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연말 결산] 펍지 e스포츠의 2020년 'PKL을 대신한 세 번의 국제대회'

Talon 2020. 12. 28. 11:00


코로나19로 게임 매출이 뛰는 등 게임 업계는 큰 타격 없이 시장을 유지 중이다. 하지만 e스포츠마저 타격을 피할 순 없었다. 올 한해를 모두 관중 없이, 또는 연습실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한 대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 중 배틀그라운드는 큰 타격을 입었다고 볼 수 있다. 펍지는 2020년에 ‘펍지 코리아 리그(이하 PKL)’을 폐지하고, ‘펍지 글로벌 시리즈(이하 PGS)’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PGS의 지역 예선이 PKL을 대체하는 구조였다. 또한 세 번의 PGS는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이하 PGC)’의 준비 과정이 되는 셈이었다.

하지만 PGS 한국 대표 선발전을 마친 시점에서 코로나19가 창궐했다. 직격탄을 맞은 유럽은 패닉에 빠졌다. 혼란스러운 와중 각국에서 선수들을 유럽으로 이동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때문에 독일을 무대로 삼던 ‘PGS 베를린’은 잠정 무기한 연기에 돌입했다. PGS2와 PGS3마저 개최할 수 없는 상황. 그럼에도 한·중 친선전과 배틀그라운드 위클리 시리즈, 스매쉬컵 등 대회가 진행되며 최소한의 대회가 열렸고, 시청자들 역시 리그가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펍지는 PGS 대신 ‘펍지 콘티넨탈 시리즈(이하 PCS)’를 계획했다. 이때 이미 PGS는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PCS 아시아 채리티 쇼다운, PCS 시리즈로 선회된 것이다. 이 대회들은 모두 온라인 한정으로 진행됐으며 아시아·아시아퍼시픽·유럽·북미 등 권역별로 치러졌다. 펍지 e스포츠 특성 상 타 종목보다 많은 선수들과 관계자가 한 자리에 모여야 했기에 온라인 개최는 불가피하다. 직관의 재미는 느낄 수 없었지만 최선의 선택이었다.

물론 잠깐의 희망은 있었다. 일별 확진자 수가 50명 이하로 웃돌던 8월, 펍지는 핫식스 아프리카 콜로세움에서 무관중으로 PCS2 한국 대표 선발전을 열었다. 그러나 곧바로 확진자가 폭발하면서 다시 온라인 경기로 돌아가야 했다. 그래도 PCS 시리즈는 무사히 마무리됐다. PCS3서 PGI.S 개최를 발표하며 2021 시즌의 희망을 열기도 했다. 여기까지가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펍지 e스포츠의 대응이었다.

PCS 시리즈는 사라진 PGS가 아쉽지 않을 만큼 만족스러웠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말이다. 2019 PGC 챔피언에 등극했던 젠지 e스포츠 이후 한국은 어떤 글로벌 트로피 없이 2020 시즌을 마무리했다. 한국 팀은 안정적으로 4일차, 5일차까지 1위를 유지하다 마지막 6일차에서 역전을 당하는 등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그 장면은 두, 세 번씩 되풀이됐다. 중국 팀들은 안정적인 면보다 폭발력을 과시하며 ‘한 방’으로 승부한다. 또한 부족하다고 지적받던 운영이 제법 깔끔해지면서 샷 능력과 함께 시너지를 내 우승을 차지했다.

왜 한국은 눈앞에서 트로피를 놓쳐야 했을까. 일부 선수들은 그 원인을 사라진 국내 리그, PKL에서 찾았다. 중국은 아직까지 자국 리그가 유지되고 있다(PCL). 스프링, 서머, 그리고 2부 리그 역할을 하는 프리 시즌까지. 24개 팀이 세 개의 조로 나뉘어 상위 16팀을 챔피언십 스테이지로 올리고 그 중 상위 여섯 팀이 PCS 티켓을 얻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우리에게도 익숙할 수밖에 없다. 바로 PKL과 비슷한 진행 방식인 것이다. 한국 역시 PKL을 대체하는 선발전을 치른다. 하지만 PCL처럼 완전히 PKL을 대체하진 못한다. 경기 수가 적고, 3주에 그치는 단발성 대회이기 때문이다. 경기력을 끌어올린 중국의 벽을 넘을 수는 없었고, 결국 2020 시즌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물론 펍지 e스포츠는 국내 리그보다 국제 리그에 대한 관심이 월등하게 높다. 타이트한 일정으로 진행되던 PKL을 폐지하고 PGS를 선택한 펍지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을 수 있다. 실제로 PCS2, 3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다만, 그 관심은 응원하는 팀이 짜릿한 승부를 보여줄 때 애정으로 바뀐다. 우승을 놓쳤지만 최선을 보여준 국가대표 팀, 펍지 네이션스컵처럼 말이다. 물론 단순하게 PKL이 사라져 성적이 저조했다고 말할 순 없다. 1대1 경기가 아닌 만큼 모든 변수를 대처하기 힘든 장르이며 큰 맵과 세밀한 조준, 심리적 컨트롤마저 필요한 어려운 게임이다. 2020 한국의 성적 역시 한 끗 차이가 만든 최종 결과이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 펍지는 어떻게든 리그를 이끌어나갔고, 2020년 한 해를 어떻게든 마무리했다. 선수들과 시청자 모두가 원하는 결과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비록 모두가 원하는 바는 아니었으나 그래도 멈추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위안을 찾고 다시 한 번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기를 바란다.

 

-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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