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e스포츠는 스타크래프트 하나로 통칭되던 시절이 있었다. 다른 게임들도 e스포츠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2000년도 중반까지는 e스포츠는 스타크래프트고 스타크래프트는 e스포츠였다.
2010년대 들어 스타크래프트 외에도 다른 종목이 인기를 얻으며 e스포츠의 영역은 점점 넓어져 갔다. 이에 따라 방송을 진행할 중계진도 차차 늘어났다. 처음에는 중계진 한 명이 한 가지 종목을 주력으로 중계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여러 종목을 중계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나 두 종목 모두 중계진으로 팬들에게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출신으로 해설가가 된 김정민 해설 역시 현재 하스스톤과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두 종목을 해설하고 있다. 김정민 해설은 하스스톤은 진행에 가까운 해설이라면,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원래 의미에 맞는 해설로 활약하고 있다. 물론 두 종목 모두 팬들에게 좋은 해설로 인정받고 있다.
김정민 해설은 스타크래프트 선수 생활 이후 OGN에서 브루드워, 그리고 스타크래프트2 해설을 맡았다. 그러나 2013년 스타크래프트2 WCS 시즌2가 끝난 후 방송에서 김정민 해설을 만나기 쉽지 않았다. 다른 것 보다 방송에서 시청자를 못 만난다는 아쉬움에 많이 힘들었던 시기였다. 게다가 결혼 전까지는 스타리그나 프로리그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는데, 결혼 시기와 맞물리며 일이 잘 풀리지 않자 자신감도 많이 잃었던 시기라고 말했다.
하스스톤 중계를 시작하기 전 김정민 해설에게도 다른 종목 제의가 왔었다고 한다. 바로 리그 오브 레전드. 그러나 김정민 해설은 당시 자신이 중계하던 스타크래스트2 해설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었고, 스타크래프트2가 자신의 손을 떠나는 그 날까지 스타크래프트2만 했다.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나 스타크래프트2나 모두 같은 게임이었고, 자신이 하고 있던 일이라면 불씨가 살아있다면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었기에 주위에서 왜 좋은 제의를 마다하느냐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스타크래프트를 계속 맡은 김정민 해설이었다.
“방송 제의는 많았는데, OGN 방송을 위주로 하고 싶어서 거절한 적도 많아요. 왜 그런 선택을 하느냐고 의아해하는 분들도 많았는데, 의리를 지키고 싶었달까요.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하고 내실을 다지고 내공을 쌓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했어요. 그러던 중 하스스톤이라는 게임 준비를 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가 들어왔죠. 게임을 준비하는 건 힘들지 않았지만, 다른 게임에서 온 사람이라는 일종의 편견을 없애기 위해 노력이 필요했어요.”
하스스톤을 하던 사람이 아니라 다른 게임을 하다 온 중계진이라는 시청자의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김정민 해설은 게임 외에도 각종 커뮤니티에서 시청자들이 원하는 게 뭔지 꾸준히 살피며 중계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자신에게 창피하게 일하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그리고 진행 위주의 해설자지만, 중계에 필요한 최소한을 갖추고 싶다는 마음에 꾸준히 게임을 하고 전설 등급에 오를 정도로 하스스톤을 한다고.
스타크래프트2 시절 중계진에서 해설을 맡았지만, 하스스톤에 들어와서는 진행에 무게를 두는 모습도 보였다. 처음에는 생소하기도 했고, 중계 파트너가 자주 바뀌는 바람에 힘들기도 했지만, 김정민 해설은 ‘좋은 진행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목표를 세웠다. 옆에 있는 중계진들이 더 좋은 해설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자기 일이라고 생각했고, 이런 김정민 해설의 노력 끝에 하스스톤 시청자들도 김정민 해설을 받아들였다. 하스스톤 팬들이 김정민 해설에 선사한 별명은 ‘정민이 형’. 김정민 해설은 팬들이 친근하게 대해주는 호칭이라 이 별명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김정민 해설은 하스스톤 중계에서 영혼의 파트너인 박태민 해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최근 ‘꿀잼민’이라는 별명으로 하스스톤 중계에 있어 없으면 허전한 사람이 박태민 해설이지만, 방송 초기 반응이 좋지 않아 김정민 해설도 중계 내에서 농담을 줄이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지만 팬들이 박태민 해설을 받아주는 걸 보고 자신도 놀랐다고 한다. 전문적인 해설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팬들의 반응을 보고 김정민 해설은 자기 생각이 틀렸다고 말했다. 박태민 해설도 ‘꿀잼민’이라는 별명을 창피해했지만, 이제는 자신도 꿀잼민이라는 별명도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
이런 김정민 해설에게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하스스톤이 어느 정도 자리 잡자 김정민 해설에게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중계 제의가 왔고, 일단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한 히어로즈에 재미를 느끼고 본격적으로 해설 준비를 시작했다. 다행히 히어로즈 팬들의 반응은 준비 전부터 좋았다. 그와 게임에서 만나는 팬마다 정민이 형이라고 부른 것. 사람들이 격식을 차리고 거리를 두는 거보다 친근하게 대해줘서 중계 전부터 힘이 났다고 한다.
히어로즈를 같이 중계하는 박상현 캐스터와 정우서 해설과도 중계 초반부터 잘 맞았다. 친분이 있는 건 아니지만, 금새 여느 중계진 못지않은 호흡을 보여주며 히어로즈 슈퍼리그를 진행했다. 특히 하스스톤에서는 진행에 무게를 둔 탓에 진중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면, 히어로즈 중계에서는 깐죽거리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정우서 해설도 이런 두 형의 장난을 잘 받아치며 이들이 보이는 즐거운 모습은 히어로즈 슈퍼리그 중계 중에도 자주 만날 수 있던 것. 게임 속도가 빠른 탓에 경기 내에서는 긴장이 넘치지만, 이런 해설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긴장을 풀어주며 방송 자체를 풍부하게 꾸며냈다.
김정민 해설은 ‘고급 레스토랑’이라는 히어로즈의 별명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유저도 늘었고, 관심도 늘었죠. 히어로즈는 시간과의 싸움이라 봅니다. 게임 매칭 속도가 느리다는 점도 고급 레스토랑이라는 별명에 일조한 거 같은데, 이제 매칭도 잘 돼서 다른 게임보다 빠르게 즐길 수 있죠. 최근 히어로즈의 개발은 좋은 쪽으로 흘러간다고 봅니다. 영웅도 50명 이상 되어 밴픽 단계부터 수 싸움이 진행되며 그 긴장감이 게임 내까지 잘 이어지거든요. 다만 누가 상대를 잡았느냐는 킬 수치는 개개인으로 구분해서 보이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최근 정규전 도입이 예고된 하스스톤에 대해서도 김정민 해설은 이야기를 남겼다. 아직 찬반을 나누기 힘든 상황이지만, 생각은 맞되 방법이 아쉽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CEO와 만났을 때도 한 이야기지만, 유저들에게 받아들일 준비가 필요했다는 생각이다. 이어 고대 신의 속삭임에 운적 요소가 들어가는 건 좋지만, 과도하게 컨셉을 살린 카드가 많이 나오지 않으면 어떨까 하는 의견도 밝혔다.
김정민 해설은 히어로즈와 하스스톤에서 기억나는 선수가 있느냐는 질문에 히어로즈에는 MVP 블랙을 꼽았다.
“MVP 블랙은 히어로즈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팀입니다. 그 아래에 TNL과 기타 지역 우승팀이 있죠. 얼마 전에 있던 히어로즈 스프링 챔피언십에서 MVP 블랙은 남다른 실력을 보였습니다. ‘리치’ 이재원이라는 세계 최고의 전사에 영웅 폭이 넓은 ‘싸인’ 윤지훈, 언제 상대를 물어야 하는지 정말 잘하는 ‘사케’ 이중혁, 그리고 연습으로 한계를 극복한 ‘메리데이’ 이태준과 부족함 없는 ‘교차’ 정원호까지 모두 대단한 선수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장점은 프로 마인드가 정말 훌륭한 팀이고, 모든 대회를 합쳐 31세트 무패라는 대기록을 만들었죠. 전성기 시절의 KTF가 세운 23연승하고 비슷한 기록이랄까요(웃음). MVP 블랙은 더 잘하는 거 같아요. 정말 일 년에 두 번 질까 말까 한 팀이 MVP 블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어 김정민 해설은 하스스톤에는 ‘슬시호’ 정한슬과 ‘서렌더’ 김정수, 그리고 ‘따효니’ 백상현을 꼽았다.
“하스스톤은 운적인 요소가 있어서 누구나 꾸준히 하면 언젠가 되는 게임입니다. 반면 운이 좋으면 반짝스타가 우승을 할 수 있는 게임이죠. 이런 환경에서 정한슬이나 김정수 선수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보여주는 선수입니다. 하스스톤은 실력 게임이라는 걸 증명해준 선수죠. 그리고 스타성에 있어 백상현 선수를 따라갈 선수는 드물 거 같습니다. 정말 게이머 친화적인 선수고, 실력도 따라주는 균형 있는 선수입니다. 리엑션이 정말 대단해요. 블리자드가 주최하는 국제 대회에서도 ‘크라니쉬’ 백학준에 이어 우승하면서 한국 서버에 ’삼따팩’이라 불리는 카드팩 3개와 투기장 입장권 하나를 선물하기도 했죠.”
하스스톤과 히어로즈 중계를 진행하는 김정민 해설은 일정이 바쁜 가운데도 최근 즐기기 시작한 게임이 있다고 전했다. 바로 블리자드의 신작인 오버워치. 딱히 중계를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트레스받을 때 마다 즐기며 여유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조바심을 내지는 않지만, 마음의 여유가 생긴 지금 언젠가를 위해 오버워치 역시 즐기고 있다는 김정민 해설은 팬들에게 언제나 감사하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언제나 한결같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고, 스스로 변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 방송을 지켜봐주시는 분들이 게임 방송인으로 부족한 모습을 지적하기 전에 먼저 찾아 노력하고, 언제나 위화감 없는 방송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김정민이 있으면 믿고 볼 수 있는, 믿음이 아이콘이 되는 게 제 목표입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댓글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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