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12.
영화 '불량한 가족' 박초롱 인터뷰
10년차 그룹 에이핑크의 리더에서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하는 배우로. 본격적인 변화를 겪으며 박초롱은 한층 더 단단해졌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필연적으로 다가왔지만, 그는 의연하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더 멀리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영화 '불량한 가족'(감독 장재일)은 음악만이 유일한 친구였던 유리(박초롱 분)가 우연히 다혜(김다예 분)의 가족을 만나 진정한 성장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불량한 가족'은 박초롱의 첫 스크린 도전작이다. 그는 처음으로 영화를 통해 관객을 만나는 것에 대해 "설레고 떨리는 것보다는 시사회가 끝나고 생각이 많아졌다. 부담도 많이 느껴졌고, 책임감도 느껴졌다. 작품이 공개되고 영화와 저에 대한 평가가 나오는 걸 직접 보니까 굉장히 어려운 자리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를 묻자 "일단 가족 영화라는 게 좋았다. 처음 미팅이 잡혔을 때는 정확한 정보가 없었다. 가족 영화고, 박원상 선배님의 딸 역할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주연인지도 몰랐다. 감독님을 만나고 시나리오를 보면서 알게 됐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유리의 성격이 저와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저도 속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 시간이 있기도 하죠. 힘든 걸 참으면서 속으로 단단해진 성격이 유리와 비슷했어요. 유리도 힘든 상황이지만 내색을 안 하는 친구고,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는 친구라는 점이 비슷했어요."
박초롱은 유리의 감정의 틀을 잡는 게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유리는 감정이 막혀있었다. 과해도 안 되고, 드러나지 않아도 안 되는 중간점을 찾는 게 어려웠다. 감독님은 상처가 있고 아픔이 있지만 겉으로는 안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고민도 많이 했다. 오히려 표현을 더 하면 나을 텐데, 절제해야 하니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캐릭터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박원상을 비롯해 함께하는 배우들에게 많은 조언을 얻었다고. 그는 "그런 부분 때문에 선배님들과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이쪽에서 경험이 있으신 분들에게 조언을 받는 것만큼 공부가 되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작품에서 너무 좋은 선배님을 만나서 눈으로 보고 배웠다"며 "현장은 너무 재미있었다. 너무 편했고, 쉬는 시간에도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장난도 많이 쳣다. 가족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첫 도전이기에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는 박초롱은 "이제 막 시작단계이다 보니 작품을 크게 못 보고, 어쩔 수 없이 저에게 시선이 많이 가더라. 저때 저렇게 했나 하면서 다 따지다 보니 좋은 것보다는 아쉬운 게 많이 보였다. 그래도 이 부분은 이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 이런 식으로 해야겠구나 하는 공부가 많이 됐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작품과 본인의 연기에 따라오는 혹평에 대해서는 "솔직히 처음에는 너무 생각이 많았다. 정말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이 또한 내가 선택한 거고, 보시는 분들이 그렇게 느끼셨다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원상 선배님도 배우는 설득하고 공감을 시켜야 하는 직업이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남을 설득하고 공감시키는 게 어려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단단해지는 중이다"라고 깊은 속내를 전했다.
"의연해지는 중인 것 같아요. 100% 의연하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죠.(웃음) 이제 시작이고, 모든 게 낯설고 부담도 되는데 지금부터 주저앉고 못하겠다고 해버리면 아예 시작도 못 할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식으로 다음에 열심히 해서 더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면 되지 하는 생각이에요. 작품을 하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돼서 좋은 경험이죠. 연기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도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을 거라고 생각을 안 했어요. 힘들고 어려운 직업인 걸 알고 도전한 거라서 그렇게 생각하면서 의연하게 넘기려고 하는 중이이에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기에 가족 생각도 많이 났을 터. 박초롱은 "아빠가 지방에 계시는데 영화 촬영 한다고 떡을 해서 촬영장에 놀러 오셨다. 실제 아빠와 영화 속 아빠가 만나 인사를 하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또 제가 연기하는 걸 처음으로 지켜보니까 굉장히 부담도 되고 감사하기도 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스크린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앞서 MBC '몽땅 내 사랑', tvN '아홉수 소년' 등을 통해 이미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박초롱은 "연기는 연습생 때부터 수업을 받았다. 데뷔 초에 시트콤을 하면서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해봤는데, 솔직히 너무 데뷔 초여서 제대로 준비가 된 상태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때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게 재밌고 흥미롭게 느껴졌다. 가수와는 다른 매력이었다. 그때부터 막연하게 꿈을 꾼 것 같다"고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이어 "감정 표현을 하는 게 어렵기도 하지만 재미있었다. 저는 스스로 억압하는 성격이었는데, 틀을 벗어나면 죄책감이 들었다. 근데 연기할 때만큼은 다른 성격이 될 수 있고, 다른 표현을 해도 되니 표현의 자유가 생겨 좋았다"고 연기의 매력을 이야기했다.
배우로서 더 보여주고 싶은 모습에 대해서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지만, 일단 제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제가 낼 수 있는 분위기나 느낌을 몇 번 더 각인시켜드리고 싶다. 그 이후에 다양한 캐릭터를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번에도 그렇고 이전에도 얌전하고 말이 없는 캐릭터를 해왔는데, 조금 더 말도 많이 하고 몸도 많이 쓰는, 당돌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또 "운동을 많이 해서 몸 쓰는 게 무섭지 않다. 그래서 액션 연기에 관심이 많다.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어서 많이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에 액션 장면을 촬영할 때 제가 없어도 되는 장면인데, 궁금해서 유심히 모니터했다"고 액션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연극·뮤지컬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내비쳤다. 박초롱은 "멤버들이나 지인들이 작품을 하면 꼭 가서 봤는데, 너무 멋있더라. 막연히 너무 멋있다, 진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직접적으로 제안이 온 적은 없지만, 제가 하고 싶으면 직접 찾아가서 뭔가 어필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설레는 마음을 보였다.
다시 신인의 마음을 느낀다는 박초롱은 "신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다. 연기자로서 아직 못 보여드린 게 많다. 새로운 시작을 하는 기분이다. 에이핑크는 그냥 저 자체이기 때문에, 이제 정말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기분이다"라고 웃었다.
이제 막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신인 배우이지만, 동시에 10년 차 그룹 에이핑크의 리더인 박초롱. 그는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에이핑크로 살아와서 말로 표현 못 할 감정이 많다"며 "멤버들이나 저나 열심히 잘 해왔다고 느끼게 됐다. 10년이 쉽게 만들어지는 숫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많은 후배에게 좋은 영향이 된다면 감사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리더 자리를 부담스러워했지만, 이젠 "리더하길 잘했다"는 마음이다. 그는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리더하면서 책임감을 많이 느꼈고, 멤버들과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배웠다. 속마음을 끌어내 주고 같이 공감해주고 하는 걸 배워서 막상 시작하고 나서는 리더가 된 걸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단단한 마음을 드러냈다.
리더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이 자신을 옭아매기도 했지만, 이제는 자신을 풀어주는 방법도 알게 됐다. 박초롱은 "팀 생활을 할 때는 리더고 언니다 보니 저 스스로를 가두는 성격이 되어버린 것 같다. 데뷔 초에는 그런 걸 푸는 방법을 몰랐다. 그런 압박과 부담을 처음 느껴보는 거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멤버들에게 마음을 조금씩 터놓게 됐고, 내려놓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연기를 시작하면서 또 다른 책임감을 느끼게 된 것 같다. 책임감의 연속이다. 대중 앞에 서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귀를 닫고 갈 수는 없지 않나.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라고 덧붙였다.
20대에 시작한 가수 생활이 어느덧 10년 차를 맞으며 박초롱도 30대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아이돌의 한계에 대한 부담이나 걱정은 없다. 그는 "그 한계를 스스로 정해놓고 있지 않다. 어떻게 나이를 먹어가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남들의 시선이나 걱정에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 에이핑크로 지금까지 활동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고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또다시 다가올 10년이 지난 뒤 40대가 되면 연기로 자리를 더 잘 잡았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은 박초롱은 "그때는 저를 표현하는 방법을 잘 터득했으면 좋겠고,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때도 지금처럼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계속 고민하면서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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