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월드 챔피언십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의 지우’가 등장했다. 박세준은 당시 고3의 나이로 포켓몬스터 트레이너의 길을 걸었다. 그 이후 국가대표 선발전을 휩쓸었던 박세준은 2014년 월드 챔피언십 마스터 부문의 우승자로 자리 잡았다.
포켓몬스터 주인공 지우와 레드의 파트너는 피카츄, 그리고 박세준의 파트너는 파치리스였다. 파치리스는 강한 대세 포켓몬과 달리 작은 몸집과 귀여운 얼굴로 약한 포켓몬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박세준은 날따름 기술을 배운 파치리스로 당당하게 세계 챔피언을 수상했다. 포켓몬스터에 대한 연구와 애정이 없었다면 이룰 수 없는 결과였다.
“포켓몬에 대한 애착과 게임을 즐기는 여유” 박세준이 포켓몬스터 프로게이머에 도전하는 꿈나무들에게 말했다. 반대로 포켓몬에 대한 애착과 게임을 즐기는 마음이, 바로 박세준을 포켓몬 마스터로 만들어주는 원동력이라는 반증이다. 2019년 포켓몬스터 소드, 쉴드가 출시된 이후 T1과 손을 잡은 박세준은 첫 포켓몬 프로게이머로 자리 잡으며 선구자로서 입지를 다졌다. 새로운 파트너 T1과 다시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노리는 그의 열정. 새로운 포켓몬 마스터의 스토리를 함께 나눠보았다.
포켓몬스터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흔하지 않아 생소하게 다가올 수 있어요. 또 포켓몬 뿐만 아니라 여러 게임에서 활약하고 계신 걸로 아는데, 어떤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지 자세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작년 11월부터 T1에서 포켓몬스터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고 있는 박세준입니다. 포켓몬스터 시리즈 팬이라서 포켓몬 카드 게임이나 포켓몬이 등장하는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스라는 격투 게임도 하고 있습니다. 포켓몬 고도 프로씬이 있는 건 아니지만 세계 랭커에 든 적이 있어요.
2011년, 2014년 이후에도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계시잖아요. 최근엔 어떻게 지내셨는지도 궁금합니다
2014년에 고3이었어요. 이후 대학에 들어갔고 군복무까지 마치고 나서 2019년 말에 포켓몬 소드, 쉴드 발매와 함께 T1에 입단해 개인 방송이나 대회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준비하고 있는 대회가 많았는데 코로나19로 모든 대회가 취소됐어요. 온라인 이벤트는 많이 열리고 있기 때문에 그 이벤트를 위주로 활동하고 있고 포켓몬 고, 포켓몬 카드 게임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4년 당시 파치리스로 우승했던 대회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어요. 파치리스가 없어진 포켓몬스터 소드, 실드에서 파치래곤과 요씽리스로 파치리스를 그리워한다고 들었어요. 혹시 제 2의 파치리스를 만들고 있나요
파치리스랑 비슷하게 키울 수 있는 포켓몬은 있긴 있죠. 삐삐예요. 귀여운 외모와 더불어 파치리스의 날따름 기술을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포켓몬 중이기 때문에 파치리스랑 비슷하게 운영할 수 있어요. 하지만 파치리스가 많이 그리운데... 파치리스의 고향인 신오지방 4세대 다이아몬드 펄 리메이크가 나올 거라고 믿고 있어서 기다리려고요.
포켓몬스터 게임을 해본 적이 있어도 프로씬의 전투 방식에 대해선 자세히 모르는 유저들도 있습니다. 포켓몬스터 프로게이머는 어떤 방식으로 대회를 진행하는지 알려주세요
포켓몬 게임을 하셨던 분이라면 대충 이해하고 계실 텐데 게임 속 전투랑 크게 다르지 않아요. 서로 키운 포켓몬을 가지고 턴제 전투를 진행해 상대를 먼저 쓰러트리는 쪽이 승리하는 방식이에요. 공식 대회 같은 경우는 2대2로 진행이 되고, 한 경기에서 여섯 마리 중 네 마리까지 소환할 수 있어요. 여섯 마리로 구성한 엔트리는 대회 도중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상대 엔트리를 보고 경기에서 소환할 네 마리에 대한 여러 전략을 짜는 게 주된 진행 방식이라고 볼 수 있죠.
혹시 포켓몬스터 프로게이머들은 연습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나요
포켓몬 대회에서 제일 중요한 건 여섯 마리 엔트리를 짜는 거예요. 여섯 마리 파티를 짜는 게 대회 준비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 각자 메타와 환경 등을 연구하고 많이 쓰는 포켓몬과 이에 대한 대책을 준비해요. 같은 포켓몬이라도 기술 배치나 지닌 물건, 기초 포인트에 따라 무한하게 바꿀 수 있어요. 여러 가지로 준비할 게 많습니다.
포켓몬스터도 스크림이 존재하는지 궁금해요. 보통은 팀 단위로 스크림을 진행하는데 포켓몬스터는 팀 단위가 아니잖아요
포켓몬 같은 경우는 정보가 굉장히 중요해요. 자신의 포켓몬, 여섯 마리의 세부 능력치나 정보가 공개되면 상당히 불리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연습을 가지는 경우는 없어요. 혼자서 연구하거나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결론을 도출하는 경우가 더 많죠. 말씀하셨듯 포켓몬 프로게이머는 개인 단위이기 때문에 스크림이라는 개념은 없다고 보는 게 맞는 거 같아요.
박세준 선수로 인해 포켓몬스터 프로게이머가 많이 알려지면서 포켓몬스터 프로게이머를 희망하는 꿈나무들이 생겨났을 거예요. 꿈나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요
먼저 포켓몬에 대한 애착이 제일 중요하겠죠. 그리고 포켓몬을 많이 알면 알수록 더 쉽게 이길 수 있기 때문에 정보들은 최대한 모으는 게 좋을 거예요. 포켓몬 실전 배틀에 접근할 때에는 고수들이 쓰는 포켓몬을 거리낌 없이 사용해보는 게 도움이 많이 될 거고요. 그리고 게임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었을까, 어떻게 해서 진 건가 이런 부분을 분석하는 게 실력적인 부분에서 중요하다고 보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포켓몬 게임을 즐기는 것도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사실 포켓몬스터 시리즈 자체가 콘솔 게임이기 때문에 프로게이머로 접근하기 쉽지 않을 거예요. 그럼에도 포켓몬스터 프로게이머의 장점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장점은... 포켓몬이 귀엽다는 점?(웃음) 포켓몬스터는 프랜차이즈 시장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아 실전 배틀이 아니어도 포켓몬으로 얘깃거리가 나오는 편이에요. 포켓몬 프로게이머이기도 하지만 포켓몬 팬으로써 사람 만나 포켓몬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제일 좋았던 거 같아요.
포켓몬스터 말고도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고 계신데, 여러 대회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연습 과정이 힘들진 않나요. 다른 장르의 게임들이잖아요
여러 게임을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적도 많지만 결국은 게임이기 때문에 즐기면서, 연습도 즐기면서 할 수 있도록 마인드를 다듬는 게 중요해요. 오히려 여러 게임을 하다 보니 다른 게임으로 환기를 시키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합니다.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면 포켓몬 게임뿐만 아니라 포켓몬 자체에 애착이 높은 거 같아요. 포켓몬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진짜 어렸을 때 포켓몬이 엄청나게 유행했어요. 포켓몬 빵 같은 것도 많이 먹고 애니메이션도 인기가 높았고요. 어딜 가든 포켓몬 상품들과 게임이 있었는데, 큰누나와 작은누나가 많이 도와줬어요. 어려서 게임을 혼자 할 수 없으니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누나들은 자연스럽게 접었지만 저는 애착을 키워오면서 매일 포켓몬 게임을 했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포켓몬스터 프로게이머로 T1에 입단한 것도 큰 화제가 됐죠. 입단할 당시 팀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고 무엇 때문에 입단을 결정했는지 궁감합니다
처음부터 포켓몬스터 프로게이머로 시작을 한 건 아니었어요. 제가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스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던 편이기 때문에 T1 쪽에서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스 선수로 영입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거든요. 근데 제가 대난투 보다는 포켓몬으로 하는 게 어떻겠냐고 설득했죠. T1 측은 포켓몬 프로게이머로 영입할 생각이 없었던 거 같았는데 얘기가 어떻게 잘 돼서 포켓몬스터를 메인으로 두고 여러 방향에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포켓몬 프로게이머 타이틀을 달고 입단하게 되어서 서로 윈윈이 된 게 아닌가 싶어요. T1을 어떻게 설득하셨나요
일단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스보다 확실하게 더 잘하는 분야가 있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포켓몬의 장래성이나 시장의 크기, 대중성 등 포텐셜로 설득했죠. 포켓몬 프로게이머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분야지만 포켓몬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잖아요. T1 홍보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 이야기했던 걸로 기억해요. 제가 포켓몬스터 프로씬에선 국, 내외를 막론하고 인지도가 높았기 때문에 T1 측에서도 주저할 이유는 없었다고 해요.
T1은 박세준 선수를 일원으로 받아들이면서 다양한 장르로 브랜드 메이킹이 가능해졌고, 박세준 선수도 팀에 입단하면서 얻는 이득이 있을 거예요. T1과의 계약으로 얻은 이득이 어떤 게 있을까요
제가 성장하는 데 있어서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잘 해줘요. 장비나 이벤트 같은 것들이요. 지금은 대회가 모두 취소돼서 그쪽으로 지원을 받진 못하지만 추후엔 대회 준비에 관해서도 지원을 잘 해주실 거예요. 그리고 포켓몬 프로게이머는 세계적으로 봐도 팀에 입단한 사례가 없어요. 그런데 제가 T1에 입단하면서 포켓몬 게임 자체가 e스포츠로 확실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대기업 스폰이나 사람들의 관심 등 저보다도 포켓몬 프로씬에 더 도움이 되었다고 봐야죠.
T1에 입단하면서 포켓몬 e스포츠 쪽에 영향이 더 갔을 거라고 하신 대답이 흥미로워요. 어떤 부분에서 포켓몬 e스포츠에 영향을 준다고 보시나요
포켓몬 세계대회는 작게 시작해서 매년 규모가 커지고 있고 대회도 많아지고 있어요. 공식 차원에서도 유저 편의성을 높여주면서 대회 참가 유도도 많이 하고 있거든요. 포켓몬 e스포츠의 가장 큰 걸림돌은 공식이었어요. 지원이 거의 없다시피 했죠. 지금은 점점 지원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데, 공식과 함께 기업들의 도움으로 포켓몬 e스포츠가 많은 조명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공식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는 이야기를 자세하게 듣고 싶어요
일단 포켓몬 성장 난이도가 굉장히 높았어요. 원하는 포켓몬을 쓰고 싶어도 없어서 못 쓰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고, 포켓몬 능력도 랜덤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좋은 성능을 가진 포켓몬을 얻기가 가혹했죠. 이벤트로만 얻을 수 있는 포켓몬도 많았기 때문에 대회에서 쓰고 싶어도 못 쓰는 경우가 있었는데 현재는 대회 유저를 배려해 능력치의 편차를 줄이고 최대한 쓰고 싶은 포켓몬을 쓸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여주고 있어요.
포켓몬 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지 10년 가까이 됐어요. 처음 포켓몬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와 지금의 마음가짐이 다를 것 같아요
처음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 전에도 매사에 진지하게 플레이하면서 노력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자, 이런 마인드였어요. 그때와 특별하게 다른 건 없고, T1에 들어간 이후로는 응원해주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져서 앞으로도 더 열심히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해요.
오래 한 만큼 앞으로의 목표도 있겠죠. 짧게 올해 목표를 이야기해볼까요
제일 큰 목표가 있다면 제일 큰 대회, 월드 챔피언십에서 다시 우승하는 거죠. 일단 이번년도엔 대회가 없지만... 그것 말고도 여러 대회가 있고 포켓몬 자체의 매력을 여러 사람들에게 전파하기 위해서 개인 방송이나 유튜브도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이건 개인적으로 얻고 싶은 팁이기도 해요. 전투에 익숙하지 않은 포켓몬 초보 트레이너들에게 실질적으로 줄 수 있는 꿀팁이 있을까요
지금 제일 추천하는 포켓몬은 토게키스예요. 파치리스처럼 날따름을 사용할 수 있는 포켓몬이고 공, 수 모든 면에서 안정성 있어요. 또 어떤 포켓몬과 조합을 하더라도 좋은 포켓몬이라서 추천하고 있어요. 토게키스나 드래펄트 등 많이 쓰는 포켓몬을 쓰는 것도 좋아요. 많이 쓰이는 포켓몬 이른바 적폐 라인 이런 걸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일부러 안 쓸 필요 없이 써보면서 장점과 단점을 익히는 게 좋아요.
상성도 세분화되고 여러 타입도 많이 추가되면서 이제 막 포켓몬스터에 접근하는 사람들은 어려울 수도 있어요. 이제 막 게임에 접근하는 분들에게도 팁을 주자면요
처음부터 다 외우려고 하는 것보단 게임 자체를 즐기면서, 져도 좋아요. 익숙해지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외워져서 상성을 일부러 외울 필요도 없어요. 다른 플레이어들의 영상을 보거나 방송을 보면서 생각을 참고하는 것도 좋을 거예요. 저도 개인 방송을 하고 있으니까 포켓몬 프로게이머의 생각은 어떤지, 하이 레벨 포켓몬 전투는 어떤지 보고 싶으시다면 제 방송을 보시면 되겠습니다.
인터뷰 즐거웠습니다. 마치면서 팬들에게 인사 한 마디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6월 17일에 포켓몬스터 소드, 쉴드 DLC가 나와요. 저도 많이 기대하고 있고 이번에 입문하시는 분들도 새로운 환경에서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포켓몬 실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앞으로도 T1에서 여러분께 포켓몬의 매력과 재미를 전파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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