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7.
국내 유통법인 청산 절차 진행중
주력 색조제품 코로나에 직격탄
랄라블라서 2월까지 재고만 판매
유명 걸그룹도 애용하는 ‘반짝이’(글리터)로 잘 알려진 ‘터치인솔’(touch in SOL)을 더는 국내에서 살 수 없을 전망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인 본느(226340)는 6개 자체브랜드(PB) 사업을 사실상 중단하고 자회사인 터치인솔의 국내 유통법인 청산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위해 터치인솔은 지난달 23일부로 전 임직원을 해직시키고 이달 3일부로 폐업신고까지 마쳤다. 세무서 등에 사업자등록을 말소한 것이다.
브랜드를 선보인 지 약 9년 만이자, 해당 법인을 분리해 신설한 지 약 6년 만이다. 본느 고위 관계자는 “터치인솔을 사랑해준 고객들을 실망시켜 죄송하다”면서도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러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때문에 적자가 너무 심했다”면서 “운영할 수 있는 자금 여력도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터치인솔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완전자본잠식(-23억원)에 빠져 있다. 결손금으로 인해 자본금이 바닥난 최악의 상황이라는 뜻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94억원에 불과하고 당기순손실은 27억원이나 된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140억원 대비 32.86% 감소했으며 재작년 3분기 10억원을 달성했던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작년 9월까지 영업현금흐름도 마이너스(-23억원)를 기록했다. 주력인 색조제품 재고가 눈덩이처럼 쌓이면서 폐기하느라 곳간의 돈만 밖으로 줄줄 흘러나간 것이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집콕’ 트렌드로 인해 외출 자체가 줄었고 외출할 땐 마스크가 필수여서 기초화장품보다 색조화장품이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중저가 브랜드 대신 고가 브랜드에 수요가 몰리는 ‘보복소비’ 현상도 악재로 작용했다.
뷰티업계는 터치인솔의 전격적인 국내 영업 종료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창업주인 임성기 대표가 2009년 설립한 본느는 제조업자생산(ODM), 주문자생산(OEM)을 주로 하며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2012년 첫 PB이자 메인브랜드인 터치인솔을 론칭했다. 곧바로 제국의아이들, 에일리, 에이핑크, CLC 등 톱스타들과 전속 모델 계약을 체결하며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PB 사업을 전담하는 법인을 설립한 건 2015년이다. 이는 성과로 직결됐다.
2015년 국내 색조 브랜드 최초로 루이뷔통 모에 헤네시(LVMH) 산하 해외 화장품 편집매장인 ‘세포라’ 입점에 성공했고 2016년 태국에 단독매장을 오픈하는 등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았다.
탄력을 받은 듯 본느는 2016년 중국에, 2018년 미국에 각각 현지 유통법인을 세웠다. 이들 거점을 기반으로 2019년 미국 내 홈쇼핑 2위 업체 ‘HSN’, 미국 화장품 전문 샘플링 박스 1위 업체인 ‘박시참’, 2020년 미국 드러그 스토어 ‘CVS파머시’ 등 판로를 계속해서 확장했다.
국내는 자사 공식 몰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채널 운영과 헬스앤뷰티(H&B)스토어 ‘랄라블라’ 입점, 롯데백화점 뷰티편집숍 ‘라코’ 입점 등 오프라인 채널 확장을 병행했다.
문제는 해외와 달리 국내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매출 역시 8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끌어 올릴 목적으로 2019년 Mnet 경연프로그램 ‘퀸덤’의 메인스폰서를 맡는 등 셀레브러티 마케팅도 꾸준히 하고 한국인 취향을 저격한 신상을 내놨으나 역부족이었다. 뷰티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도 “알고 보니 국내 브랜드더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국내외 온도 차는 결국 비극적 결말을 낳고 말았다. 국내 터치인솔몰에서는 이미 일절 주문을 받지 않고 있으며 랄라블라에서도 내달 말까지 140개 지점별로 남아 있는 재고만 판매한다. 판매촉진을 위해 점장 재량에 따라 할인판매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 포어블럼 프라이머, 메탈리스트 리퀴드 글리터 듀오 등 인기 제품의 경우 물량을 충분히 사서 쟁여 놓으려는 수요가 폭발할 수도 있다”고 했다.
본느 측은 국내외 터치인솔 상표권 존속기한이 오는 5월부터 순차적으로 만료되는 만큼, 이를 갱신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정기 주주총회까지 아직 여유가 있으므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향후 브랜드 전략을 숙고해본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국내 소비자들은 미국 현지법인을 통한 해외 ‘직구’(직접구매)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겠다.
- 출처 :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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