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파이어

[김용우가 만난 사람] LPL 캐스터 'wAwa', "해설은 예술이다"

Talon 2019. 4. 2. 11:43

LPL 캐스터 '11' 장진카이(臧金开)에 이어 이번에 소개할 캐스터는 중국 e스포츠 캐스터 중 최고라고 평가받는 'wAwa' 闫紫境(연즈정)이다. 워크래프트3 선수 출신인 'wAwa'는 워크래프트3, 크로스파이어 해설을 거쳐 2014년부터 리그오브레전드 프로리그(LPL) 해설을 담당하고 있다. 2016년에는 중국 e스포츠 최우수 남자 해설자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LPL 캐스터들이 존경한다는 'wAwa'를 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는 전용준 캐스터다. 개인적으로는 'wAwa'를 'LPL의 전용준'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다. 전용준 캐스터는 롤챔스서 이현우, 김동준 해설과 찰떡궁합을 자랑했는데 'wAwa'도 LPL서 '米勒(Mile)'와 자주 호흡을 맞춘다. 빼어난 입담, 오버스러운 모습 모두 비슷하다. 

'wAwa'는 포모스와의 인터뷰서 자신에 대해 최고보다는 '최고의 해설자 중의 한 명'이라고 부르는 게 나을 거라고 설명했다. 해설자마다 중계 스타일은 다르며 최고의 해설은 개인이 아닌 단체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해설은 내가 봤을 때 예술이며, 예술은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 한국 LoL 팬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한국 LoL 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LPL 캐스터 'wAwa'입니다. 본명은 闫紫境(연즈정)이고 LPL에서 캐스터를 맡은 지 만 7년이 됐습니다. 

- 사실 지난달에 LPL 취재 차 상하이에 갔을 때 인터뷰를 하고 싶었다. 캐스터 '十一(11)'만 만났는데 당신과는 서면으로 인연을 맺게 된 거 같다
하하하. 사실 '十一'보다 나이가 훨씬 많다. 아이가 이미 3살이다. 그래서 평소에 가족을 돌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당시에는 시간을 못 맞췄지만, 다행히 인터넷이 발달해서 이렇게 인연을 맺게 되는 거 같다. 

- 정확하게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게임 캐스터라고 하는 게 맞는지, 아니면 해설자라고 부르는 게 어울릴까? 
게임 캐스터와 해설자 내 본업이라서 모두 어울린다. 개인적으로 개인방송도 하고 있고 취미 생활도 즐겨한다. 작년에 열린 LoL 7주년 페스티벌에서는 무대에 올라가 노래도 했었다. 

- 해외, 한국 팬 사이서 LPL 방송인은 인터뷰어인 Candice(유수앙), 任栋(른동)이 유명하다. 그들은 어떤 인터뷰어라고 생각하나?
아주 잘하는 인터뷰어다. 이미지, 말투, 행동, 그리고 경험 모두 겸비한 사람이다. 그들과 비교하면 나는 좀 더 친근감이 있다고 해야 할 거다. 

- 중국 e스포츠 관계자나 팬들은 '최고의 해설자'로 주저없이 본인을 선택했다 
'최고의 해설자 중의 한 명'이라고 하는 게 더 좋을 거 같다. 하하하. 나는 항상 자신 있고, 내가 생각하는 해설 이념도 내 자신감에서 나온다. 그렇지만 '최고의 해설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최고 중의 한 명'이라고 하는 게 맞을 거다. 이유인 즉 해설자마다 각자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文无第一,武无第二(문재는 1등이 없고 무예는 2등이 없다)'는 옛 말이 있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해설은 개인이 아닌 단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설은 내가 봤을 때 예술이며, 예술은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 e스포츠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 가레나 소속으로 일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알려진 건 없다
잘못된 이야기다. 처음에는 워크래프트3 선수로 시작했다. 프로 경기를 보면서 게이머가 되고 싶었다. 그렇지만 실력이 부족했고 열심히 안 해서 자연스럽게 관계자가 됐다. 월드 사이버 게임즈(WCG) 중국 지역 일을 하게 됐는데 나중에 회사에서 해설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캐스터를 시켰다. 

- LPL에서 활동하게 됐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특별한 생각은 없었다. LPL 이전에 5년 동안 캐스터 일을 했다. WCG, GSL(참고로 스타2 GSL은 아니다)을 통해 충분한 경험을 쌓아서 '그냥 잘해야 한다'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 방송에서는 '米勒(Mile)'와 호흡을 자주 맞추던데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 현재 '米勒'는 본인에게 어떤 존재인가
처음에는 많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米勒'은 약간 내성적인데 같이 일을 하다 보니 조금씩 익숙해졌다. 같이 호흡을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오게 됐다. 나는 '米勒'이 없으면 '괜찮은 캐스터'이지만, 그와 호흡을 맞추면 우리는 최고의 조합이라고 말할 자신 있다. 

- 개인적으로 베이징 RNG 경기장에서 해설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는데 경기장 중에 최고 시설이라고 생각하는 곳은 어디인지 궁금하다
RNG 경기장의 내부 시설은 최고급 시설이다. 개인적으로는 시설보다는 위치가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RNG 경기장은 상업 지역에 있고 밤이 되면 술집과 바비큐를 먹는 곳이 있다. 팬들은 5시 경기를 보고 난 뒤 8시에는 친구들과 즐거운 주말을 보낼 수 있다. LPL이 생활의 일부가 되라는 뜻이다.

▶RNG 경기장은 중국 베이징의 대표적인 상업 지역인 후아시(华熙LIVE)에 위치해있다. 

- 소속사가 바나나컬쳐(Banana Culture)로 알고 있다. 사실 한국 e스포츠 시장에서 매니지먼트 지원을 받는 해설자가 캐스터는 거의 없고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캐스터가 매니지먼트를 받게 되면 어떤 부분이 긍정적인지 궁금하다
중국 시장에서 캐스터들은 거의 다 소속사가 있다. 전통 엔터테인먼트와는 다른 분야이지만 회사의 지원을 받으면서 이 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e스포츠 업계 발전에도 유리하다. 저도 바나나컬쳐 게임&미디어 부서에 속해있다. 

- 한국 캐스터 중에서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대부분 caster jun(전용준)을 언급하던데 만약에 방송을 봤다면 어떤 느낌인가? 개인적으로는 캐스터 스타일이 비슷한 거 같다
전용준 캐스터는 내 선배이며 그의 소질과 몰입도는 매우 놀랍다. 매년 롤드컵에서 만날 수 있는데 만날 때마다 나는 먼저 가서 인사를 한다. 정말 존경한다. 그렇지만 현재의 저는 전용준 캐스터보다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하하. 인상 깊었던 일이 있었는데 롤드컵 시즌4 때 한국 캐스터 존이 우리 옆에 있었다. 싱가포르 해설이 끝난 뒤 인사를 나누는데 전용준 캐스터가 우리에게 ‘see you in busan’이라고 했다. 시즌5 때는 영국 런던아이에서 우연히 만났다. 비시즌에는 가보지 못한 국가를 여행하는 취미가 있는 거 같다. 

스타일이 비슷한 건 아마도 우리 시절에 캐스터들은 전용준 캐스터의 해설과 진행을 보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선배님의 영향을 받았다. 그런데 전용준 캐스터는 나처럼 해설할 때 논담은 자주 할 거 같지 않다. (웃음) 

우리 LPL 캐스터들은 전용준 캐스터를 '咆哮帝(포효제)'라고 부른다. 항상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경기장 분위기를 잘 이끌어주는 게 대단하다. 

▶咆哮帝(포효제)=포효+황제

-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 건 작년 다롄에서 열린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열정적으로 해설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부터다. 해설할 때 액션(예를 들어 두 손을 번쩍 들거나 등등)을 자주 취하던데 본인 습관인지 궁금하다
저 사진 정말 잘 나왔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개인적으로 이야기할 때 액션을 취하는 걸 좋아한다. 평소에도 그렇고 이렇게 하면 상대방에게 내 생각을 잘 이해시킬 수 있다. 또 속마음도 잘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해설할 때 흥분하면 자연스럽게 몸도 같이 움직이게 된다. 더 힘이 생기고 시청자들도 저와 같이 공감할 수 있다. 

- 방송할 때는 어떤 생각으로 임하는지 궁금하다. 본인이 생각하는 e스포츠 캐스터, 해설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e스포츠 캐스터와 스포츠 캐스터는 많이 다르다. 현실 세계를 해설하는 스포츠 캐스터와 달리 e스포츠 캐스터는 게임화면을 해설한다. 그래서 e스포츠 시청자들이 보는 화면은 전통 스포츠보다 많이 좁다. 그래서 e스포츠 캐스터는 시청자들이 재미있다는 걸 느끼게 해야 한다. 예전에 한 번 '경기가 메인 요리라면 스포츠 캐스터는 조미료, e스포츠 캐스터는 사이드 요리'라고 비유를 했었다. 

e스포츠 캐스터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자기 말을 믿지 못한다면 시청자에게도 믿음을 줄 수 없다. 자신감이 최고이며 그다음은 소질, 마지막은 경험이다. 또한 내공도 필요하다. 생방송이다 보니 말실수할 시간과 후회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 방송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언제인가?
방송할 때마다 특별한 순간은 누구나 갖고 있다. 인상깊었던 순간을 뽑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다. 예를 들면 롤드컵 시즌5 때 LPL팀의 전멸, 리프트 라이벌즈 때의 역전승 등 모두 소중한 추억이다. 

- 현재 LPL 스프링에서 활동하는 캐스터, 해설자가 총 24명이더라. 선배, 후배가 있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경쟁 상대라고 할 수 있는데 부담감은 없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후배 중에 눈에 띄는 캐스터나 해설자는 누구인지 알고 싶은데
오히려 다른 캐스터들이 저한테 스킬과 방법 등을 물어보면 나는 아낌없이 가르쳐줄 생각을 갖고 있다. 예전에 '캐스터 계에서 100명의 나, 100명의 '米勒', 100명의 전용준 캐스터'는 필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한 적 있다. 하하하.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캐스터 계는 '백가쟁명(百家爭鳴 :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자유롭게 발표하고 토론하는 일)'의 모습이어야 한다. 사람마다, 캐스터 팀마다 자신만의 색깔이 있고 팬을 이끄는 능력도 있다. 시청자들도 이런 '백가쟁명'의 모습에서 여러 명의 캐스터, 심지어 모든 캐스터를 다 좋아할 수 있다. 부담감은 전혀 없다. 

스타일적인 부분서 저보다 잘한다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그런 사람이 진짜 나타나면 '100년에 한 명 나타나는 천재'에게 진다고 생각할 거다. 깨끗이 승부를 내는 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 중의 한 가지라고 믿고 있다. 새롭게 합류한 캐스터들은 다 잘한다. 우리 시절보다 기초가 더 좋다. 그래서 특별히 누굴 지켜보지는 않는다. 전체적으로 실력이 다 막강하다. 

- 작년에 IG가 롤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LPL 평가가 달라졌다. 한국서는 LPL을 1부 리그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한데
우승을 했으니까 당연히 1부 리그라고 해야 한다. 하하. LPL이 왜 롤드컵서 우승할 수 있었는지 분석을 한 적 있다. 시즌5에서 전멸, 시즌6의 미숙, 시즌7의 아쉬움... LPL이 시즌5에서 전멸한 뒤 4년 동안 선수를 양성하고 문제점을 해결했다. 그래서 시즌8의 폭발은 필연적이었다. 동시에 LCK에도 감사드린다. 내 인생에서 신념은 '사람은 진보하면 항상 라이벌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 롤드컵 때문에 한국에 왔었는데 인상 깊었던 지역이나 장소를 꼽아줄 수 있을까?
가장 좋아하는 도시는 광주다. 광주에서 생활 리듬이 가장 편했고 사람들도 친절했다. 음식도 아주 맛있었다. 한국에서 서울, 부산, 인천, 광주 다 가봤지만 살고 싶은 곳을 꼽는다면 저는 광주를 선택할 거 같다. 지금도 상하이가 아닌 작고 조용한 도시에 살고 있다. 

- 앞으로 어떤 e스포츠 해설, 캐스터가 되고 싶은가?
시청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캐스터가 되고 싶다. 이게 최고의 평가라고 생각한다. 목표를 설정할 필요 없이 캐스터 테이블에 서면 시청자들이 싫지 않고, 심지어 어떤 시청자는 "아~ 오늘이 'wAwa'가 캐스터를 하는 날이네. 잘됐다"라고 한다면 큰 성공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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