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e스포츠 인사이드] WCS 2017, 시스템 변화가 시급하다

Talon 2016. 11. 5. 08:35

지난 2014년 스타크래프트2 개인리그가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WCS)로 개편된 이후 한국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북미, 유럽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스타 종목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한국 선수들은 빠르게 해외 리그를 장악했다. 특히 최근 2014년과 2015년 열린 WCS 글로벌 챔피언십 참가 선수 16명 중 15명이 한국 선수일 정도로, 한국과 그 외 지역의 실력 차이가 존재했다.


그러나 2016 WCS 시스템이 나오고 난 뒤 이런 분위기는 역전되기 시작했다. 변경된 시스템에 따르면 한국 지역에 속한 선수들은 스타리그와 GSL 등 총 4회 개인리그 참가 기회가 주어졌다. 이와 달리 WCS 서킷에 들어간 해외 대회 선수들은 WCS 서킷 챔피언십(3회)을 포함해 10회 이상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이 시스템은 '지역 락'이라고 불린다.


해외 선수들이 꾸준히 대회에 참가해 실력을 늘리는 사이, 한국은 지역 락이 발동되면서 선수들의 대회 출전 기회가 줄어들었다. 이는 한국 스타2 선수들의 은퇴 또는 종목 변경으로 이어졌다. 데드 픽셀즈에서 활동했던 정명훈은 은퇴를 선택했다. TCM게이밍(현재 해체됨) 소속이던 '철벽' 김민철은 WCS 시스템으로 인해 해외 활동에 타격을 입고 스타1으로 종목을 전환했다.


시간을 돌려 지난주 열린 WCS 글로벌 플레이오프에서는 8강에 3명의 선수가 해외 선수로 채워졌다. 16강 중 15명을 차지할 만큼 강력했던 한국 선수들이 해외 선수에게 자리를 내주게 된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런 현상은 한국 스타2계에 독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WCS 글로벌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한국인 선수들. (왼쪽부터) 백동준, 조지현, 방태수.


▶ 변화의 시작


2014 WCS 시스템에서 한국 선수가 해외 선수를 상대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것과 대조적으로, 올해 1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드림핵 라이프치히'에서 마이인새니티 'PtitDrogo' 테오 프레이디에레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이유인즉 우승 후보라고 평가받았던 루트게이밍 신동원과 팀 엔비어스 '바이올렛' 김동환이 'Bly' 알렉산드르 소스윅에게 덜미를 잡힌 것. 특히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신동원의 탈락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당시 테오의 우승에 해외 e스포츠 관계자들은 "올해 적용된 WCS 시스템이 해외 쪽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정반대 상황이 된 한국


하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해외와 달리 한국에서는 WCS 시스템 때문에 스타2 선수들이 대거 은퇴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특히 지역 락이 걸리면서 개인리그 4회(GSL, 스타리그)를 제외하면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막힌 해외 게임단 선수들의 타격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해외 대회 참가를 목적으로 해외 게임단과 계약했던 김민철은 지역 락 때문에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게 되는 암담한 상황에 처했다. 북미와 달리 프로게이머에 대한 취업 비자를 잘 내주지 않는 유럽 지역에서 활동했던 박지수와 문성원은 군 입대를 선택했고, 장민철은 CJ 엔투스에서 잠시 활동하다가 콩두 몬스터 LoL 코치로 제2의 삶을 시작했다.


이후 국내 스타2 시장이 시들해지면서 프로리그까지 종료됐다. 이와 함께 결정된 기존 기업팀들의 해체 선언은 한국 e스포츠만이 가지고 있었던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졌다.


반면 해외에서는 스타2 대회가 꾸준하게 열리면서 밀레니엄 'ShoWTimE' 토비아스 시버, 'Neeblet' 알렉스 선더하프트, 'uThermal' 마크 쉬라피 등 신진 세력들이 치고 나오기 시작했다. 'Neeblet' 알렉스는 최근 열린 KeSPA컵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16년 만에 국내 대회서 우승을 차지한 해외 선수가 됐다.

(왼쪽부터) 'ShoWTimE' 토비아스 시버, 'Neeb' 알렉스 선더하프트, 'Elazer' 미콜라이 오고노프스키 


▶ 앞으로가 더 문제


사실 WCS 글로벌 파이널에 3명의 해외 선수가 진출한 것을 놓고 과대해석을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블리즈컨이 끝난 뒤 기존 팀들의 해체가 공식화되면 한국과 해외 지역의 격차가 더 좁혀지거나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WCS 2017년 시스템 발표를 보고 난 뒤 은퇴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선수들도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한국 스타2 판의 공멸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한국 스타2를 살리기 위해선 WCS 지역 락을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WCS 메인 대회는 아니더라도 IEM, 드림핵 등 지역 대회는 풀어줘서 한국 선수들이 활동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해설자를 비롯한 e스포츠 관계자들은 "WCS 서킷 챔피언십 같은 메인 대회는 지역 락을 유지하더라도 드림핵, IEM 등 해외 대회는 한국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내년에도 WCS 지역 락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들려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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