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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히어로즈 리바이벌 박상현-신정민, 2019 시공의 기적을 말하다

Talon 2019. 4. 29. 10:19


작년 말 블리자드에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e스포츠 운영 중단을 알렸을 때 선수와 시청자 등 리그를 좋아했던 많은 사람이 실망하고 낙담했다. 더구나 예고된 종료가 아니라 갑작스레 알려진 중단이기에 이들이 받았던 충격과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목표를 잃은 이들은 학업이나 생계를 위해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 길을 포기할 수 없던 사람들도 있었다. 누군가 나서서 아직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야 했고, 누군가 나섰다. 2018년이 끝날 때 즈음 있었던 한 모임에서 이렇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뭐라도 하자고 해서 시작된 대회가 팬들의 심금을 울렸고, 크라우드 펀딩 형식으로 대회 기간 모은 상금은 2천만 원이 넘었다. 크라우드 펀딩 보상으로 차기 대회까지 확정되는 등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잊힌 게임이 아니라는 걸 시청자들과 팬들이 직접 보인 것.

이러한 움직임의 중심에는 박상현 캐스터와 신정민 해설, 그리고 대회를 승낙한 아프리카TV가 있었다. 아프리카TV는 플랫폼 내에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 주류 콘텐츠가 아니었지만, 이번 대회를 함께 준비하고 팬들의 후원을 빛내기 위해 최소한의 수수료만을 제외한 전액을 대회 상금으로 더했다. 결승을 앞두고 이렇게 모인 금액이 무려 2천3백만 원에 가까울 정도로 모였다. 1500만 원 달성 공약이었던 차기 시즌 개최에 이어 2천만 원 달성으로 네이밍 스폰 공약까지 달성될 정도.

누군가의 일터와 누군가의 자리, 그리고 좋아하던 리그가 사라졌다는 어둠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결국 다시 무대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을 끌어올린 사람들의 기분은 어떨까. 27일 프릭업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리그: 리바이벌 결승을 앞두고 박상현 캐스터와 신정민 해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제 결승만 남겨둔 상황입니다. 대회 시작 때는 확신이 없었다고 들었는데, 그야말로 성공적인 한 시즌을 마친 소감은 어떠신가요. 리그 중단 이후 힘들게 다시 열고, 시청자와 팬들의 지지를 받은 대회라 소감이 남다를 거 같습니다
박상현 캐스터: 대회가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다들 실의에 빠졌죠. 저만해도 당시에는 히어로즈 중계를 하지 않았지만 국내 첫 리그였던 히어로즈 빅 리그부터 슈퍼 리그까지 중계했던 캐스터로 정말 슬펐어요. 작년 연말에 히어로즈 중계진들이 모일 자리가 있었는데 정말 어두운 분위기였는데, 지금 모습을 보니 정말 행복합니다. 선수들이 할 일이 있고, 팬들이 좋아할 리그가 있는 게 저는 정말 보람이 넘쳐요.
신정민 해설: 저도 작년 당시에는 박상현 캐스터와 마찬가지였어요. 그래도 당시에는 마치 제가 상황을 미리 알고 있었던 듯 담담했어요.
박상현: 무슨 이야기야. 집에서도 안 나오고 감성적이고 우울하고 화가 많았는데.
신정민: 제가 그때 여러 가지 일이 겹쳤어요. 개인적인 일이지만 내년에도 별일 없을 줄 알고 전세 대출 받아서 이사갔는데 사흘 후에 리그 안 한다는 뉴스가 떴더라고요. 정말 암울했죠. 지금 상황이 기적 같아요. 선수나 시청자, 중계진이 하고 싶고 보고 싶어 하는 게 맞물려서 지금 히어로즈 리그가 진행되는 거 같아요.
 


중계진인 두 분이 그렇게 힘든 상황이셨는데, 인생의 일부분을 걸고 게이머 생활을 하던 선수들의 상황 역시 옆에서 바라보기 쉽지 않으셨을 듯 합니다
박상현: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중계진이야 그렇다 쳐도 자기의 모든 걸 걸고 있던 선수들은 어떻겠어요. 선수들의 마음도 마음이지만 각자의 길을 찾아 학업이든 아르바이트, 아니면 다른 종목에 도전하는 걸 보니 미안하고 슬프더라고요.
신정민: 저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생활을 해서 그런지 선수들의 마음이 느껴지더라고요. 다들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하나만을 생각하고 달려왔는데, 갑자기 눈앞에 절벽이 나타나면 어떻겠어요. 정말 안타까웠죠.
박상현: 대회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낌새라도 있으면 다들 마음의 준비라도 했을 텐데, 승강전도 다 하고 로스터도 받고 하던 상황에서 갑자기 안 한다고 하니까 충격 그 자체였죠.

다들 낙심하고 실망하던 상황에서도 두 분이 주축이 되어서 무언가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열린 것이 이번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리바이벌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이야기가 되어 대회까지 기획하게 되셨나요
박상현: 작년 연말에 정민이하고 보면서 (정)우서도 부르고 (나)형기도 부르고, 시간 되는 사람들 다 모여서 본 적이 있었어요. 곱창집에서 봤는데 서로 아무 말도 못할 정도로 우울한 분위기였죠. 그 자리에 있던 정민이가 이러면 안 되겠다, 우리라도 뭔가 해보자 하는 이야기를 했고 다들 그 자리에서 정민이가 뭘 하든 돕겠다고 했죠. 세상에 시청자들이 좋아하면 열리는 게 대회인데, 일단 작은 대회부터 해보자고 해서 아이디어를 냈죠. 그리고 이 대회를 도와줄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하다가 아프리카TV를 생각하고 의사를 전달했어요. 중계진들이 스타크래프트2 팀리그도 해보고 싶다고 해서 스타크래프트2 멸망전도 열어준 곳이 아프리카TV거든요. 서수길 대표님부터 스타크래프트2를 좋아하니까. 대관료에 장비에 인건비에 프릭업 스튜디오 하루 돌리려면 비용이 엄청난데도 열어준 적이 있어서 부탁하게 됐고, 정민이가 기획서를 만들어서 보냈어요. 기획서가 거창하지는 않았어요. A4용지 한 장인데, 거기에 진심을 담아 보냈죠.
신정민: 정말 제 모든 걸 담았어요. 가식 없이 필요한 것만 적었죠.
박성현: 그래서 아프리카TV에 보냈는데 30분 만에 답이 왔어요. '합시다'. 그 짧은시간에 담당자에 팀장에 본부장에 대표까지 다 오케이를 받은 게 너무 신기했어요. 제안서 제대로 써서 보내달라고 하더라고요.
신정민: 중계진이 결정되어 있던 게 컸어요. 박상현 캐스터가 제일 중요했죠. 못한다고 하면 사실 대회하기 쉽지 않았는데, 먼저 나서서 가능한 일이었거든요.
박상현: 사람들에게 강제로 같이 하자, 이게 부탁이라도 부담이 되는데 먼저들 하겠다고 나서서 하니까 빠르게 진행됐죠. 신정민 해설을 주축으로. 설마 정민이가 협박해서 했겠어요.
신정민: 형 저한테 협박당했어요?
박상현: 아니지 먼저 하자고 했지.
신정민: 보통 중계는 게임이 좋아서 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특히 히어로즈는 정말 게임을 좋아해서 중계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특히 시청자와 관객들과 소통하면서 하는 재미가 컸는데, 그게 없어지니 허전하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다시 그 느낌을 받고 싶다는 생각에 나서게 됐습니다.
 


대회를 다시 하겠다는 중계진들의 마음이 시청자들에게도 닿았는지 이번 대회는 크라우드 펀딩 형식으로 진행 되었는데, 기본 상금의 세 배가 넘는 금액이 시청자들의 도움으로 모였죠. 크라우드 펀딩으로 대회를 연 이유와, 이 정도로 큰 호응이 있을 지 예상하셨나요
박상현: 어느 정도 이상의 상금을 주최측에서 걸면 정식 대회 라이센스를 얻어야 하는데, 그 한도가 6백만 원 정도였어요. 그래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기본 상금은 저 정도로 걸고, 나머지는 요즘 유행하는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해보기로 했죠. 그리고 저 이상으로 아프리카TV에 뭔가 요청하기도 미안했어요. 이미 대회를 운영하는 데 정말 많은 걸 도와주셨거든요. 그리고 콘텐츠를 만드는데 시청자와 팬들이 참여하면 소속감도 생기고 소속감이 생기면 생명력이 생기거든요. 그리고 아프리카TV에서도 결제 수수료만 빼고 나머지는 다 상금으로 돌렸어요. 회사 수익으로 돌아가야 할 부분도 상금에 더해진 거죠. 그리고 이정도로 상금이 모인 걸 보고 놀랐어요.
신정민: 저희가 제안서에서 아프리카TV에 요청한 걸 거의 다 들어줬어요. 크라우드 펀딩을 하더라도 팬들이 더해준 상금은 선수들이 많이 가져갔으면 한다고 했는데 결제 수수료만 뺄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요. 히어로즈 방송이 아프리카에서 주류가 아닌데도 흔쾌히 수락해주시고, 방송 환경에 옵저버 시스템까지 도와주신 걸 보고 놀랐어요. 그리고 크라우드 펀딩으로 2~300만 원 정도 상금이 모인 건 봤는데 2천만 원이나 모일 줄은 몰랐죠. 결승전까지 5백만 원만 모여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원래 펀딩 금액 공약도 없었어요. 그런데 아프리카TV에서 먼저 펀딩 감사 공약 해야 할 거 같다고 하셨고 2회 개최니 네이밍 스폰이니 하는 목표를 만들었는데 그걸 다 달성했죠.

그리고 결승은 프릭업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데, 이 비용도 만만치 않죠. 이야기하신 걸 들어보니 먼저 오프라인 결승을 하고 싶다고 하지는 않으셨을 거 같은데, 어떻게 해서 결승전은 오프라인으로 진행하게 되셨나요
박상현: 아프리카TV에서 그래도 결승은 오프라인으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시면서 걱정 말라고 하셨죠. 결승에 관련된 건 알아서 다 해줄 테니 걱정 말라고 하셔서 놀랐어요. 정민이가 이야기 한대로 아프리카TV는 히어로즈와 접점이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이렇게 해준 걸 보니 대단하죠.
신정민: 플랫폼을 떠나서 본질만 본 거 같아요. 이 게임이 아프리카TV를 통해서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가 하는 부분이요. 계산기만 두들겨서는 나올수 없는 결정의 연속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더 도움이 되고, 결승전에 사람들이 많이 올까 먼저 생각했죠. 저도 정말 오래간만에 관중 앞에서 중계한다는 게 설레고 떨려요.
 


시청자와 관중들의 성원에 힘입어 천오백만 원 펀딩 목표 공약인 차기 시즌 진행도 확정됐죠. 작은 대회라도 해보자고 해서 시작한 이번 대회가 차기 대회 확정까지 될 정도로 시청자들의 성원이 컸는데, 이 부분을 보고 어떻게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박상현: 정말 너무 감사하고요. 저는 콘텐츠의 생명력이 생겼다는 게 너무 기뻐요.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연속성이 있어야 팬들이 실망을 안하거든요. 참여팀만 있다면 계속 히어로즈 리그를 여는 게 목표입니다. 참여팀만 있으면 되죠.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도 한 번의 침체기를 겪었지만 결국 다시 일어섰잖아죠. 저는 히어로즈도 다시 일어서면 좋겠고, 그렇게 되리라 믿어요. 그리고 생태계를 위한 다른 부분은 신정민 해설이 잘 할거예요. 그렇지?
신정민: 기반만 있다면 무조건하죠. 선수들이 다시 여기에 열중할 수 있다면 더 열정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할 수 있다고 봐요. 첫 대회인 지금도 달라진게 뭐냐면, 대회 중단 발표 이후에는 히어로즈 영웅 리그 큐가 안잡혀서 게임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예전처럼 잘 잡히죠. 끝난 줄 알았던 생태계가 돌아간다는 점이 정말 좋고, 이걸 다른 누가 아닌 시청자들의 힘으로 만들었다는 게 정말 감사해요.

이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리바이벌의 결승전만 남았습니다. 지금까지의 과정도 정말 좋았지만, 결승전만의 중요함이 또 있죠. 결승전을 앞둔 기대감 같은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박상현: 히어로즈 대회 결승전, 그것도 오프라인에서 하는 결승전은 히어로즈 팬들이라면 정말 기다리셨을 거 같아요. 선수의 지인들, 선수를 했지만 이번 대회는 못 나왔던 사람들. 다들 한자리에 있는 걸 상상만 해도 감동이 파도처럼 몰려와요. 결승인데 빈 자리가 있으면 정말 힘빠질 거 같아요.
신정민: 저도 많이 오실 거라 믿어요. 중계 중에도 꼭 오시라고, 출석 체크 할거니까 많이 와달라고 몇 번이나 말했고요.
박상현: 출석부 만들어서 신정민 해설이 면담도 들어가야죠. 정민이가 면담 참 잘하거든요.
 


만석 공약 같은 걸 하시면 도움이 좀 되지 않을까요? 개그맨 유민상 씨와 콜라보 방송이라든가
신정민: 결승 만석이 되면 차기 시즌에서 뭘 할지 의견을 수렴해서...
박상현: 정민이 너 특출나게 잘하는 거 있니?
신정민: 그게 없네요. 꽉 차면 무대 앞에서 큰 절 두 번과 반절 한 번을 하겠습니다.
박상현: 백팔배는 어때? 그리고 프리허그도. 너 한 번에 다섯 명씩 안아줄 수 있잖아.
신정민: 해설해야 하니까 백팔배는 힘들고 프리허그는 원하시면 해드려야죠.

정말 어둠 속에서 열정 하나만으로 시작해서 e스포츠 역사에 남을 대회를 만들었는데, 시즌을 돌아보며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그리고 결승을 앞두고 인터뷰를 마치며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상현: 히어로즈가 아직 살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다들 좋아해 주시고 그걸 또 펀딩으로 표현해주시니까 책임감이 생겼습니다. 결승전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물심양면 지원을 해주시지만 저희 의견을 거의 100% 수용해주시는 게 아니라 그걸 넘어서 200% 도와주신 아프리카TV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선수들과 팬들이 좋아하는 최적의 대회를 만들 수 있었어요. 선수들이 이제 각자의 길을 가야 하니까 일반적인 대회 시간인 오후 5시~7시 사이에는 리그를 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대회가 오후 9시에 시작하는데, 아무리 빨리 끝나도 12시에요. 이걸 정리하는 스태프분들이 정말, 정말 고생하셨어요. 선수들 연락하고 일정 잡는 일을 담당하시는 분은 한 번 앓아눕기도 했죠. 항상 고생하는 스태프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대회를 열 수 있게 도와준 담당자 분들과 채정원 본부장, 그리고 서수길 대표님에게 감사하다고 꼭 전하고 싶어요.
신정민: 재미있는 한 시즌이었습니다. 선수들이 대회에만 집중할 수 없으니 많은 일이 일어났지만 다들 자기 일처럼 도와주셔서 잘 치를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다음 시즌에는 더욱 매끄러운 대회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선수들이 다시 히어로즈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힘든 상황에서 다시 팬들의 사랑으로 살아난 히어로즈 대회인 만큼 결승전에서도 여러분들의 사랑을 한 번 더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상현: 정말 이번 대회는 누가 열고 누가 보고 누가 중계하고 이렇게 나뉜 게 아닌 시공인들이 함께 만든 대회입니다. 그만큼 결승전까지 모두 같이 모여서 경기를 하고 보고 중계헸으면 합니다. 꼭 많이 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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