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파이터

[2023 e스포츠 결산] 2023도 '중꺾마', 그러나 조금 다른

Talon 2023. 12. 28. 12:00

지난 2022년을 상징하는 표제어 중 하나는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중꺾마'였다. 2023년에도 '중꺾마'는 유효했다. 그러나 그 의미는 다소 달랐다.

 

대한민국 e스포츠는 올해 두 가지로 주목받았다. 첫 번째로는 전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었다.

 

- '출전 전종목 메달 확보' 항저우 아시안게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한민국이 출전 종목 모두에서 메달을 따내며 'e스포츠 최강국'이라는 자리에 올라섰다. 

 

가장 먼저 메달 소식을 전한 쪽은 FC온라인의 곽준혁이었다. 곽준혁은 지난 9월 27일 패자조 결승에서 '줍줍' 파타나삭 파라난에게 세트스코어 1-2로 패배하며 동메달을 수확했다. 이는 e스포츠 역사상 첫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메달로 기록됐다.

그 뒤를 이어 스트리트파이터의 '김관우'가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 이후 사상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며 세간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김관우는 지난 9월 28일, 대만의 'GamerBee' 샹위린을 맞이해 4-3 풀세트 접전 끝 e스포츠 최초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4세의 나이로 이뤄낸 '대한민국의 역사'였다.

 

그 뒤를 이어 리그오브레전드 종목에서도 대표팀(최우제-서진혁-정지훈/이상혁-박재혁-류민석)은 대만을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특히 중국과의 4강은 '사실상의 결승전'이라는, 한-중 양팀 팬들의 엄청난 관심 속에 펼쳐졌다. 경기 내용은 팽팽했다. 1세트에서는 끌려가던 대표팀이 '카나비' 서진혁을 중심으로 한 '바론 기습 작전'을 펼치며 역전승을, 2세트에서는 '룰러' 박재혁의 맹활약으로 경기를 유리하게 풀어가며 승리를 거뒀다.

 

마지막으로 '게임사의 횡포' 탓에 금메달을 획득하지는 못했으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대표팀(박상철-권순빈-김동현-김성현-최영재)은 아름다운 마무리 속에 은메달을 획득해 내며 '정식종목 사상 첫 은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본래 사람 대 사람간의 사격, 교전에서의 전술 등이 중심이 되는 게임이나, 이번 경기에서는 과녁을 맞히고, 사격을 통해 차량에 가속력을 더하는 괴이한 종목으로 변경되며 중국이 '억지 금메달'을 따냈다.

 

결론적으로 중국이 의도했던 그림은 무참히 박살났다. '듣보잡 종목' 몽삼국 2를 비롯해 왕자영요, 도타 등 중국이 강세에 있는 종목, 그리고 대회 몇 달 전 본인들의 입맛대로 게임을 재개발하다시피 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서는 금메달을 따낼 수 있었다.

 

그러나 스트리트 파이터에서는 중국이 얼굴도 비추지 못했으며 중국 본토에서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인식이 있는 대만마저 박살 내며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따냈다.

 

리그오브레전드에서는 대한민국 대표팀이 중국을 무참히 박살냈으며. 심지어 FC온라인에서는 곽준혁이 리시쥔(승자조 1R)을 2-0으로, 박기영이 리우자청(패자조 5R)을 2-0으로 압살 하며 중국의 '결승 진출' 꿈을 부숴버렸다.

- 성공적 개최, 그리고 우승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

중국을 꺾는 마음, 2023 중꺾마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두 번째로는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이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열기를 이어 지난 10월부터 펼쳐진 속칭 '롤드컵'은 국내에서 펼쳐진 대회 전 과정에서는 무려 '4억명'의 시청자를 모았으며 결승전에만 1억명 이상(라이엇게임즈 잠정 집계)의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등, 역대 최고의 흥행을 만들어내며 뜨거운 관심 속에 종료됐다.

 

그 성과만큼이나 '우승' 또한 서사가 있었다. 그 주인공 T1은 예선부터 결승까지 모든 중국 팀들을 깨부수며 LCK, 그리고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세웠다.

 

T1은 과거 SKT T1이라는 팀명으로 활동하던 지난 2016년 롤드컵 우승을 차지한 이래 7년간 롤드컵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하며 험난한 시절을 보냈다. 특히 직전 연도인 2022년 롤드컵에서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롤드컵에 진출한 대한민국 팀들 중 최약체로 평가받던 'DRX'에게 패배하며 대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이번 우승 과정 또한 험난했다. 스프링 시즌 자신들을 침몰시켰던 중국의 비리비리 게이밍(BLG)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완벽하게 꺾어냈으며, 스카웃-타잔의 리닝 게이밍(LNG, 중국)을 제압하며 4강으로 향했다.

 

4강에서 마주한 팀은 이번 시즌 '전 대회 우승'에 도전했던 징동 게이밍(JDG)으로, 이번 대회 시작 전까지 유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던 팀이었다. 그 팀을 '페이커' 이상혁의 맹활약으로 간신히 꺾어낸 T1은 결승전에서 마지막 중국 팀인 웨이보 게이밍(WBG)을 꺾어내며 중국 팀과의 4연전을 모두 승리하며 우승컵을 차지하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만들어냈다. 아시안게임에 이어 중국의 자존심을 박살내는 시원한 경기결과였다.

- 그리고, PGC 2023 우승

비록 세간의 관심을 받지는 못했으나, 배틀그라운드(PC)에서도 대한민국 게이머들의 활약은 이어졌다. 

지난 3일, ㈜크래프톤(대표 김창한)의 'PUBG: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 이스포츠 최상위 국제 대회인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 2023(PUBG Global Championship 2023, 이하 PGC 2023)'이 한국의 다나와 이스포츠(Danawa e-sports)의 우승으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다나와는 2위 팀인 중국의 17게이밍과 단 '4점차'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 특히 일방적인 압살이 아닌, 2-3위권 팀들과의 치열한 접전을 칼 대 칼로 뚫어내고 정상에 선 것이라 더욱 뜻깊은 성과였다. 

 

1일차에서는 11위로 우승권과 다소 멀었던 다나와, 그러나 2일차에서는 6경기중 4경기에서 TOP 3에 위치하는 등 점점 폼이 되살아난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 매치업에서 다나와는 단 2점밖에 획득하지 못했고, 중국의 17 게이밍이 다수의 킬을 획득하며 턱밑까지 추격했으나, 공교롭게도 경기 초반 무리한 돌격 끝에 사망하며 다나와가 우승의 영예를 안게 됐다.

 

다나와는 경쟁 팀들이 모두 쓰러질 동안 자기장 밖에서 끝까지 구급상자를 감아가며 sololzy를 저치한 살뤼트(Salute)의 버티기 끝에 마지막 매치에서 우승을 확정하며 올해 배틀그라운드 정점에 섰다. 

 

리그오브레전드와 마찬가지로 배틀그라운드에서 다나와의 정상 등극은 지난 2022년 PGC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17 게이밍, 더 나아가 중국에게 또 한번 준우승의 쓴잔을 들이켜게 하는 시원한 승리가 아닐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올 한 해 굵직한 대회에서 '중국을 꺾겠다는 마음'으로 하나된, 대한민국 e스포츠는 선수들은 그 꿈을 실현시키는 한 해를 보냈다.

- 롤-배그 외에도 여러 종목 e스포츠 활성화 노력

마찬가지로 비록 대중의 관심과는 일부 거리가 있었으나, e스포츠 진흥을 꿈꾸는  기타 종목들 또한 연이어 세계대회 개최를 통해 'e스포츠 종주국'으로써 더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분투했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개발사 그라비티는 지난 10월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2만명이 넘는 방문자를 끌어들인 대회, ROS 2023으로 '흥행 대박'을 이뤄냈다.

 

2만명은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일 펼쳐졌던 고척 스카이돔의 총 입장 관객수(1만 8000여명)을 웃도는 수치다. 얼마나 그 열기가 뜨거웠는지를 숫자만으로 짐작해 볼 수 있는 지표였다.

 

결승전에서는 태국 지역 대표팀(•[D]estraCtiOn•)이 대만 지역 대표팀(Enthusiasm Gallan)에 풀세트 접전 끝 승리를 거두며 라그나로크 최강팀, 그리고 최강국으로 올랐다.

이어 컴투스의 모바일게임인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 또한 태국 방콕에서 수많은 관객들을 동원하며 세계 정상을 가렸다. 

 

흥행뿐만 아니라 이번 대회에서는 서사도 있었다. 사상 최초 '2회 우승'에 도전하는 2019 챔피언 LEST와 2021 챔피언 DILIGENT-YC와의 4강 맞대결이 결승만큼이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결과적으로 해당 맞대결에서 승리한 LEST는 결승에서 TRUEWHALE에게 3-1 승리를 거두며 사상 최초로 2회 우승자로서 이름을 새겼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선수들과 관계자 그리고 여러 게임사들이 함께하며 최고의 관심도와 성적을 만들어낸 대한민국 e스포츠. 올 한 해를 뒤 돌아볼 새 없이 달려온 대한민국 e스포츠는 쉴 틈 없이 내년을 향해 달려갈 예정이다.

 

- 출처 : MHN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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