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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인생캐'들이 쏟아진다..뮤지컬 '데스노트'

Talon 2022. 4. 9. 12:50

2022.04.08.

 

오디컴퍼니 각색으로 5년 만에 재탄생.. 영상미·호연 빛나

"잠깐, 정신을 차리자. 이건 나답지 않잖아. 안 돼, 반드시 이긴다.", "나를 끝까지 쫓아와. 정말 집요한 놈이군. 좋아 도전을 받아주지."(라이토와 엘의 대화)

최근 세 번째 시즌을 개막한 뮤지컬 '데스노트'는 스토리보다는 캐릭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일본의 동명 베스트셀러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이 '지킬 앤 하이드' 흥행 신화를 쓴 오디컴퍼니 각색으로 재탄생했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프로듀서로 참여해 김동연 연출과 손을 맞잡았다. 2017년 재연을 마친 지 5년 만이다.

 

이름이 쓰인 사람을 죽게 하는 데스노트를 우연히 주운 뒤 악인들을 처단하는 야가미 라이토와 그를 잡으려는 천재 탐정 엘 등 캐릭터들이 한층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원년 멤버인 엘 역의 김준수뿐만 아니라 고은성(라이토 역), 강홍석(류크), 케이(미사), 장은아(렘) 등 출연진 모두 '인생캐'(인생에 길이 남을 캐릭터)를 만난 듯하다.

라이토는 죽어 마땅한 사람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믿는 나르시시스트다. 데스노트로 범죄자를 해치우는 데 방해가 되는 사람을 '대의를 위한 작은 희생'이라며 제거하는 소시오패스 면모도 보인다. 그런 그가 최대 라이벌 엘을 만난다.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구부정한 자세로 추리를 펼치는 엘 역시 보기와는 달리 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성격이다.

두 사람이 2막에서 테니스를 치며 서로를 탐색하는 장면은 단연 하이라이트다. 라켓을 휘두르며 한방씩 먹이고 먹히는 한편, 서로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려 애쓴다. 넘버 '놈의 마음속으로' 노랫말이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풍부한 성량과 매끄러운 고은성의 목소리와 허스키하면서도 감성적인 김준수의 목소리는 서로의 장점을 죽이지 않으면서 묘하게 조화롭다.

조연들도 하나하나 빛난다. 일부러 데스노트를 지상으로 떨어뜨린 뒤 라이토를 관찰하는 사신 류크는 코믹함과 기묘함을 동시에 준다. 강홍석은 노래를 부를 때조차 기괴한 사신의 목소리를 내며 호연을 펼친다. 등장할 때마다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신 스틸러'로서의 능력을 이번 공연에서도 가감 없이 발휘한다.

아이돌 가수이자 라이토의 여자친구 미사와 그런 미사를 돌보는 사신 렘은 헌신적인 사랑으로 자칫 어둡기만 할 수 있는 이야기에 감동을 심어 준다. 특히 렘이 희생을 결심하고 미사를 안은 채 부르는 넘버 '어리석은 사랑'이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이전 시즌과 가장 달라진 점은 뛰어난 영상미다. 실제 세트를 만드는 대신 생생하고 입체적인 영상으로 세트를 연출해 관객이 공연 현장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초고화질 레이저 프로젝터가 전면에 1대, 양 측면에 2대 설치돼 시시각각 무대를 재빠르게 바꾼다. 한 무대 위에 라이토, 엘, 경찰 등 여러 주인공 시점의 연기를 동시에 볼 수도 있다.

바닥, 벽면, 천장까지 3면으로 구성된 디스플레이는 3㎜ LED 1천380장으로 이뤄졌다. 덕분에 도쿄 중심부 길거리, 사신들이 있는 저승, 미사의 콘서트 현장 등 다양한 장면이 영화적으로 그려졌다.

 

라이토와 엘 역은 각각 홍광호와 김성철도 연기한다. 류크, 미사, 렘 역에는 각각 서경수, 장민제, 김선영이 더블 캐스팅됐다.

 

공연은 오는 6월 26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이어진다.

 

-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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