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박상진의 e스토리] 이스포츠가 가진 문화의 힘, '철의 판타지' 포스코와 손잡다

Talon 2025. 3. 25. 16:40

2012년 용산에서 시작된 리그 오브 레전드 이스포츠가 어느덧 10년을 넘어 15년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 정식 출시 전부터 인기를 얻었던 리그 오브 레전드는 한국 정식 출시 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2015년 단일팀 체제 이후 2019년 롤파크 정식 개장에 이어 2021년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도입하며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리그인 LCK는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2013년 SK텔레콤 T1의 첫 월드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몇 번의 고비는 있었지만 여전히 한국은 리그 오브 레전드 이스포츠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첫 정식 종목으로 도입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따며 게임을 넘어 젊은 세대가 즐기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서울 한복판인 종로에 자리 잡은 롤파크의 입지가 현재의 리그 오브 레전드의 위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리그 오브 레전드가 게임과 놀이를 떠나 하는 것과 보는 것 모두 문화가 되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LCK는 이스포츠의 도입과 발전, 그리고 정착은 하나의 사회적 시선이자 산업의 정착, 그리고 문화로서의 파급력을 보이는 좋은 예다. 초창기 리그 오브 레전드는 게임이라는 놀이로 인식되었고, 대회에서 후원사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스폰서를 구했다고 하더라도 상금을 현금이 아닌 현물로 주는 웃지 못할 시기도 있었다.
 

이후 LCK를 지켜보는 시청자가 늘고, 플랫폼으로서 가치가 늘자 놀이에서 산업으로 한 단계 올라섰다. 과거 주최 측에서 돈을 준다고 하더라도 대회 개최에 부정적이었던 사회는 LCK를 두고 손익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이스포츠 후원에 들어가는 금액과 후원사가 확실히 얻을 수 있는 효과를 따져보고, 그 비용을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보다 효과가 좋다면 이스포츠를 선택하는 시기였다. 여전히 게임이지만 이를 대회로 만드는 과정을 담당하는 산업으로서 이스포츠에 관련된 기업들이 후원의 수지타산을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스포츠는 모르지만 페이커는 알 정도로 시대의 상징이 된 이상혁의 활약과 함께 안정된 환경을 보장하는 프랜차이즈의 도입, 그리고 팬데믹 시절에도 성장하던 LCK와 리그 오브 레전드 이스포츠는 2023년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어 7년 만에 페이커의 T1이 다시 월드 챔피언십을 들어 올리며 산업에서 문화로 성장했다. 수지타산을 넘어 LCK라는 플랫폼에 후원사의 이미지를 더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금액으로는 따질 수 없는 효과를 거두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다.

게임과 산업을 넘어 문화로 자리잡은 LCK에는 이제 게이밍기어나 IT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업이 LCK와 함께한다는 이미지를 더하기 위해 후원을 하고 경기를 통해 이스포츠 시청자들과 만난다. 올해 후원사로 합류한 포스코 역시 LCK와 함께하는 기업이다. 1968년 창립된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를 사업장으로 가지고 있다.
 

한국 최초 일관제철소, 즉 철광석을 철로 만드는 철강 제조의 모든 공정을 가진 제철소인 포항제철소와 단일제철소 조강 생산량 기준 세계 1위인 광양제철소를 운영하며 대표적 철강기업으로 성장한 포스코와 이스포츠는 큰 연관이 없어 보인다.

 

심지어 경기를 지켜보는 시청자는 직접적으로 포스코와 닿을 기회도 많지 않다. 그럼에도 포스코는 새로운 문화의 대표적 상징인 LCK에 후원한다. 이러한 이유를 알기 위해 2025 LCK 정규 리그 개막을 앞두고 포스코와 이야기를 나눴다.

 

철은 우리의 삶과 밀접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것에 철은 빠지지 않는 소재다. 하지만 포스코라는 기업은 우리에게 멀게 느껴진다. 포스코는 젊은 층에게도 친숙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LCK를 선택했다. 자라나는 10대와 사회 초년생인 20대, 그리고 사회의 주류로 자리 잡는 30대에게 포스코가 어떤 기업인지 알리기 위해서다. LCK 경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판타스틸((FANTASTEEL)'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포스코의 제품을 사용할 최종소비자이자 포스코와 함께할 중요한 젊은 인재들에게 친숙해지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이스포츠를 즐기는 연령대가 넓어지고 있다는 것도 포스코가 LCK와 손잡은 이유다. 리그 오브 레전드 초창기 게임을 즐기던 세대들이 이제는 가정을 이룰 나이가 됐고, 이제 자녀들과 함께 롤파크를 방문하는 일도 흔히 볼 수 있다. 포스코가 과거 기성세대들과 함께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주역이라면, 이제는 젊은 세대에게 글로벌 콘텐츠인 LCK와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것을 알리려는 의도다.
 

포스코를 구성하는 젊은 세대 직원층에게 어필하려는 것도 하나의 목표다. 포스코의 절반에 가까운 직원이 20~30대다. 23년부터 포스코 내에서 사내 이스포츠 대회가 열렸을 정도로 내부에서는 이스포츠에 관한 관심이 높다. 이스포츠를 향한 내외의 뜨거운 분위기를 느낀 포스코는 실제 경기장을 방문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포스코는 후원 진행에 확신을 얻었다.
 

단순히 경기 중 브랜딩을 노출하지 않고, 경기 내에 녹아들 수 있는 방법을 취한 것도 포스코가 LCK 후원에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경기 중 드래곤을 처치했을 때 '판타스틸' 슬로건이 공개된다. 대지의 35%를 차지하고 있는 철광석은 바람을 구성하는 산소와 결합한 산화철 형태로 존재한다. 이를 1000도가 넘는 불로 녹인 후 달구고 물로 식히는 화학적 기술이 들어간 것이 제철 산업의 바탕이고, 이것이 게임 내에 등장하는 드래곤과 비슷한 구조라는 것이 포스코의 설명이다.

특히 포스코가 개발 중인 수소환원제철이 실용화되면 탄소 대신 물을 배출하게 된다. 철을 만들면서 물이 생성된다는 점 역시 마법공학이나 화학공학과 연결되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설명이고, 단순 제강제철 이외에도 철강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기가스틸, 포스맥 슈퍼, 고망간강 외에 다양한 고기능 프리미엄 제품 생산으로 삶을 레벨업 시키는 점이 '판타스틸'과도 연결된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포스코가 이번 LCK 후원에 들인 공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포스코는 경기 중계 뿐만 아니라 실제로 현장을 찾아 이스포츠 팬들과 호흡을 계속 진행해 다양한 방면에서 자사를 알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번 LCK컵 기간 롤파크 현장에서 이벤트를 통해 각 팀의 금속 엠블럼 등의 상품을 증정해 포스코가 최종 소비자인 이스포츠 팬들과 가까이 있다는 이미지를 전했다. 이어 포스코는 MSI 선발전이나 정규 시즌 결승전의 큰 외부 행사에도 함께하며 LCK와 함께하는 포스코의 이미지를 전하려 하는 것이 목표다.
 

여전히 이스포츠를 바라볼 때 경제 규모나 매출, 순이익 얼마인지 따지려고 한다. 하지만 문화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 특히 수출 위주의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국은 내수용 콘텐츠보다 글로벌 콘텐츠의 가치가 더 높다. 특히 이스포츠는 K-POP이나 한국 영화나 드라마 이상의 글로벌 콘텐츠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단방향으로 흐르는 기존 콘텐츠의 흐름이 아니라 이스포츠는 상호 작용이 활발한 양방향 콘텐츠고, 이를 즐기는 시청자와 팬 사이에서도 크고 단단한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계속 순환되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이번 후원은 이스포츠와 LCK가 일부의 취미나 산업을 넘어 문화 플랫폼으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철강기업이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어디든 철이 있듯 포스코 역시 LCK와 이스포츠 팬들과 함께 있다는 포스코의 '판타스틸' 슬로건으로 젊은 층에게 접근하려는 시도에 적잖은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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