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LCK컵 첫날 엿볼 수 있었던 2025 시즌 초반 메타의 특징은 빠른 템포다. 양 팀이 나란히 첫 유충 등장 전 전령 중지로 집결하고, 대규모 팀 파이트를 전개하고, 승리하는 팀이 게임의 주도권을 잡아 부드럽게 스노우볼을 굴리는 그림이 여러 차례 나왔다.
그래서 DN 프릭스가 농심 레드포스전 3세트에서 스몰더를 뽑은 건 다소 의외로 여겨진다. 스몰더는 소위 ‘밸류 조합’으로 불리는 후반 캐리 조합에 특화된 챔피언이어서다. DN은 왜 초반 템포가 중요한 메타에서 스몰더를 뽑았을까. 피어리스 드래프트와 유충보다 중요한 오브젝트 아타칸을 고려해야 DN의 밴픽을 이해할 수 있다.
피어리스 드래프트에선 후반 세트로 갈수록 특정 라인을 향한 저격 밴이 평소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농심은 3세트 밴 카드 5개를 모두 정글 챔피언(스카너·바이·킨드레드·리 신·비에고)에 투자했다. 특정 라인을 향한 저격 밴은 예년에도 종종 나오곤 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앞선 두 세트에서 양 정글러가 썼던 챔피언(오공·녹턴·세주아니·신 짜오)까지 자동으로 밴이 된다. ‘표식’ 홍창현으로선 9개의 챔피언을 금지당했던 셈이다. 평소 저격 밴의 2배 가까운 가짓수다.
손가락 9개를 접힌 홍창현의 최종 선택은 아이번이었다. 아이번은 딜러진을 보좌하는 데 특화된 정글러다. 아이번을 고르면 자연스럽게 미드라이너인 이태영의 챔피언 선택 폭도 좁아진다. 아이번이 성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미드 파트너 챔피언이 제한적이어서다. 그가 트리스타나, 스몰더 등을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처럼 팀 게임의 밴픽은 고목의 줄기처럼 복잡하다.
이태영은 트리스타나와 스몰더 등 몇 가지 챔피언을 놓고 고민하다가 스몰더를 선택했다. 트리스타나 숙련도에 자신 있는 이태영이지만 현재 패치 버전에서 트리스타나란 챔피언의 체급이 워낙 낮다고 판단했다. 이태영은 “내가 할 수 있는 챔피언이 몇 가지 더 있었지만 정글러를 향한 견제가 워낙 심했다. 정글과 맞춰서 조합을 짜다 보니 할 만한 챔피언의 가짓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태영은 “밴픽을 보고 ‘이겼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충 오브 레전드’ 양상을 보이는 메타에서 후반 캐리 픽을 골랐음에도 승리를 확신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유충을 상대방에게 넘겨주더라도 20분에 조합과 챔피언의 힘이 올라온다면 충분히 게임을 역전할 수 있는 메타라고 읽어서다. 20분, 아타칸이 등장하는 시간이다.
이태영은 “스몰더를 골랐을 때 상대방에게 유충을 다 내주는 건 슬픈 일이다. 하지만 요즘 메타의 핵심 오브젝트인 아타칸은 20분에 나온다. 20분이 넘어가면 스몰더의 힘이 올라온다”라고 말했다. 그는 “상대 블리츠크랭크의 그랩만 조심한다면 아이번의 실드도 있어서 스몰더가 심한 견제를 받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면서 “밴픽에서 이점을 얻고 게임에 들어갔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피어리스 드래프트에서는 챔피언 하나를 고를 때도 다른 포지션과 다음 세트를 포함한 열 가지, 수십 가지 수싸움이 들어간다. 이태영은 게임을 하는 선수로서도 피어리스 드래프트에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내 챔피언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팀의 전체적인 조합 밸런스를 따지며 밴픽을 해야 하더라. 보시는 분들도 더 재미있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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