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김용우가 만난 사람] '크레이머' 하종훈, "허술하게 하고 싶지 않다"

Talon 2019. 4. 30. 08:35

"나는 이 정도 받아도 될 거라고 생각해서 팀에게 이야기했는데 잘 안됐다. 개인적으로 '이 정도의 가치도 없는 원딜'이라고 생각했다. 제안을 계속 기다렸고, LGD 게이밍에서 나의 가치를 높게 쳐줬다."

지난해 아프리카 프릭스를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본선으로 이끈 '크레이머' 하종훈은 시즌이 끝난 뒤 팀과 결별했다. 다른 국내 팀으로 갈 거로 예상됐지만 그가 선택한 곳은 중국이었다. 특히 리빌딩과 성적의 정 가운데 있던 LGD 게이밍에 '이안' 안준형과 함께 입단해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 

비리비리 게이밍(BLG)과의 항저우 개막전서 LGD 게이밍은 자체적으로 만든 오프닝 영상을 공개했다. 주전 선수들이 총출동했는데 마지막을 장식한, 택시를 탄 다음 기사에게 'LGD 경기장으로 가자'라고 외친 이는 '크레이머' 하종훈이었다. 많은 기대 속에 시즌을 치렀지만 팀 성적은 좋지 못했다. 개막 이후 4연패에 빠지면서 16개 팀 중 최하위로 떨어진 것. 

- 한국에서도 제안을 받았을 거 같은데 중국을 선택한 이유를 알고 싶다
한국 팀에서 제안이 왔었지만, 부른 금액이 높았던 거 같다. 아프리카와 결별한 뒤 팀을 찾으면서 원하던 금액이 있었다. 나는 이 정도 받아도 될 거라고 생각해서 팀에게 이야기했는데 잘 안됐다. 개인적으로 '이 정도의 가치도 없는 원딜'이라고 생각했다. 제안을 계속 기다렸고 LGD 게이밍에서 나의 가치를 높게 쳐줬다. 

- LGD 게이밍만 제안을 받았던 건가? 
복수의 팀에서 제안을 받았다. 팀은 개의치 않았다. 어느 팀을 가더라도 잘할 자신 있었다.

- LPL 스프링서 LGD 게이밍이 부진할 때 '소년 가장'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한국서는 '안 죽는 원딜', '사리는 원딜'로 소문났는데 중국서는 정 반대가 됐다. 팀에 스타일을 맞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프리카에 있을 때도 플레이 스타일 변화를 시도해봤다. 스크림(연습경기)서 공격적으로 해봤는데 내가 먼저 뭔가를 시도하면 많이 죽더라. 팀에 안 맞는다고 생각해 안정적으로 하려고 했다. 

- 팀을 결정할 때 LGD 게이밍에 대해 잘 알고 있었나? 
예전에 많이 알았다. 내가 플래시 울브즈(당시에는 요이 플래시 울브즈)에 있었을 때 LGD 게이밍이 잘 나갔다. 롤드컵도 나갔으니까. 

- 그러고 보니 플래시 울브즈에서도 뛰어서 적응에는 문제없을 거 같은데 
음식적인 부분서 힘들었다. 힘든 걸 게임으로 풀었다. 중국에 있을 때는 게임에만 올인했다. 

- 이야기를 들어보면 팀에서 기대를 많이한 거 같다 
맞다. 팀에서 기대감이 컸다. 높은 곳(롤드컵)에 갔던 선수라서 그럴 것이다. 기대감 때문에 더 열심히 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난 쉬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스스로에게 혹독했다. 

- 중국에 진출한 선수들은 언어적인 부분이 가장 힘들다고 하더라 
막막했다. 스크림 하는데 하나도 안 들렸다. 처음에는 내가 개인적으로 배운 단어 만으로 플레이했다. 게임 내 상황이 정 반대라면 난 망하는 거였다. 팀원들은 내가 LMS에서 활동한 적이 있어서 중국어를 할 줄 알 거로 생각했다. 당시에는 하나도 안 했다. 중국어는 하루에 1~2시간씩 공부했다. 공부한 다음에야 선수들이 말하는 게 유추가 됐다. 예를 들어 선수가 바론을 친다면 처음에는 하나도 안 들렸다. 경험 만으로 추측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부를 하고 난 다음에 스크림을 자주 하다 보니 선수들이 하는 단어와 문장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중국어가 빨리 늘었다. 지금은 게임하는데 지장 없다. 다 알아듣는다. 말하는 게 어렵지만 소통하는 데 문제없다. 

- 개막전서는 공교롭게 BLG와 대결했다. '쿠로' 이서행과 대기실서 만났던데 어땠는지 궁금하다 
대기실에서 (이)서행이 형과 만났다. 그 경기는 가볍게 이길 거로 생각했는데 대패해서 화가 났다. 내가 나를 높게 보는지 모르겠지만, BLG에게도 패한다면 '나를 어떻게 봐야하나'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프로게이머로서 가장 중요한 건 첫째는 '성적'이다. 중국에 온 것도 잘 되려고 왔는데 계속 지니까 멘탈이 나갈 거 같았다. 화도 많이 났다. 억울하다고 생각하면 솔로 랭크로 풀었다. 대회서 이기질 못하니까 랭크 게임에 의지하게 됐다. 이기고 싶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언행이 좋지 않았다. 다른 프로 분과 아마추어 선수에게 누를 많이 끼쳤다. 

- 연패를 했지만 롤드컵 우승 팀인 IG를 상대로 첫 승을 거두면서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 
개인적으로 '욱'했다. 당시 IG가 원거리 딜러 주전을 '재키러브' 유웬보 대신에 백업인 '웨스트' 첸롱을 투입시켰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 선수로서 자존심이 떨어졌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경기 전부터 이를 갈고 있었다. '웨스트'에게 질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대기실을 지나가는데 '재키러브'의 건강이 안 좋은 걸 알게 되니까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됐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징동 게이밍전서 몸 상태가 안 좋아서 힘들게 게임을 했다.(참고로 LCK와 달리 LPL은 경기 당일 아침에 로스터가 발표된다.)

- 성적이 바닥을 치다가 마지막 4경기서 3승 1패를 기록했다. 막바지에 성적이 올라가서 아쉬움이 남았을 거 같다
별로 아쉽지 않았다. 리빌딩 된 팀은 성적을 내기 힘들다. 서머 때 더 잘하자고 생각했다. 

LGD 게이밍은 4주차서 롤드컵 우승팀인 인빅터스 게이밍(IG)에 2대0으로 승리하며 첫 승을 신고했다. 7주차서는 EDG 게이밍에 2대0으로 승리했다. 7주차까지 2승 9패로 최하위를 달렸던 LGD 게이밍은 마지막 4경기서 3승 1패를 하며 시즌 5승 10패, 11위로 시즌을 마무리 했다. 

시즌이 끝난 뒤 한국에서 만난 '크레이머' 하종훈은 '서머 시즌서는 허술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고 했다. 선수 생활 동안 팀이 약하다고 해서 연습을 대충 하고 게을러지고 싶지 않다. 잘한다는 이야기를 은퇴할 때까지 듣고 싶다'고 했다. 짧은 휴가를 마친 하종훈은 NEST 예선에 참가하기 위해 항저우로 돌아갔다. 25일 벌어진 경기서 LGD 게이밍은 징동 게이밍에게 2대3으로 패해 탈락했다. 

- 선수들에게 물어보는 거지만 프랜차이즈 홈경기다 보니 편안하게 준비할 거 같다 
경기장이 숙소에서 걸어서 2~3분 거리다. 정말 편안하다. 베이징을 한 번 간 적이 있었는데 정말 멀었다. 프랜차이즈의 경우에는 홈 팀이 편안하다. 

- LPL 원거리 딜러 선수 중에 본인은 몇 등이라고 생각하나? 
네 손가락 안에 든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3명은 RNG '우지' 지안쯔하오, IG '재키러브'와 함게 사이노 드래곤 게이밍(SDG) '갈라' 첸웨이다. 3명 중에 '갈라'는 라인 전보다 한 타 싸움서 강점을 보이는 거 같다. 

- 15경기를 치르면서 인상깊었던 팀을 고르자면 
V5였다. 처음으로 원딜러인 'y4' 왕농모에게 솔로킬을 내줬다. 자신감이 있었는데 이즈리얼로 맞고 나니까 당황했다. 경기하면서 당황한 건 그 경기가 처음이었다. 각이 다르던데 '역시 중국은 다르구나'라고 느꼈다.(웃음)

- 많은 사람은 LPL이 공격적인 스타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느껴본 LPL 스타일은 어떤가? 선수들은 정글러가 바위게 싸움부터 라이너를 부른다고 하던데
개인적으로 중국 정글러가 더 잘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중국 스타일로 하는 선수가 SKT T1 '클리드' 김태민이다. '클리드'와 그리핀 '타잔' 이승용이 한국서 가장 잘한다. 중국은 정글러 위주로 플레이하는데 바위게 싸움을 하게 되면 먼저 가는 사람이 임자다. 바위게 전투는 생각 없는 플레이가 아니다. 사람이다 보니 실수를 하지만 우리가 가지 못해서 건드리지 못하면 시야가 좁아진다. 다른 사람이 봤을 땐 생각 없어 보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리스크가 큰 싸움이지만 각 팀들은 계속 시도한다. 

- 플레이 스타일이 많이 변한 거 같다 
많이 변했다. 보는 눈이 더 넓어졌다. 운영이 좋아졌다. 

- 궁금했던 게 중국에서 휴가를 받으면 뭘 하면서 지냈나? 
계속 솔로 랭크를 했다. 랭크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휴가를 주면 더 좋다. 여행도 중요하지만, 게이머 입장서 여행하는 거보다 게임을 하는 게 낫다. 열정적으로 한다고 하지만 이기질 못한다. 그래서 화가 날 때도 있다. 

- 아프리카 프릭스 최연성 감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한데 
'은인'이다. 사람을 만날 때 마음까지 볼 수 있게 한 분이다. 게이머 출신이라서 그런지 선배 입장에서 후배를 생각해준다. 좋다고 생각한다. 팀을 나갔지만 연락하고 찾아뵙게 된다. 만나면 좋은 이야기를 해준다. 

- '기인' 김기인의 백업이었던 '서밋' 박우태는 샌드박스 게이밍에서 정상급 탑 라이너가 됐다 
(김)기인이에게는 나갈 때 '한 살 더 먹으면 피지컬 떨어진다'라며 악담을 했는데 정말 잘한다.(웃음) '서밋'의 경우에는 못하는 게 아니었다. '서밋'도 잘하는데 한국서 '기인'을 꺾을 선수가 없었다. '서밋'이 실수를 1~2개를 하면 '기인'은 없는 정도였다. 그런 걸 봤을 때 '서밋'은 다른 팀으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 다른 선수보다 빨리 NEST로 서머 시즌을 돌입한다.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롤드컵을 보고 있다. 현실을 알고 있지만, 최선을 다한 다음, 후회는 안 하고 싶다. 허술하게 하고 싶지 않다. 선수 생활 동안 팀이 약하다고 해서 연습을 대충 하고 게을러지고 싶지 않다. 잘한다는 이야기를 은퇴할 때까지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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