주는 비전도 맞아야 한다. 생각보다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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