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강팀도 없고 처절한 약팀도 없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 정규 시즌이 모두 끝났다. 현재 14승 4패를 기록한 세 팀이 나란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kt 롤스터와 담원 게이밍은 4, 5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아프리카 프릭스, APK, 한화생명은 각각 7승과 6승을 기록해 중간 다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승강전은 샌드박스와 그리핀 두 팀으로 결정됐다.
젠지-T1-드래곤X, 14승 4패 패밀리
시즌 초 많은 사람들은 예상했다. 젠지가 압도적인 ‘1황’ 자리에 오를 것이라고. 그 사람들의 예상이 틀린 것은 아니다. 젠지는 LCK 3주부터 쭉 1위 자리를 지키며 6주 동안 군림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예상과 달랐던 부분. 바로 T1과 드래곤X다. 먼저 T1은 기존에 함께했던 상체 선수들이 이탈해 전력 약화를 예상했다. 하지만 흔들리던 탑이 빠르게 잡혔고, 안정적인 포지션을 잡으며 베테랑 선수들에게 힘을 더했다. ‘커즈’ 문우찬과 정반대 스타일을 가진 ‘엘림’ 최엘림이 등장했을 때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T1은 2라운드부터 빠른 템포를 가져가며 탑에 공격적인 챔피언을 주는 등 새로운 시도를 반복하고 있다.
드래곤X는 새로 등장한 ‘표식’ 홍창현과 ‘케리아’ 류민석, 그리고 아직 경험치가 부족한 ‘도란’ 최현준으로 로스터를 구성했다. ‘쵸비’ 정지훈까지 신인 축에 속하므로, 결국 베테랑은 ‘데프트’ 김혁규 한 명인 셈이다. 하지만 드래곤X는 그 점을 이용해 팀 색깔을 정했다. 바로 교전 지향적인 모습이다. 공격적이고 변칙적인 모습은 올드 게이머들이 예측하지 못한 틈을 파고들어 균열을 만든다. 류민석이 유력한 신인상 후보에 오른 것도 바로 이 판을 만드는 데 많은 부분을 일조했기 때문이다. 드래곤X의 성향은 정교한 운영이나 더한 공격성에 가로막히기도 한다. 하지만 미끄러져도 다시 일어나 펀치를 날리는 것으로 3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플레이오프 세이프, kt 롤스터-담원 게이밍
kt 롤스터는 지옥과 천국을 오가며 수련을 마쳤다. 시즌 초 충격적인 5연패로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샀지만 단 1승으로 모든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상대는 당시 젠지, T1과 호각을 다투던 아프리카 프릭스. kt 롤스터는 그 승리를 기점으로 스프링처럼 튀어올랐다. kt 롤스터는 밴픽 단계부터 노골적으로 바텀 몰아주기에 나서며, 상대는 그걸 알면서도 막을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중심이 되는 바텀부터 폼이 상승한 탑 ‘소환’ 김준영까지. 플레이오프에선 충분히 위협적인 팀이다.
반면 담원 게이밍은 2라운드부터 로스터에 ‘고스트’ 장용준을 추가해 변화를 노렸다. 경기력이 확실하게 올라온 것도 2라운드부터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자면 꾸준히 중위권은 유지하고 있었다. 강팀에겐 승점을 내주더라도 약팀은 확실히 잡고 가는 모습이었으므로. 2라운드에선 T1에게 설욕을 되갚으며 승리했고 확실하게 승점을 챙겨 턱걸이로 플레이오프에 올라왔다. 장용준의 투입과 더불어 ‘캐니언’ 김건부, ‘쇼메이커’ 허수의 기세가 오른 것이 이유로 보인다. 여기에 ‘베릴’ 조건희까지 다양한 챔피언을 활용해 상대를 뚫었다.
‘눈떠보니 이웃사촌’ 아프리카-APK-한화생명
케스파컵 우승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아프리카 프릭스는 예상치도 못한 복병과 마주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긴 휴식기를 거친 후 스프링 2라운드가 재개된 것. 아프리카는 2라운드에서 단 1승에 그쳤다. 세트 단위로 끊자면 4세트를 승리했다. 1라운드 마지막 매치에서 T1을 상대로 승리한 모습을 생각하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추락이다. 아프리카는 콕 찝어 지적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모든 라인이 망가져있었다. ‘기인’ 김기인은 물론이며, 판테온을 빼앗긴 ‘플라이’ 송용준과 라인전부터 망가진 바텀. 긴 휴식기를 원망할 수도 없다. 아프리카는 이제 재정비 시간을 갖고 더 나은 모습으로 서머에 임해야 한다.
APK와 한화생명은 아프리카 아래층에 거주하지만 큰 불만은 없다. APK는 승강전을 벗어나 7위까지 올라왔으며, 한화생명은 젠지와 T1, 드래곤X를 잡고 ‘킹 슬레이어’ 칭호를 획득했다. APK는 정규 시즌 마지막 라운드에서 드래곤X에게 1세트를 가져와 즐거워하는 유쾌한 모습도 보였다. 하위권에 자리잡고 있지만 공격적인 운영과 사파 특징으로 LCK의 재미를 더하는 두 팀. APK와 한화생명은 나란히 6승 12패를 기록했다.
승격 선후배에서 승강전 동지로... 샌드박스-그리핀
APK가 kt 롤스터를, 한화생명이 젠지를 잡고 파티를 여는 사이, 층간 소음에 피해를 입은 두 팀이 있다. 바로 샌드박스와 그리핀이다. 마지막까지 승강전을 두고 전투를 펼치던 두 팀은 APK와 한화생명이 강팀을 상대로 승점과 득실차를 챙겨오면서 자동으로 승강전행 티켓이 예약됐다. 두 팀은 APK와 한화생명처럼 웃을 수도 없었다. 2019년 운영의 단단함과 상위권 못지 않은 상체 힘으로 활약했던 샌드박스. 그리고 매번 당연하게 정규 시즌 1위를 기록했던 그리핀. 두 팀은 이제 승강전에서 함께하는 운명이다.
샌드박스는 바텀 보강으로 힘을 강화했지만 오히려 성적은 떨어졌다. 상체의 힘이 예전 같지 않은 탓이다. 중심에 있던 ‘도브’ 김재연이 상체와 바텀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각자 폼이 떨어지고 합도 맞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날것의 경기력이 나왔다. 후반에서 ‘서밋’ 박우태가 다시 등장했지만 대진이 만만치 않은 탓에 승강전 탈출이 불가능했다. 그리핀 역시 비슷하다. 한몸같던 국지전과 운영에서 힘이 풀려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이제 두 팀은 챌린저스 코리아의 두 팀과 맞붙는다. 서라벌 게이밍은 챌린저스 코리아 정규 시즌 1위를 기록해 승강전 진출이 확정됐으며 추후 경기를 통해 나머지 한 자리가 채워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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