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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빛의 티타임] 변화 위해 나아가는 '매드라이프' 홍민기, 3년차 스트리머의 성찰

Talon 2020. 1. 25. 16:52

2020년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2017 시즌을 마지막으로 프로 선수로서 은퇴한 '매드라이프' 홍민기는 스트리머 3년차를 맞이한다. 프로 선수가 아닌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보낸 세월 동안 홍민기는 많은 변화를 거쳤다. 과묵해 보였던 프로게이머는 농담이나 드립을 던지거나 자신을 스스럼 없이 '덕후'라고 소개하는 즐거운 스트리머가 됐다. 또한 LCK 분석데스크나 다양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활동 영역을 넓혔다.

프로 선수 당시와 비교하면 이미 많은 면에서 달라진 홍민기지만 그의 변화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 방송이 안정권에 접어든지 오래지만 홍민기는 정체되지 않기 위해 개인 방송의 방향을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계속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홍민기의 말도 그의 각오를 잘 보여준다.

1월은 한 해 동안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이 가장 치열할 시기다. 자신의 아레테(arete)를 꽃피우기 위해 노력하는 스트리머 홍민기는 2020년을 맞이해 어떤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을까. 한 카페에서 홍민기를 만나 스트리머로서 지내온 그의 시간을 되짚어 보고 앞으로의 각오와 목표를 들어보았다.

자기소개를 부탁 드릴게요
슬슬 프로의 껍질을 벗고 일반인이자 스트리머, 유튜버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매드라이프' 홍민기라고 합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셨나요
제일 모습을 많이 드러냈던 LCK 분석데스크 이후로 꾸준히 솔로랭크를 방송했어요. 열번째 랭크 시즌이 시작되면서 어떤 챔피언으로 점수를 올릴 수 있는지 알려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노블레스(노틸러스-블리츠크랭크-레오나-쓰레쉬)가 좋다는 속보 아닌 속보를 전해드립니다.

어느덧 선수로서 은퇴하고 스트리머로 활동한 햇수로 3년이 됐습니다. 스트리머 3년차를 맞이하는 소감은 어떤지요
처음 은퇴하고 스트리머를 했을 때와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프로로 활동했던 기억과 마인드가 조금씩 잊혀져 가는 기분이고, 승부욕도 선수 때만큼 있지 않아요. 대신 개인 방송으로 노출되다보니 언행이나 플레이, 게임 내 자세를 통해 최대한 좋은 영향력을 미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말씀을 들어보면 개인 방송을 하면서 나름의 원칙이나 철학이 있으신 것 같아요
개인방송에서 보여지는 소위 '매운 맛'은 하나의 특징이라고 보고 있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그와 달리 팀원들과 협력하고 긍정적인 대화를 나누는 데서 게임을 하는 재미와 쾌감을 느껴요. 패배 속에서도 양분을 찾고 발전 방향을 하나씩 찾는 재미가 있죠. LOL을 보면 한 판마다 점수가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과열된 분위기가 있어요. 저는 좋은 말을 쓰고 트롤 플레이나 과격한 언행, 남탓을 배제하며 프로 때 가졌던 마인드를 개인 방송에 녹여내려고 해요. 그 탓에 제 개인방송이 루즈하고 말도 많이 없이 없었는데 최근에 컨셉을 '덕후'로 잡았습니다.

부계정 '내그랩은살인이다'도 '덕후' 맥락에서 지어진 이름인가요
만들면서도 뿌듯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봉인이 해제된거죠. 다른 사람들이 저를 '덕후'라고 불러도 기분이 안 나쁘단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원래 애니메이션도 많이 봐서 컨셉이 아닌데, '앰비션' 강찬용은 약간 컨셉이에요. "누가 널 이렇게 만들었냐" 하면서 듀오하니까 재밌더라고요.

프로게이머로 하는 개인 방송과 스트리머로서 하는 개인 방송은 어떻게 다른가요
예전 프로 시절에 했던 솔로 랭크 방송은 연습 과정을 보여주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녔어요.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게임할 때는 진지한 모습을 보여드렸죠. 자연스러운 연습 과정이었기 때문에 별달리 뭔가를 의식하지 않았어요. 프로 땐 이기기 위해 연습하고 기량을 올리며 개인 방송을 했다면, 은퇴한 후 현재 하는 솔로 랭크는 크리에이터로서 콘텐츠를 만들거나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주는 등 목적이 좀 달라졌습니다. 그런 점에선 시청자분들과 의견을 많이 교환하고 원활한 쌍방향 소통을 하려고 해요. 유튜브는 유튜브대로 영상을 재밌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소통'이라는 말이 공통으로 언급되네요. 혹시 개인 방송을 시청하시는 팬들과의 관계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요
많이 달라진 것 같지 않아요. 달라진 건 저죠. 프로 땐 기업의 이미지가 있으니 제가 어떤 행동을 하면 그게 저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영향이 가기 때문에 제한이 있었어요. 아주부 스트리밍 당시엔 마이크도 쓰지 않았고요. 기업을 떠나 개인으로 활동하게 되니 제 행동에 제가 오롯이 책임을 지는 상황이 됐죠. 그 안에서 팬분들과 마이크를 통해 티격태격도 하고 좋은 말도 해주는 관계로 바뀐 것 같습니다.

개인 방송을 통해 성격이 정말 많이 달라지신 것 같습니다
객관적으로 봐도 제가 예전엔 말이 없었어요. 정확하겐 마음 속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그것을 정제하고 어떤 단어를 사용해 표현할지에 대한 부분이 덜 발달됐죠. 이야기를 해보고 인터뷰도 하면서 경험을 쌓으니 스킬이 늘었고, 성격이 변했다는 말이 나오게 된 것 같아요.

평소엔 조용한데 야한 이야기만 나오면 좋아한다고 손대영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2012년부터 이어져 오던 이야기인데, 전 아니에요. 강찬용이라든가 다른 사람과 듀오를 하다 보면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 혼자 웃어서 무안하긴 했어요. 사람들은 절 보고 '아, 진짜였구나'하게 되는거죠. 100명이 들으면 90명이 웃을 이야기인데 제게 그런 낙인이 찍힌거죠. 저는 그렇게 억울함을 표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개인 방송을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플랫폼 대전이었던 것 같아요. 여성 스트리머들과 올스타에 간 인연으로 게임하시는 것을 봐줬다가 대회 끝까지 함께하게 된 연대기가 있죠. 서사시라고 해도 될 정도인데 이건 제가 말하는 것보다 검색해서 찾아 보시면 더 재밌을 거예요. 게임 영상도 그 분들 유튜브에 개인 시점으로 보실 수 있어요. 그 외엔 어지간하면 다 LOL과 연관된 이야기네요.

개인 방송을 하다 보면 소재 고민이 클 것 같아요
처음엔 LOL을 쭉 하다가 슬슬 여유가 생기고 방송에 욕심이 생기다 보니 다른 게임도 많이 해봤어요. 구CJ 멤버들이 군대를 가기 전에 같이 게임 할 시간이 많았거든요. 유튜브와 같이 생각해보고 개인방송의 실시간 시청자들의 LOL과 다른 게임의 시청자를 비교하니 격차가 너무 컸어요. 그렇게 다른 게임의 빈도를 쭉 낮췄어요. 다른 게임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긴 해요. 결국 꾸준히 뭔가를 이끌어내지 않으면 정체되기 마련이니까. 소재는 많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분들이 봐주시지 않으니 어떻게 해야 보러 와주실까에 대한 고민이 많죠.

크리스마스 때 추억의 게임을 하나씩 해보는 것도 반응이 좋았어요
크리스마스 때 LOL을 한다? 아, 물론 LOL은 나쁜 게임은 아닙니다. 그런데 현자타임이 너무 오는 거에요. LOL을 하기엔 힘들어서 한 시간 전에 생각해서 진행한 콘텐츠가 고전 RPG를 한 번씩 해보는 것이었죠. 해봤는데 그 게임을 즐기시면서 절 아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신기했고, 어릴 때 재밌게 했던 게임도 있어서 향수도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RPG는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고 엔딩이 없어서 꾸준히 하긴 힘들 것 같아요. 올해는 신작이 많이 나오니 다른 게임의 입지를 늘려보고자 합니다.

파이널 판타지 14을 즐기시는 모습도 최근 개인 방송에 자주 나오고 있어요
파이널 판타지 14도 오래동안 재밌게 하는 게임이지만 시청자가 잘 나오는 구간이 있고 안 나오는 구간이 있더라고요. 새로운 레이드가 나올 때가 피크라고 생각해요. 그 때가 아니면 따로 방송은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시청자 참여를 통해 뭔가 하겠다는 계획은 없어요.

구정 때 특별한 개인 방송 계획은 없으신가요
크리스마스 땐 보통 집 밖으로 못 나가는 분들이 많잖아요. 구정 땐 밖으로 나가시는 분들이 많아 모바일 방송을 통해 많이 보실텐데, 그걸 위한 콘텐츠를 딱히 정하진 못했어요. 아마 평범하게 LOL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개인 방송 외적인 부분도 이야기 해볼까요. LOL INVADE ART 전시에 프로게이머 중엔 '페이커' 이상혁과 함께 그려져 있었는데 어떤가요
굉장히 뿌듯하죠. 사진을 봤는데 누가 봐도 저구나 싶더라고요. LOL 프로 생활을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나를 기억해주길 바란다는 것을 원했는데 예술 작품으로 남게 되면서 많이 뿌듯했어요. 모든 프로게이머들의 소망일거에요. 성불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 개인 방송 외적으로 많은 활동을 보여주고 계세요
저는 언제나 e스포츠 쪽에 종사하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프로게이머를 하고자 하는데 경험담이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재능 기부를 하고 싶습니다. 불러주시면 달려갈 수 있어요. 

프로 생활을 하면서 이룬 커리어가 있어 코치 제의가 왔다고 들었습니다
e스포츠 프로쪽 생활은 더 이상 안 할 것 같아요.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더라고요. 방송도 꾸준히 정시정각에 해야 하는데 그런 것도 못하고 있거든요.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제의를 많이 주시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그렇게 봐주신 만큼 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서 힘들 것 같습니다.

2019년엔 분석데스크에서 활약했는데 올해는 어떨까요
제 능력이 되는데까지 계속할 예정이에요. 작년 스프링까진 분석데스크를 진행하면서 게임은 잘 보이지만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단 고민이 있었다면, 서머와 롤드컵을 거치니까 말은 어떻게든 하겠는데 게임이 슬슬 잘 안 보인다는 걸 알게 됐어요. 스크림을 보면 어떤 픽이 좋고 어떻게 플레이 해야하는지, 승리 시나리오가 뭔지 보여야 하는데 그게 안 보이니 힘들더라고요. 고민 중입니다.

함께 분석데스크를 진행하는 김민아 아나운서가 요즘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나오는 모습을 혹시 알고 계셨나요
다른 사람들이 저를 보고 사람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느낌이랑 비슷하지 않을까요. 롤드컵 4강 때 왜냐맨을 알고 집에서 봤는데 도저히 제가 알던 그 분이 아닌 거예요. 분명 오랜 시간 같이 일하던 분은 그런 모습이 아녔거든요. 그런데 재밌었어요. 최근에 워크맨을 보니 그야말로 "오 마이 갓"이었습니다.

게임에 대한 인식이 최근 빠르게 바뀌기 시작했어요. 이런 인식 변화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무조건 좋죠. 저 역시 게임을 통해 많은 변화를 겪은 사람 중 한 명이에요. 게임엔 분명 좋은 면도 있고 그렇지 못한 면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어떤 것을 하더라도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강구해야 해요. 게임이 음지에 있었지만 양지로 나와 다른 사람들이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되면 좋겠습니다.

새해인데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궁금해요
저는 '꼰대'가 아녔으면 좋겠어요. 시대는 계속해서 빠르게 바뀌는데 내가 30대, 40대가 되면 더 빠르게 바뀌고 적응하지 못할 수 있잖아요. 제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보단 하던 것을 편하게 쭉 하려는 편인데 바꿔나가려고 해요. 계속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릴게요
잊혀질 즈음에 소중한 기회를 주셔서 인터뷰를 하게 되어 감사드려요. 2020년 새로운 한 해가 밝았습니다. 1월은 마인드가 긍정적으로 열려있는 시기입니다. 처음 다짐했던 것들을 연말까지 잘 이어나가시길 바라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세뱃돈도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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