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스톤

[하스스톤 기획①] 역동성 꾀한 하스스톤, 밸런스는 놓쳤다

Talon 2016. 9. 17. 14:39

지난 4월 말, 블리자드는 하스스톤:워크래프트 영웅들에 대규모 업데이트를 실시했다. 세 번째 확장팩인 '고대신의 속삭임'을 출시함과 동시에 정규전과 야생전을 분리하는 등급전 개편을 단행한 것이다.

하스스톤에 새롭게 도입된 정규전은 2년 이내에 출시된 확장팩, 모험 모드의 카드만 사용할 수 있는 대전 방식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과금 이용자들의 볼멘소리를 시작으로 카드의 유한성에 대해 불평이 뒤따랐다.

이에 블리자드는 기존 모험 모드의 카드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변경했고 "역동적인 메타를 꾀할 것"이라며 정규전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그리고 정규전이 도입된 지 4개월, 신규 모험 모드 '한여름 밤의 카라잔'이 출시된 지금까지 역동성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졌다. 

다만 역동성에 치우친 사이 직업별 밸런스는 휘청거렸다. 얼굴없는 화염투사의 등장으로 강력한 필드를 갖게 된 주술사나 영웅 능력으로 패를 수급하며 비용이 적은 하수인을 대거 늘여놓는 '위니 흑마법사', 방어도를 쌓아 후반 승기를 잡거나 용족 하수인을 활용해 필드를 장악하는 전사까지. 일부 직업들이 꾸준히 사랑받는 사이 몇몇 직업은 점점 도태됐다.

역동성을 꾀한 하스스톤. 밸런스의 현주소는 어디일지, 신규 모험 한여름 밤의 카라잔은 직업별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하마코 시즌6서 사제 0회 등장, 성기사는 단 1회

 하마코 시즌5 16강전까진 사제와 성기사가 자주 등장했다.

하스스톤 마스터즈 코리아(이하 하마코) 시즌5 16강전까진 정규전이 도입되지 않았다. 당시 사제는 탐험가 연맹에서 추가된 직업 카드 생매장과 빛폭탄, 아키나이 영혼사제를 활용한 컨트롤로 각광을 받았다. 실제로 사제는 하마코 시즌5 16강전에서 8번 경기에 사용됐다.

성기사는 말할 것도 없었다. 성기사는 비밀 카드들과 로데브, 수수께끼의 도전자, 박사 붐, 티리온 폴트링으로 이어지는 '로수붐티' 콤보로 악명을 떨쳤다. 비밀지기와 보호막을 쓴 꼬마로봇까지 더해 초반 필드 우위까지 챙기기 손쉬웠다. 성기사는 16강에서 9차례 등장, 가장 높은 픽률을 기록했다.

하마코 시즌5 8강부턴 사제 사용률이 줄었고, 성기사도 점차 줄어들었다.

하지만 정규전이 도입된 하마코 시즌5 8강부턴 두 직업의 기세가 꺾였다. 죽음의 군주와 빛 폭탄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사제는 8강부터 결승까지 단 3차례 등장하는 데 그쳤다. 성기사는 신규 확장팩 고대신의 속삭임의 전설 하수인 타락자 느조스와 빛의 군주 라그나로스를 활용한 '느조스 힐기사'가 반짝 떠오르며 8강 9차례 등장했으나 4강부턴 점차 모습을 감췄다.

하마코 시즌6에서 사제는 0회, 성기사는 1회 등장했다. (사진=OGN 중계 캡처)

직업별 불균형은 하마코 시즌6에 들어 더욱 심해졌다. 사제는 하마코 시즌6에서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밴 혹은 셀프밴을 당한 상황도 아니었다. 다수의 선수들은 사제가 현재 메타에 맞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성기사의 상황 또한 비슷했다.성기사는 8월 15일 열린 하마코 시즌6 4강에서 '사일런트슬레이어' 오병민이 사용하며 처음 등장했다. 오병민은 '느조스 힐기사'를 가져왔으나 '플러리' 조현수의 드루이드, 주술사, 전사에 3패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해외에서도 사제와 성기사는 '찬밥 신세'

단지 한국에서만 나타난 문제는 아니다. 해외에서도 사제와 성기사에 대한 저평가는 이어졌다. 템포 스톰은 대략 열흘마다 덱 랭킹을 공개한다. 메타에 따라 덱을 1등급부터 4등급까지 분류하며 하스스톤 이용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정규전 도입 이전에는 2등급까지 각 직업군이 최소 한 번씩 등장했다. (사진=템포 스톰 덱 랭킹 캡처)

정규전이 도입되기 전인 4월 3주차 덱 랭킹이다. '위니 흑마법사'와 누군가 조종하는 벌목기, 발톱의 드루이드 등으로 이득을 챙겼던 '미드 드루이드', 전사가 1등급을 차지했다. 성기사와 사제도 2등급에 이름을 올렸고, 9개의 직업군이 2등급까지 최소 한 번씩 등장했다.

정규전 도입 직후엔 성기사와 사제도 각각 1등급, 2등급에 이름을 올렸다.

정규전이 도입된 후 첫 덱 랭킹이다. 이 때까지만 해도 1등급에 '느조스 힐 성기사'가 있었고 2등급에도 용 하수인을 사용해 필드를 장악하는 '용 사제'가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전 주까지 2등급으로 평가받던 '컨트롤 사제'가 4등급으로 내려간 점은 유의깊게 지켜봐야 한다.

1등급은 주술사, 전사, 흑마법사의 전유물이 됐고 사제와 성기사는 주로 3등급에 분포했다.◇ 

정규전 시작 직후엔 어느정도 균형이 맞는 듯 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직업별 격차는 벌어졌다. 5월 말부터 1등급은 용족 하수인과 무기를 장착해 빠른 템포로 승부하는 '용 템포 전사'와 '어그로 주술사', '위니 흑마'의 전유물이 됐다.

6월 들어 사제와 성기사는 2등급에서 모습을 감췄고, 3등급에서야 '느조스 힐 성기사'만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사제는 7월부터 3등급에도 포함되지 못하며 4등급으로 내려 앉았다. 도적 또한 3등급으로 평가 받았다. 

한 여름밤의 카라잔 직후 성기사의 등급은 다소 상승했으나 사제는 그대로였다.

한여름 밤의 카라잔 카드가 추가된 이후 밸런스는 나아졌을까. 신규 카드들이 추가되면서 어느 정도 메타 변화는 있었다. 성기사는 발견한 주문만큼 생명력을 회복하는 상아색 나이트가 추가되며 '느조스 힐 성기사'가 2등급으로 올랐다.

사제 또한 주문 부활과 신규 하수인 칠흑색 비숍을 활용한 '부활 사제'와 하수인 만찬의 사제를 활용한 컨트롤 사제가 떠올랐다. 그럼에도 3등급에 머물렀으며 3주차에 추가된 정화 카드를 활용한 덱은 5등급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부정적이었다.

상위 등급은 주술사, 전사의 전유물이 됐고, 신규 모험 등장 이후에 드루이드와 마법사가 떠오른 것 외에 큰 변화는 없었다. 사제 또한 여전히 3~4 등급을 받았고, 심지어 5등급을 받으며 평가가 하락했다. 정규전 도입과 신규 확장팩, 모험 모드로 꿈틀하는 하스스톤의 메타. 그 중심에서 소외된 직업은 어떻게 해야 빛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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