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경기였다. SK텔레콤 T1은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ROX 타이거즈를 상대로 세트 스코어 3대 2로 역전을 거두고 통산 3번째, 2연속 롤드컵 결승에 올랐다. 삼성 갤럭시는 한국 팀을 만나지 않은 해외 팀의 순항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여실히 보여주며 3대 0 완승을 거뒀다. 이 모든 일이 이틀 만에 벌어졌다.
전 세계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의 관심을 모은 2016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준결승 두 경기가 끝났다. 모든 경기가 나름의 재미, 그리고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이들 경기를 통해 이번 롤드컵에서 남은 마지막 경기인 결승전을 예상할 수 있는 단서를 줬다.
■ 예상을 넘은 SKT, 실수에 무너진 ROX - 그들은 왜 위대한가
이전 칼럼에서 ROX의 승리를 점쳤다. ROX가 경기 내내 실수가 적었고 경기력도 좋았다. 반면, '벵기' 배성웅과 '블랭크' 강선구의 기량은 살아났지만 플레이가 완벽하지 않았다. 실수도 많았다. ROX에서 경기력이 좋지 않던 선수보다 SKT 정글이 좋지 않았다. 8강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승부는 정글에서 날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SKT는 대단했다. 라운드가 올라갈수록 점점 경기력이 상승했다. 강선구와 배성웅 모두 올 시즌 경기 중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다. SKT는 강선구가 출전한 두 세트에서 패했지만, 강선구의 플레이에 딱히 문제는 없었다. 배성웅은 2015년 후반 롤챔스에서 보여준 정글 그 자체의 모습을 보였다. 반면 ROX는 승리의 전제조건인 '쿠로' 이서행의 라인전이 '페이커' 이상혁에게 밀렸다. 라인전에서 밀리니 결국 스노우 볼은 SKT의 몫이었고, 결국 커질 대로 커진 스노우 볼은 바텀을 덮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배성웅의 출전은 상대 밴픽을 흔든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SKT는 롤드컵 마지막 세트가 될 수 있던 중요한 경기에서 베테랑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강선구가 못한 경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고릴라' 강범현의 미스 포츈 서포터에 팀이 흔들렸고, 이를 운영으로 극복해야 하기에 배성웅의 경험이 필요했다.
1세트에서 SKT가 먼저 승리했다. '피넛' 한왕호가 롤드컵 상위 라운드의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정글에서 실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갱킹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SKT가 스노우 볼을 굴리기 시작했고, 배성웅과 이상혁의 콤비 플레이로 이서행을 압박한 끝에 미드 1차 타워를 파괴하며 더 급해진 한왕호가 무리한 플레이를 하다 잡히며 승부가 순식간에 기울었다.
세트 스코어 2대 1. 새로운 카드를 찾아낸 ROX는 결승을 눈앞에 뒀다. 많은 사람의 예상대로 SKT는 4강에서 이번 롤드컵을 마칠 거 같았다. 그리고 4세트에서 배성웅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니달리가 풀렸고, SKT는 니달리를 가져갔다. 배성웅이 니달리를 잘해서 가져간 게 아니라, 한왕호가 니달리를 잡으면 SKT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김정균 코치의 실수였다. 그리고 이 실수는 배성웅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그리고 분위기는 반전됐다. SKT는 추격에 성공하며 기세가 올랐고, ROX는 그동안 중요한 무대에서 SKT에 당한 악몽이 살아났다. 그리고 이는 결국 5세트 ROX의 경기력을 흔들었다. 한왕호가 선취점은 얻었지만 안일한 플레이에서 비롯된 실수를 연발했다. 반면 SKT는 이상혁과 배성웅이 맵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SKT의 조합은 유리할 때 더욱 강력한 조합이었다. 오리아나와 나미의 찌르기에 이어 리 신과 뽀삐가 진영을 흔들자 계속 강범현의 자이라가 잡혔고, 제이스 하나만으로는 상대 찌르기를 버틸 수 없던 ROX는 무너졌다.
■ 예상대로의 H2K, 실수를 극복한 삼성 - 이들의 또다른 위대함
올 시즌 리그 오브 e스포츠 무대에서 가장 큰 이번은 삼성의 두 번째 롤드컵 결승 진출이다. 강등권을 겨우 벗어난 성적으로 2016 시즌을 시작한 삼성은 스프링 시즌 아쉽게 포스트 시즌을 놓쳤다. 그리고 서머 시즌 또다시 성장한 모습을 보인 삼성은 롤드컵 진출전에서 상대전적 0대 19의 벽을 무너뜨리고 또다시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가 삼성이 롤드컵 16강에서 2위 아니면 3위 정도의 성적을 낼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에서는 2위였지만, 그외 지역에서는 거의 3위로 16강에서 탈락할 거로 평가받았다. 결과는 조 1위 8강 진출이었다. 희생양은 북미의 맹주였던 TSM이었다.
세트 스코어는 3대 0이었지만 결코 삼성에 만만한 경기는 아니었다. 1세트와 2세트 초반에는 H2K가 유리했다. 특히 1세트는 H2K가 많이 유리했다. 하지만 상대는 운영에 특화된 삼성이었다.
삼성은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 하나를 내주면 무조건 하나를 찾아온다. 그리고 후반으로 가며 자신들이 얻은 이득만큼 상대에게 내주지 않는다. 상대는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격차를 허용하고, 이 격차를 눈치챘을 때는 이미 승부를 가릴 교전 직전이다. H2K는 이러한 삼성의 운영에 그대로 말려 들어갔다. 이어 H2K는 마지막 3세트에서 완전히 무너지며 이번 롤드컵 여정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2016시즌 시작만 하더라도 존재감 없던 이성진은 이번 롤드컵으로 세계 최고의 탑 라이너로 성장했다. 단순 경기력으로도 결승 상대인 SKT 탑 라이너 '듀크' 이호성을 넘었다는 느낌이다. 이성진은 침착하다. 위기 상황에서도 죽지 않고 잘 빠져나간다. 그동안 팀의 지원 없이 탑에서 혼자 묵묵히 버틴 결과가 롤드컵에서 나온 거다. 여기에 팀이 탑을 지원하자 엄청난 존재감으로 삼성을 이끌고 있다.
'크라운' 이민호 역시 성장에 성장을 거듭한 모습을 보였다. CS도 놓치지 않으며, 공격적인 모습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상대를 밀어붙였다. 지금 이상혁과 가장 닮은 스타일의 미드 라이너가 이민호다. 이민호는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이상혁에게 밀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미드 라이너가 있다면 이민호 하나다. 역시 라인전에서 밀리지 않는 삼성 봇 듀오와 함께 삼성은 롤드컵 진출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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