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케이션 in 광주] AI페퍼스 여자배구단 선수들을 만나다
AI페퍼스는 2021년 광주광역시를 연고지로 창단한 여자프로배구단이다. AI는 데이터 기반의 경기력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최고의 배구단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또한 AI 중심도시로 성장하는 광주광역시의 동반자이자, 지역 겨울 스포츠의 상징이 되겠다는 의미다.
AI페퍼스는 막내 구단으로 다른 팀보다 출발이 늦었지만, V리그 다크호스로 통하며 지역민들의 뜨거운 응원과 함께 하루하루 성장해 가고 있다. 하혜진 선수, 이고은 선수, 이한비 선수, 박정아 선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 시즌, 그의 어깨 부상은 다행히 거의 완치됐다. 80% 정도 몸 상태가 올라왔다고 밝힌 그는 "합류가 조금 늦긴 했지만, 선수들과 코트 안에서 적응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하혜진은 프로 생활을 한 뒤로 AI페퍼스에서 처음으로 미들 블로커 포지션을 맡았다. 미들 블로커는 기존 배구 용어로 센터. 서브 시작과 동시에 전위 중앙에서 전위 블로커들을 지휘하며 상대 스파이크를 저지하는 역할을 한다. 하혜진은 미들 블로커 포지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으로 상대 팀 세터와의 수싸움을 꼽았다.
그는 "훼이크 공격을 시도할 때 더 자신 있게 사인을 하고 들어간다든지 하면서 상대방이 힘들게 머리를 쓰게끔 만들어주는 것. 그런 부분을 조금 더 신경 쓰면서 경기한다"라고 말했다.
하혜진은 타고난 배구계 금수저다. 그의 아버지가 한국 배구의 레전드 하종화 선수인 까닭이다. 그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배구 센스가 좋은 점에도 분명 그의 아버지가 좋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한편으로 레전드의 그늘에서 편견에 시달렸을 법도 한데, 그는 여전히 가장 존경하는 선수로 그의 아버지를 꼽는다.
하혜진은 "존경하는 선수나 인물을 물어보면 저희 아빠 하종화 선수라고 변함없이 대답했다. 지금도 그렇다"고 말한다. 멘탈적인 부분도 존경스럽고, 선수로 활동할 때의 모습들이 인상적이어서 꼭 닮고 싶다고.
하혜진은 부상 후 재활을 거치며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고, 팀도 가장 어려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아버지이자 멘토인 하종화 선수는 그가 극복할 수 있도록 큰 힘이 돼 준다. 특별한 조언이 없어도 그렇다.
하혜진은 "그냥 고생했다. 대견하다. 큰 문제들도 잘 넘길 수 있을 거다, 이런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고 말했다. 그것만으로도 사실 큰 힘이 된다. 그는 열심히 이겨내고 있다. 광주 팬들의 응원 역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런 응원에 보답하는 길은 승리. 그리고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팀이 최근에 연패 탈출을 했는데 남은 경기도 이제 같이 힘내서 잘하고 싶다"고 밝힌 그는 배구의 매력을 알리는 데도 적극적이다. 하혜진은 "매거진G 독자분들이 경기장에 오셔서 재미를 느끼실 수 있도록 다른 팀보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만큼 열정과 패기로 똘똘 뭉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을 밝혔다.
어려운 상황도 잘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항상 웃으면서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변에 전달해 주는 하혜진. 그와 AI페퍼스의 내일을 응원하고 싶은 이유다.
*하혜진 선수 : 1996년 9월 7일생. 17번. 미들 블로커. 179.6cm, 61kg. 백어택을 잘하는 미들 블로커. 배구 레전드 하종화의 딸. 밝은 에너지로 팀의 분위기를 이끄는 분위기 메이커.
마음고생이 심했을 테지만 그는 "덕분에 더 단단해진 것 같다"고 말한다. 초반에는 조금 힘들기도 했지만, 지나고 나서는 구단에서도 많이 신경 써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또 팬들이 자신을 오히려 더 많이 걱정해 주고 생각해 준다는 걸 알게 된 계기였다고.
아픈 시기를 성장하는 기회였다고 말하는 이고은의 강하고 긍정적인 멘탈은 세터와 어울린다. 세터가 배구의 모든 포지션 중에 경기 내외적으로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세터는 칭찬에 인색하고 비난은 쉽게 받는다. 팀이 어려운 시기에 처할 때, 뜻하지 않은 화살이 그에게 돌아오더라도 그는 여전히 묵묵히 이겨낸다.
이고은은 "혼자만의 방법으로 자꾸 되새기면서 그렇게 헤쳐 나가려고 하는 것 같다. 잘 버티고 슬기롭게 생각하고 성실하게 이겨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호수 공원 주변을 산책하면서 음악을 듣거나, 가만히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등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스스로 힐링하고 충전하며 이겨낸다는 이고은. 그런 그에게 연고지 광주로의 완전 이전은 여러모로 큰 힘이 된다. 부모님이 가까운 전라도에 계시는 것도 든든하고 훌륭한 체육관 시설, 열정적인 광주 팬들의 응원이 모두 도움이 된다고.
그는 특히 "숙소 뒤쪽에 먹거리 골목이 있는데 우연히 전골을 먹으러 갔었다. 정보 없이 그냥 들어갔는데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 부모님이 왔을 때 다시 가서 먹기도 했는데, 광주는 어딜 가나 음식이 맛있는 것 같아서 좋다"며 음식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고은은 이제 프로 배구에 들어온 지 11년 차다. 그의 선수로서 목표는 선명하다. 그는 "같은 선수로서는 후배들에게 닮고 싶은 선수가 되는 것이지만, 무엇보다 바라는 건 팬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선수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존재로 팬을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데도 늘 곁에서 꾸준히 응원해 주는 팬들에게 모든 감사를 돌리는 이고은. 그는 팬 덕분에 힘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페퍼스가 광주로 연고지를 완전히 옮긴 걸 아직 모르시는 분들도 많은데, 여기서 생활하고 여기서 홈경기도 열리니까 매거진G 독자들과 많은 시민들이 경기장에 오셔서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이고은의 응원가는 YB의 '나는 나비'다. AI페퍼스와 이고은이 다음 시즌에는 나비처럼 훨훨 날아오르길 기대해 본다.
* 이고은 선수 : 1995년 1월 9일생. 6번. 세터. 170cm, 64kg. 2013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도로공사 입단. AI페퍼스 첫 FA 영입 선수.
이번 시즌 페퍼스에 합류한 박정아가 새로운 주장이 되면서 부담감을 조금 덜었지만, 그 외에 달라진 점은 없다. 그는 "주장을 하고 있을 때도 항상 팀원들한테 도움을 많이 받고 또 의견도 같이 내면서 같이 해나가려고 했었는데, 정아 언니도 그런 부분에서 잘 이끌어 준다. 변함없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팬들은 이한비의 장점으로 '정말 열심히 한다'는 것을 꼽는다. 지난 2월 23일, AI페퍼스가 연패를
끊어낸 경기에서도 그런 모습이 잘 드러났다. 몸을 아끼지 않고 공을 끝까지 쫓아가는 아찔한 순간도 여러 번 연출했다. 그의 플레이는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한비가 코트에 들어갈 때 생각하는 마음가짐은 늘 똑같다. 항상 최선을 다하자, 연습한 대로 잘해보자. 물론 그 다짐은 코트에서 늘 좋은 결과로 다가오지 않는다.
2월 23일 경기는 팀이 가장 힘든 상황에 처해있을 때 치러졌다. 그는 "동료들과 경기 내내 조금 더 즐겁게 6라운드를 시작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해보자고 서로 응원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그 결과는 웃음과 눈물로 이어졌다.
이한비의 강타는 정평이 나 있다. 특유의 강하고 묵직한 공격으로 블로킹 벽을 뚫어내는데, 이를 받아본 수비수들은 이구동성으로 팔이 아프다고 말한다. 이처럼 경기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파이팅이 넘치는 그이지만, 경기가 없을 때는 숙소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다.
그는 "광주로 온 지 6개월 정도인데 숙소 밖으로 안 나가서 조금 아쉽다. 맛있는 카페 같은 곳에 가는 걸 좋아하는데 기회가 되면 좀 찾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광주는 배구 불모지다. 많지 않은 배구 팬들에게도 이한비는 각별하다. 광주 팬들이 원년 맴버 이한비에게 큰 기대와 사랑을 보내는 만큼, 그가 팬들에게 느끼는 고마움도 무척 크다. 그는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 하지 않는 것은 열띤 응원을 해주는 팬들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아직 저희 AI패퍼스를 모르시는 분들도 많으실 텐데, 광주에도 겨울 스포츠가 생겼으니까 아주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전한 이한비는 "이제 시즌이 얼마 안 남았고 또 힘든 시간을 많이 보냈지만, 남은 경기 동안 더 좋은 모습 보여드려 매거진G 독자들과 팬들이 좀 더 웃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 이한비 선수 : 1996년 10월 28일생. 16번. 아웃사이드 히터. 177cm, 77kg. AI페퍼스 초대 주장.
박정아는 "처음 왔을 때는 솔직히 나이 차이도 너무 많이 나고 처음 보는 선수들이 많아서 조금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같이 한 시즌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이제 없고 다 잘 지내고 있다. 팀에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많아서 그런 부분들을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 중에 페퍼스의 초대 주장 이한비에게서 완장을 건네받았다. 박정아에게 주장은 낯설지 않다.
김연경의 뒤를 이어 국가대표배구팀 주장을 맡고 있으니 그 무게 또한 잘 알고 있다. 박정아는 "주장이 됐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어린 선수들이 많다 보니까 얘기도 많이 하려고 하고 조금 더 솔선수범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시즌 마지막까지 주장으로서, 또한 팀의 최고참 리더로서. 그는 페퍼스의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 분투했다. 경험 많은 그의 한 마디가 모두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그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는 "모든 선수가 다 힘들기 때문에 항상 서로 힘내자, 재미있게 하자, 많이 웃자 그런 이야기를 제일 많이 하는 편이다. 경기 전에는 항상 하는 이야기가 집중하자, 약속한 플레이 다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아직 페퍼스의 끈기와 패기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우승 청부사'라는 수식어와 더불어 박정아는 '클러치 박'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승부가 결정지어지는 세트 막판, 중요한 순간들을 점수로 이끌어내며 클러치 상황에서 공격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즐거운 배구를 할 수 있도록, 웃으면서 배구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밝힌 박정아는 팬들에게도 고마운 마음과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는 "직관하면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도 있고, 공 때리는 소리나 서로 파이팅 하는 소리가 더 잘 들린다. 그래서 집에서 보는 것보다 직관이 훨씬 재미있다. 페퍼스타디움(AI페퍼스 여자배구단 전용 경기장) 많이 찾아와 주시고 열기를 같이 느끼면서 매거진G 독자들과 시민들이 많이 응원해 주시면 고맙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경기가 똑같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승리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하며 다음 시즌을 향한 의지를 다졌다.
* 박정아 선수 : 1993년 3월 26일생. 10번. 아웃사이드 히터. 187cm, 74kg. V리그 통산 5회 우승. 개인 통산 득점 5000점(역대 5호).
- 출처 : 오마이뉴스
'배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SOOP, 대한배구협회와 배구 생태계 활성화 맞손 받은편지함 (0) | 2024.06.30 |
---|---|
'온가족 뭉쳤다' 광주 삼둥이 배구꿈나무 "국대 금메달 소원" (0) | 2024.06.04 |
광주 서구-AI페퍼스, 상무고에 배구공 지원 (0) | 2024.04.12 |
3.13 경기 일정 (배구) (0) | 2024.03.13 |
3.8 경기 일정 (배구) (0) | 2024.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