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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사이야기] 와인처럼 깊어가는 '스피릿' 이다윤의 여정

Talon 2016. 10. 27. 16:23
한때 국내 최고의 정글러로 거론되었던 ‘스피릿’ 이다윤은 삼성 블루에서의 실력을 인정받아 중국 월드 엘리트(WE)에 입단했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생활은 순탄치 않았고, 개인 기량과 별개로 팀의 성적은 곤두박질 쳤다. 결국 게임단 수뇌부와의 갈등으로 이다윤의 중국 생활은 1년 만에 끝이 났다.
 
씁쓸한 마무리로 중국을 떠난 이다윤은 ‘레인오버’ 김의진의 바통을 이어받아 유럽의 명문 프나틱으로 적을 옮겼다. 그는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팀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우려를 샀으나, 코칭스태프와 팀원들의 도움으로 기량을 회복했다. 이다윤은 프나틱에 몸담았던 1년간을 회상하며 “비록 롤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어도, 해외 경험이 선수로서 한층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프나틱을 떠난 이다윤은 ‘롤드컵’ 2016 LoL 월드 챔피언십 OGN 객원해설로 한국 팬들에게 인사했다. 다시 만난 그는 한층 성숙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듯했다. 그리고 여전히 새로운 도전에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 중국을 떠난 이후 한국이 아닌 유럽을 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 제가 유럽 진출을 선택한 이유는 언제나 최고의 자리에 있는 한국팀에게 도전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새로운 문화를 겪어보고 싶기도 했고,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동경심이 들어서 프나틱의 제의를 받아들였죠.
 
- 프나틱에 입단했을 때, 새로운 팀에 적응해야 했을 텐데요.
▶ 생활 패턴이 완전히 달랐어요. 다른 팀원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난 뒤 개인 연습을 사직해 밤 11~12시가 되면 자러 가는 편이에요. 반대로 저는 오후 12시쯤에 일어나 새벽 4~5시까지 연습했죠. 그랬더니 팀원들이 왜 연습을 안 하냐고 오해를 하더라고요(웃음).
 
한번은 팀 연습 결과를 결산하면서 서로의 문제점을 지적해주는 시간에 팀원들이 저에게 솔로랭크 좀 하라고 말하는 거예요. 코치님이 각 팀원들의 소환사명을 검색해본 결과 제가 가장 많이 했다고 정리해고, 그제서야 팀원들이 의심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어요. 이후 제가 기상 시간을 앞당기면서 오해가 완전히 해소됐어요.
 
- 적응기여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경기 내적으로 부진했어요.
▶ 처음 가자마자 죽기 살기로 영어를 배웠음에도 표현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팀원들과 다른 오해가 발생했어요. 저는 ‘이러면 어떨까’라는 의견을 전달하고 싶었는데, 제 입에서는 ‘이래야 한다’라고 표현되다 보니 팀원들이 당황하는 상황이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코치님이 따로 불러서 제 언어를 다듬어 줬고, 팀원들 역시 아직 제가 영어에 서툴다는 점을 이해해주려 노력했어요. 특히 코치님은 저를 위해 늦은 밤까지 제 옆을 지켜줬어요. 본인도 열심히 경기를 분석하면서 저를 챙겨주니까 똑같이 노력하게 되고, 경기와 생활적인 측면에서 큰 도움을 받았죠. 삼성 블루부터 프나틱까지 오면서 정말 좋은 형들과 코칭스태프를 만나 어른이 된 느낌이었어요.
 
- 하지만 프로는 결과로 말해야 하는데, 성적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았어요?
▶ 성적에 대한 비난은 감수해야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선수가 되기란 어려워요. 제 도전은 저한테 의미가 있는 것이지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응원을 강요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떤 말이든 겸허하게 받아들였어요.
 
 
- 팀원 중에는 누구와 가장 친했는지 궁금하네요.
▶ 처음에는 ‘페비벤’과 가장 친했고, 나중에 모두와 잘 어울렸어요. 하지만 데일러 코치님이 가장 큰 의지가 됐어요. 선수끼리는 서로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해서 속내를 다 털어놓기 힘든데, 코치님은 항상 그런 불만들을 해소해주려 노력했어요.
 
- 프나틱과 재계약을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 아무래도 롤드컵에 진출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크죠. 서머 시즌 시작 이후 무조건 롤드컵에 오를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미끄러지다 보니 충격이 심했어요. 그리고 지난해 성적이 좋았던 팀이 제가 영입됐음에도 불구하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그건 제 문제라고 봐야죠.
 
- 데뷔 초와 지금의 이다윤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 데뷔 초인 ‘우월한패기’ 시절에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이기적이었어요. 정말 게임밖에 몰랐고, 욕도 하고 분쟁을 많이 일으켰던 어린 시절이었죠.
 
이후 삼성 블루로 팀이 바뀌면서 최명원 코치님, ‘에이콘’ (최)천주 형, ‘하트’ (이)관형이 형에게 많이 배우고 꾸중을 들으며 성숙해졌어요. 한번은 ‘다데’ (배)어진이 형이 저를 따로 불러서 눈물 나도록 혼낸 적이 있어요. 그렇게 천천히 고쳐나갔고 지금 정말 고마움을 느끼고 있어요.
 
- 전성기 때만큼은 아니지만, 경기 내적으로도 무르익은 것 같아요.
▶ 형제팀이었던 삼성 화이트는 정말 좋은 자극제였어요. 저희가 늘 16강에 허덕이다 우승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 화이트와 SK텔레콤 K 같은 최고의 팀들에게 많은 것을 배운 덕분이에요.
 
 
- 한국과 중국에 이어 유럽 무대를 경험했는데, 각 팬의 성향이 어떻게 다른가요?
▶ 유럽 팬들은 정말 파이팅이 넘쳐요. 어떤 팬들은 응원하는 팀의 색깔에 맞춰 머리 염색을 하고 응원해요. 그리고 정말 친구처럼 대해주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시죠. 한국과 중국 같은 경우는 제가 아이돌 스타가 된 것처럼 챙겨주세요. 어느 지역의 팬이든 늘 감사해요.
 
- 팬들 사이에서는 별명이 ‘이다정’이라고 들었어요.
▶ MVP 블루 시절부터 팬이 많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저에게는 팬 한 분 한 분이 소중해요. 그분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경기를 즐길 수 있었어요. 그러니 제가 해드릴 수 있는 팬 서비스는 다 해야죠.
 
- 북미 팬들의 러브콜이 있다고 들었는데, 진출할 생각이 있나요?
▶ 저에게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죠. 이제는 플레이할 때 의사소통 문제가 없어서 북미 무대도 충분히 진출할 수 있다고 봐요. 일단 정식으로 제의가 와야겠지만요(웃음).
 
 
- 앞으로 어떤 팀에 입단하고 싶은지 듣고 싶어요.
▶ 단순히 잘하는 선수들과 한 팀이 되고 싶지 않아요. 실력을 떠나서 함께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선수들과 팀을 이루고 싶어요. 그런 구성원이라면 하부리그라도 상관없어요. 언제든 올라갈 자신이 있으니까요.
 
- 최근 롤드컵 객원 해설로 호평을 받았어요.
▶ 여전히 선수로 잘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당장은 해설위원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아직 제 전성기는 오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나중에 벽이 느껴진다면 그때 은퇴해도 늦지 않다고 봐요.
 
- 끝으로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저를 영입해준 프나틱에 감사해요. 지금까지 잘 이끌어줘서 고맙고, 모든 부분에서 좋은 경험이 됐어요. 그리고 3개 국어가 되니까 어느 팀이든 연락 부탁드려요(웃음). 멀리서 한결같이 응원해준 모든 팬분들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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