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KDF 태윤 "T1 덕에 성장…대호형, 명장 만들어주고 싶다"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Talon 2024. 1. 6. 22:10

광동 프릭스 '태윤' 김태윤 인터뷰

리그오브레전드 국내 프로 리그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게임단인 광동 프릭스는 지난해 서머 스플릿을 10개 팀 중 10위로 마무리했다. LCK 플레이오프는 물론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무대도 밟지 못했다. 하지만 롤드컵 기간 동안 참가팀 못지않은 관심을 받았다. 그 이유는 주전 선수단을 유지한 광동이 롤드컵 참가팀들에게 '최고의 스크림 파트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동은 롤드컵 기간 동안 국내 리그 LCK는 물론 중국리그 LPL, 북미리그 LCS 등 다양한 팀들과 연습경기를 치렀다. 특히 T1과 스크림을 자주 하며 롤드컵 우승을 위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T1 감독대행을 맡았던 '톰' 임재현 코치는 롤드컵 우승 후 방송 인터뷰를 통해 광동 프릭스 선수단과 '씨맥' 김대호 감독에게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LCK 팬들은 롤드컵 기간 동안 강팀과 스크림을 통해 성장한 광동을 2024 시즌 '다크호스'로 꼽고 있다.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광동 프릭스 연습실에서 광동의 원거리 딜러 '태윤' 김태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김태윤은 "T1을 상대로 여러 가지 방식으로 패배하다 보니 저희도 발전한 것 같다"라며 "(T1과 스크림은) 오히려 저희가 고마웠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그는 "(감독인) 대호형은 '롤진남'(롤에 진심인 남자)"이라며 "성적을 잘 내서 명장 소리를 듣게 해주고 싶다"라는 각오를 전했다.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에서 첫 풀타임 주전으로 2023 시즌을 치른 소감이 어떤가?

음… 생각했던 것보다 쉽지 않다고 느꼈다. 팀도 그렇고 저 개인도 그렇고 사실 잘 될 줄 알았는데 잘 안됐다고 느꼈다. (역시) LCK는 쉽지 않구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구나 이런 느낌을 많이 받은 한 해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느꼈는지 궁금하다.

 

(과거에) 잠깐 1군으로 콜업 됐을 때는 긴장된다는 느낌을 못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 완전히 풀타임 주전으로 출전하면서 경기를 뛸 때 긴장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런 것들이) 신체적으로 그리고 플레이로 나타난 거 같다. (경기에서) 지다 보면 자신감도 잃고 그런 게 악순환이 됐다. (팀의 패배에) 당연히 모두들 지분이 없진 않겠지만 제가 좀 지분이 많은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이 아쉽다. 사실 저는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는) 팀원이 못해도 저는 잘할 줄 알았다. (웃음) 그런 자신감이 있었는데 (경기를 치러 보니) 아니어서 좀 아쉽다.

 

그럼에도 지난 2023년을 돌아봤을 때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언제인가?

스프링 스플릿 정규 시즌에 젠지 e스포츠를 이겼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꼭 젠지를 이겨서 라기 보다 경기력도 좋았던 것 같고 무엇보다 이겼을 때 플레이오프나 결승전 같이 큰 무대는 아니지만 그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희가 업셋을 해내면서 팬들의 환호 이런 걸 보며 짜릿하다는 걸 느껴서 신기했다. 그런 느낌이 든 게 처음이라 제일 기억에 남는다.

 

그렇다면 반대로 가장 아쉬웠던 순간을 꼽자면?

그건 좀 많다. (웃음) 스프링인지 서머 스플릿인지 모르겠지만 디플러스 기아와 대결에서 한번 저희가 엄청 유리했는데 상대 애쉬 궁에 맞아서 죽은 것이 생각난다. 그런 강팀들을 상대로 한두 번 이겼으면 뭔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난해 대회에 임하면서) 승점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한화생명 e스포츠와 만날 때마다 유리하던 경기를 내줘서 항상 아쉬웠던 것 같다. (라인전) 체급에서 밀린 게 아닌데 30~40분만 가면 매번 졌던 게 아쉽다.

서머가 끝나고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롤드컵 등 국제 대회가 열렸다. 롤이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는데 어떤 자극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 된 거에 대해서는 사실 큰 생각을 가지지 않았다. 저희는 스프링, 서머가 잘 안되기도 했고 (아시안게임 출전은) 먼 미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하나하나 가까운 목표부터 생각하는 스타일인데 (차근차근 목표를 달성하다 보면) 국가대표가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뭔가 가까운 현실로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우리나라가 이겨야지”라고 응원했던 것 같다.

 

롤드컵은 보는 데 잘하는 팀이 많지만 우승후보는 정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운 좋게 롤드컵 진출팀들과 스크림을 하면서 느낀 건 롤드컵에 출전한 팀과 1등 하는 팀들은 많이 다르구나, 우리는 진짜 못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방금 이야기 한 것처럼 롤드컵 당시 T1을 비롯해 많은 팀들과 스크림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T1의 우승을 처음부터 예측했는지 궁금하다.

대회 초반에는 북미리그 LCS 팀 위주로 스크림을 했다. 이후에 LCK 팀, 중국리그 LPL팀 들과 조금씩 하다가 기회가 돼서 T1과 하게 됐다. T1과 연습경기를 하다가 다른 팀과 해보면 T1의 우승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LPL의 징동 게이밍(JDG)이 할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T1이 징동을 이겼을 때 우승을 확신했다.

 

T1과 스크림 소식이 알려지면서 광동 프릭스의 성장을 기대하는 팬분들이 많다. 선수들은 실제로 어떤 변화가 있다고 느끼는지?

사람마다 롤이라는 게임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그런데 T1은 주전 다섯 명이 오랫동안 같이 하기도 해서 그런지 보는 각도 똑같더라. 싸움이면 싸움, 운영이면 운영도 다 잘하고 빨랐다. 유리하다가도 져보고 라인전부터 져보고 그렇게 맞다 보니 저희 실력도 발전한 게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T1 선수들의) 능력치 3개가 10점이고 저희가 2점, 3점, 1점 이런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저희도 7점, 7점, 7점 정도는 되는 느낌? (웃음) 그래서 T1이 저희에게 고맙다고 하지만 (오히려) 저희가 고맙다.

'씨맥' 김대호 광동 프릭스 감독과 선수들의 친근한 모습이 화제인데 친해진 계기가 있는지?

나는 대호형(김대호 감독)을 사실 처음 콜업 됐을 때 만났다. (태윤은 김 감독이 DRX 지휘봉을 잡았던 2021년에 1군으로 콜업돼 호흡을 맞췄다). (당시에) 처음 보자마자 "우리는 선이 없는 관계다. 형이라 불러도 된다"라고 하길래 눈치를 좀 봤다. (웃음) 당시 팀원이던 '킹겐' 황성훈 '표식' 홍창현 등이 다 대호형이라고 하길래 저도 그냥 대호형이라고 부르게 됐다. (현재 광동 프릭스에서는) 저 빼고 다 감독님이라고 하는 것 같다. 사실 (김 감독이) 관심받는 걸 좋아해서 방송 켤 때도 그렇고 그런 거에 쿨하기도 하고 좋아한다. 다 같이 이야기하고 장난치는 분위기를 좋아해서 (개인적으로) 선을 잘 타고 있다고 생각한다.

 

씨맥 감독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어떤 감독이라고 생각하나?

대호형을 보면 볼수록 느끼는 건 롤에 진심인 '롤진남'인 것 같다. 사실 명장 같은 말도 있겠지만 (현재) 성적이 안 좋으니까 이런 말 하긴 미안하다. 명장이란 말은 성적이 나오면 하고 싶다. (김 감독은) 롤에 진심이고 열정이 가득하다. (선수들에게) 게임을 잘 가르치면서 잘 보고 있는 것 같다.

 

2024 시즌 스토브리그 동안 '커즈' 문우찬이 팀에 합류했다. 합류 이후 팀적으로 합은 잘 맞아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단 당연히 같이 지내야 되는 팀이니까 제가 낯을 좀 가리지만 바로 친해지려 노력했다. 거의 하루 만에 친해진 느낌이다. (문우찬이) 다행히 낯을 안 가려서 팀에 금방 스며든 것 같다. 게임적으로는 형이 하던 플레이 방식도 있지만 감독님이 원하는 합이 있고 그런 방식이 있어서 그거를 좀 알려주고 했다. 처음엔 안 맞는 부분도 있었지만 점점 잘 맞고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우찬이) 형이 오래 프로 생활을 한 베테랑인 만큼 빨리 습득하는 것 같다.

 

아픈 질문일 수 있지만 태윤 선수가 대회에서는 솔로 랭크보다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본인은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하고 있는 노력이 있다면?

작년 스프링 같은 경우에는 결과가 엄청 스크림도 안 나오고 개인적으로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뭔가 더 흔히 말하는 '새가슴 플레이'가 나오거나 했던 것 같다. 자신감이라는 게 "너 자신감 가져"해서 가지는 게 아니고 (스스로) 나 요즘 잘하는데 이런 느낌이 들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표님도 "솔로 랭크처럼만 해라"라고 말씀하신다. (솔로 랭크에서) 다른 프로선수들도 만나고 지기도 이기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그런 말을 들으면 잘 모르겠다. 뭔가 마음 같지 않더라. 감독님이 "솔로 랭크가 곧 스크림이고 스크림 잘하면 그대로 대회에서 알아서 된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사실 그 말에 엄청 공감하진 못했는데 롤드컵 기간 때 스크림을 해보면서 스크림이 잘 되면 게임이 잘 되긴 하는구나. 이런 거를 느껴서 그대로 대회에서 하면 되겠다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2024 시즌 앞두고 대격변 패치로 아예 다른 게임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바뀐 메타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또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직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맵도 바뀌고 이것저것 생기긴 했는데 해보면서 느낀 건 '결국 롤'이더라. 막상 해보면 많이 바뀐 거 같지 않다. 롤이 항상 그렇듯 라인전이 중요한 거 같고 (라인전 성장을 기반으로) 잘 싸우던지 오브젝트를 먹던지 (해야 하는 플레이가) 똑같은 것 같다. (스프링 메타가) 롤드컵 메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연습과정에서 느끼기에 광동은 이번 시즌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

목표는 당연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냉정히 말하면 지금 실력으로는 진짜 운이 좋으면 6등일 것 같다. 목표를 크게 갖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 객관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머 시즌에는 플레이오프 진출과 롤드컵 선발전에 나서는 것이 목표다. 올해는 꼭 롤드컵 시드로 롤드컵 무대를 경험해 보고 싶다.

 

가장 경계되는 팀 혹은 가장 이기고 싶은 팀을 꼽자면 어디인가?

경계되는 팀은 디플러스 기아와 KT 롤스터다. 이유는 T1, 젠지 e스포츠, 한화생명 e스포츠가 사실 부동의 3강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DK와 KT까지 하면 5강으로 동부, 서부가 나뉜 느낌이다. 하지만 결국 (더 높이 가기 위해) 다 이겨야 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겨야 되는 팀들 중 우선순위를 정하자면 DK와 KT여서 경계된다. 그밖에 이기고 싶은 팀은 리브 샌드박스와 OK저축은행 브리온이다.

프로 선수로서 앞으로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일단 솔로 랭크 2000점을 찍어보고 싶다. 멋있더라고요. 보통 찍으면 1등이니까 (웃음) 뭔가 원거리 딜러로서 2000점이면 멋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무대에 서보고 싶다. 지난 (서머 스플릿) KT와 T1의 플레이오프 경기를 직관 갔었는데 엄청 재밌더라. 최종적으로는 길에 지나가면서 이름을 들으면 아는 정도의 인기와 그에 걸맞은 실력도 갖고 싶다. 살면서 해보고 싶은 건 키플레이어 지표에 전부 다 1등이 떠있는 거 한번 보고 싶다.

 

롤 모델로 삼는 선수가 있나?

원래는 경기도 잘 안 보고 그래서 없었다.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한 건 락스 타이거즈의 '프레이' 김종인 선수다. 락스 타이거즈라는 팀이 멋있기도 했고 선수도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다음에는 사실 '바이퍼' 박도현, '데프트' 김혁규, '구마유시' 이민형, '에이밍' 김하람 등 잘하는 선수들을 따라가면서도 이기고 싶은 느낌이 든다.

 

마지막으로 팬분들에게 각오나 편하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사실 (작년 한 해) 잘 못했는데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고 또 죄송하다. 긴말하기보다 계속 응원해 주시는 만큼 잘하고 싶고 (앞으로) 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출처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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