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위기의 순간 등장한 ‘아기 호랑이’의 역투···3위 추락을 막은 윤영철, KIA 선발진에 다시 힘을 실었다

Talon 2024. 6. 11. 00:00

이번주는 KIA에게 있어 굉장히 위험한 한 주였다. 롯데와 두산을 차례대로 만나 모두 루징시리즈를 허용하며 6경기 2승 3패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주말 KT에 당한 루징시리즈까지 포함하면 9경기 3승 6패였다. 오랫동안 지켜오던 단독 선두도 결국 LG에 내주고 말았다.

KIA가 흔들린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결국 선발 로테이션의 문제가 가장 컸다.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인 이의리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로 시즌아웃되면서, 지난 4일 그가 등판할 자리에 임기영이 올랐다가 롯데 타선에 4.1이닝 9피안타 5실점으로 무너졌다. 다음날 선발로 나선 황동하는 5이닝 3실점(2자책)으로 선방했지만, 불펜이 무너지며 고개를 숙였다.

6일 양현종이 비록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으나 6이닝 5피안타 3실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역투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KIA는 7일 두산과 3연전의 첫 스타트를 ‘에이스’ 제임스 네일을 내며 연승을 노렸다. 하지만 네일도 살아난 두산 타선을 견디지 못하고 6.1이닝 8피안타 5실점(4자책)으로 부진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윌 크로우의 대체 선수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캠 알드레드는 데뷔전에서 3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이대로 당분간 암울한 행보가 예상됐던 KIA에 한줄기 희망의 빛이 찾아왔다. 그것도 2004년생 고졸 2년차 ‘아기 호랑이’가 안겨준 것이었다.

주인공은 바로 윤영철이었다.

윤영철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두산과 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안타 5개와 볼넷 3개를 내줬지만, 단 한 번의 실점도 허용하지 않고 무실점 역투를 펼쳐 시즌 5승(3패)에 성공했다. KIA는 윤영철의 씩씩한 호투를 발판 삼아 두산을 8-2로 꺾고 스윕을 면했다. 만약 이날 패했으면 두산에 3위 자리까지 내줘야 했던 KIA는 두산과 격차를 1경기로 벌리고 이날 KT에 패한 선두 LG와 격차를 0.5경기로 줄여 다시 선두 탈환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이날 윤영철의 투구는 안정적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1회말부터 5회 말까지 매이닝 주자를 내보냈다. 하지만 위기에 몰려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 있게 공을 던져 수차례 위기를 넘어갔다.

1회말 선두 타자 헨리 라모스에게 볼넷을 내주며 출발했으나 곧바로 이유찬을 병살타로 잡아내며 위기를 벗어났고, 2회말 2사 1·3루 위기는 조수행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것으로 탈출했다.

3회 말에도 1사 후 이유찬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허경민을 병살타 처리하며 가뿐하게 이닝을 마무리한 윤영철은 5회말, 이날 경기 최대 위기를 맞았다.

선두 타자 정수빈에게 안타를 내준 윤영철은 이어 조수행을 2루 땅볼로 유도해 정수빈을 2루에서 잡아냈다. 하지만 이어진 1사 1루에서 라모스에게 안타를 맞아 1사 1·2루에 몰렸다. 그리고 다음 타자 이유찬의 타석에서 이중도루가 나왔다. 하지만 KIA 포수 한준수가 3루로 뛰는 발 빠른 조수행을 잡는 대신, 2루로 뛰는 라모스를 잡아내는 결정적인 선택으로 이의리를 잡았고, 아웃카운트 2개가 돼 한숨을 돌린 이의리는 이유찬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아기 호랑이’의 역투에 타자들도 힘을 냈다. KIA는 1회초 무사 1·2루에서 나성범의 2타점 3루타와 이우성의 내야안타로 3점을 뽑아 윤영철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2회 초에는 1사 2루에서 나성범의 적시타가 터져 1점을 더 뽑았고, 5회에는 최원준이 쐐기를 박는 스리런홈런을 작렬했다. 그리고 8회초 무사 3루에서 박찬호의 내야 땅볼로 1점을 추가했다.

이번 시즌 KIA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맡고 있는 윤영철은 최근 기복이 심했다. 이날 등판 전 치른 3차례 등판에서 11.1이닝 동안 무려 12실점(11자책)을 해 평균자책점이 8.74에 그쳤다.

이날 윤영철마저 무너졌다면, KIA는 다음주 SSG-KT로 이어지는 원정 6연전을 앞두고 선발 로테이션에서 시작되는 마운드 운영에 상당한 고민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믿음직스러운 선발 카드가 양현종과 네일, 황동하 세 명 밖에 남지 않기 때문이었다. 세 명이 적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승’에 도전하는 KIA 입장에서는 적어도 하나의 카드는 더 필요했다.

하지만 윤영철이 중요한 순간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쳐주면서 KIA도 한숨을 돌렸다. 일단 KIA는 다음주 황동하부터 시작해 양현종-네일-알드레드-윤영철-황동하 순서로 선발 로테이션이 돌아간다. 알드레드의 두 번째 등판 여부가 관건이긴 하지만, 양현종과 네일, 황동하에 ‘살아난’ 윤영철까지 4명은 충분히 해볼 만하다.


- 출처 : 스포츠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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