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8.
90년대 중후반, 1세대 아이돌 핑클, S.E.S., 베이비복스 등의 귀마다 걸려 있던 링 귀걸이. 그 시대 패션 아이콘 핑클의 상징은 커다란 링 귀걸이였고, 그 중심에는 이효리가 있었다.
그리고 패션과 음악계가 90년대 노스탤지어에 흠뻑 빠져있는 지금, 핑클의 링 귀걸이가 4세대 아이돌 스타일에 등장하고 있다. 90년대 도쿄 하라주쿠와 우라하라주쿠에서 탄생한 ‘우라하라’ 스타일로 돌아온 뉴진스의 ‘How Sweet’ 패션에서도 눈에 띄는 건, 링 귀걸이. 빈티지 프레피 룩과 힙합 룩이 믹스 앤 매치된 패션과 함께, 민지의 긴 생머리 아래로 링 귀걸이가 반짝이고 있고, 헌팅 캡을 쓴 혜인의 귀에도 링 귀걸이가 빛난다.
쇠맛 여전사 컨셉으로 컴백한 에스파의 스타일에서도 링 귀걸이가 발견된다. 뉴진스의 스트리트 힙합 중심의 ‘우라하라’ 패션과 또다른 에스파의 화려한 Y2K 룩에서 작은 링 귀걸이가 단연 돋보인다. 특히 푸마 볼캡과 링 귀걸이 스타일을 보여준 닝닝의 Y2K 스타일은 수많은 숏폼 릴레이를 이끌어내며 화제가 됐다.
링 귀걸이를 한 Y2K 스타일은 키스오브라이프의 나띠와 트와이스에 의해서도 그녀들만의 방식으로 재현됐다. 나띠는 90년대 핑클이 했던 그 커다란 사이즈의 링 귀걸이를 걸쳤는데, 눈썹을 덮는 풀뱅 앞머리와 멋지게 조화되어 2024년 버전의 Y2K 패션으로 주목받았다. 트와이스의 지효와 모모는 스터드 벨트, 암 워머, 짧은 크롭 톱과 링 귀걸이로, 이효리의 ‘텐미닛(10 Minutes)’ 패션을 오마주한 듯한 Y2K 룩을 선보였다.
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여성들은 누구나 여러가지 사이즈의 링 귀걸이를 걸치고 다녔다. 당시 국내에서 ‘버스 손잡이 귀걸이’라고 불렸던 자이언트 링 귀걸이까지 등장할 만큼, 링 귀걸이의 존재감은 컸다. 핑클, S.E.S., 베이비복스와 같은 1세대 아이돌 패션의 상징이었던 링 귀걸이는 2~3세대 아이돌에게까지 이어졌었다. 서인영, 미나, 채연 등이 짧은 크롭 톱에 링 귀걸이를 연출해, 건강하고 섹시한 이미지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 뒤로도 시스타의 보라와 효린, 미스에이 시절의 수지, 소녀시대도 종종 링 귀걸이를 하고 무대 위에 섰다. 물론 링 귀걸이는 아이돌들을 통해서만 활용된 건 아니다. 신민아, 송혜교, 전지현, 이하늬, 공효진 등 여배우들도 일상이나 공식 석상에서 링 귀걸이 룩을 선보여 왔다.
링 귀걸이의 기원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고대 이집트 여성들은 부와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링 귀걸이를 착용했다. 이후 빅토리아 시대를 거쳐 1920년대 링 귀걸이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여성들을 코르셋과 길게 늘어뜨리는 드레스로부터 벗어나게 했던 해방의 시대 20년대에 링 귀걸이는 자유의 상징과도 같았다. 그 후 80년대를 거쳐 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초반까지 링 귀걸이가 전세계를 뒤덮었다. 힙합 같은 서브컬처에서 폭발적으로 사랑받은 링 귀걸이는 하이엔드까지 이어졌다. 서브 컬처에서 XXL 사이즈의 실버 또는 골드 자이언트 링 귀걸이를 볼 캡이나 헌팅 캡과 매치시키는 스타일이 유행했다면, 하이엔드 주얼리에선 다이아몬가 촘촘하게 세팅된 링 귀걸이가 드레스와 매치되곤 했다.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링 귀걸이 연대기. 돌고 도는 그 유행의 서클이 만나 지금, 뉴진스와 에스파와 같은 4세대 아이돌부터, 이효리, 시스타, 채연, 수지 등 같은 선배 아이돌까지 무대와 일상에서 링 귀걸이를 즐기고 있다. 이번 여름, 커다란 사이즈의 링 귀걸이가 아니더라도 작은 사이즈부터 링 귀걸이를 즐겨봐야 할 것이다. 링 귀걸이가 지닌 파워풀한 매력에 금세 빠져들게 될 것이다.
-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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