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하 히어로즈)의 흐름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오버워치가 출시되면서 블리자드 대표 e스포츠 종목 타이틀을 내줬고, 지난해 블리즈컨에서 열린 히어로즈 월드 챔피언십 우승팀인 한국 발리스틱스는 리그 내내 많은 부침을 겪었다.
위기 상황에서 히어로즈는 히어로즈 글로벌 챔피언십(이하 HGC) 시스템으로 돌파를 선언했다. 올해 처음으로 진행 중인 HGC는 한국과 중국, 북미, 유럽을 대표 지역으로 선정해서 리그전을 펼치는 제도다. 중간에는 지역별로 웨스턴/이스턴 클래시, 미드 시즌 난투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5주차가 마무리된 한국은 L5(구 발리스틱스)가 7전 전승을 기록하며 MVP 블랙(6승 1패)을 제치고 선두에 올라있다. 오는 3월 17일부터 3일간 중국 상하이에서 이스턴 클래시 이후 리그가 이어진다.
올해 처음으로 HGC 글로벌 해설 진로 활동 중인 'Gclef' 나형기와 '대한미국사람'이라는 별명으로 한국 팬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울프 슈뢰더는 다른 누구보다 히어로즈를 매우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HGC 시스템으로 바뀐 현 히어로즈 e스포츠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 HGC도 3주가 지났다. 중계한 소감을 이야기하자면(인터뷰는 3주차가 끝난 뒤 진행)
▶ 울프=리그 시스템이 토너먼트와 확실히 달라 호불호가 갈린다. 작년까지 했던 슈퍼리그는 토너먼트 시스템이라 약팀은 많은 경기를 할 수 없었으며 강한 팀이라도 대진에 따라 결승 이전에 탈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강한 팀을 확실하게 가릴 수 있고, 약한 팀은 많은 경기를 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시스템에 없어져서 챔피언 팀을 가릴 수 없는 건 아쉽다. 또 한국 e스포츠에서만 볼 수 있는 관중 문화도 사라졌다.
▶ 나형기(아이디 Gclef)=5주차 일정을 4주로 압축해서 그런지 첫 2주 동안은 2경기가 아니라 3경기씩 해서 조금 힘든 느낌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좋은 점은 강한 팀들의 경기를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울프도 말했듯이 L5와 MVP 같은 강팀 경기를 시즌에 적어도 2번 정도 볼 수 있어서 좋다. 부정적인 부분은 팬들이 관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수들도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한국 e스포츠의 전통문화라고 할 수 있는 관람 문화가 사라진 것이 아쉽다.
- 슈퍼리그가 끝난 뒤 히어로즈 리그가 계속할지 의문이었는데 HGC로 개편됐다
▶ 나형기(Gclef)=1, 2부 리그로 나뉘고 승격강등전도 있어 구조적으로 잘 갖춰졌다. 상금이 모든 팀에게 돌아가는 것도 하위 팀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항상 커뮤니티에서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개인적으로도 '어떻게 될까'라며 걱정도 많았다. 이렇게 HGC가 만들어진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 울프=걱정한 건 사실이다. 온라인인 해외와 달리 한국은 오프라인으로 진행돼 다행이다. 씁쓸하지만, 리그는 잘 만들어졌다.
- 처음 캐스터를 해보니 어떤가
▶ 나형기(Gclef)=해설 경력은 6개월밖에 안 된다. 사실 2부 리그에서 경험을 쌓은 뒤 1부로 올라오는 게 일반적인데, 바로 1부 리그에 투입됐다. 처음이라 모자란 부분이 많다. 합이 안 맞는다고 해야 할까? 내가 못해서 울프가 자신의 멘트까지 하지 못했다. 다 내 잘못이다. (웃음) 아직 갈 길이 멀긴 해도 점차 성장 중이고, 정말 재미있다. 팬들도 피드백을 많이 해주신다.
▶ 울프=지클라프는 선수들과 친해서 내가 알지 못하는 부분을 알고 있다. 밴픽에서 깜짝 카드가 나왔을 때 잘 알고 있어서 놀랐다. 중요한 건 히어로즈에 대한 열정이 크다는 것이다. 매주 실력 느는 것이 보인다. 1년 만 지나면 히어로즈 캐스터로서 좋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만날 때마다 커뮤니티의 피드백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곤 한다. 다만 전달력, 단어 선택은 보완해야 한다.
- e스포츠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는지 궁금하다
▶ 나형기(Gclef)=어릴 때부터 하드코어 게이머였다. 미국에서 대기업에 다니다가 힘들고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고 한국에 왔다. 한국에서 과외하며 음악 활동을 하던 중 우연히 용산 e스포츠 경기장에 갔다. TV로 보는 것과 다르더라. 한국 팬들의 열기에 매료돼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번역/통역 구인을 보고 장난 20%, 진심 80%로 지원했더니 바로 연락이 왔다. 베인글로리 통역으로 OGN에서 일을 시작한 뒤 통역으로 히어로즈와 인연을 맺었다. 좋은 친구들 덕분에 잘 몰랐던 히어로즈에 대해 알게 돼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다.
▶ 울프=베인글로리 리그를 통해 만났을 때 게임에 대한 열정이 있다고 느꼈다. 통역도 좋지만, 큰물에서 일할 수 있어 다행이다.
-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
▶ 나형기(Gclef)=솔직히 해설을 맡기 전까지는 가족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음악 하는 줄 알았을 것이다. 첫째이고 일을 알아서 잘하다 보니 크게 걱정 안 한다. 돈이 없으면 미국으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웃음)
- 현 히어로즈 리그 상황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 나형기(Gclef)=진짜 유저가 많이 늘었다. HGC이 처음 시작됐을 때 해외 리그에서는 2만 명 이상의 팬이 경기를 관전했다. 어떻게 된 건지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유입된 유저와 보는 사람이 늘었다고 했다. 바뀐 앨런 다비리 게임 디렉터는 밸런스를 잘 맞춘다. 오버워치 영웅도 여럿 나와서 더 재미있어졌다.
▶ 울프=리그 구성으로 보면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슈퍼리그처럼 오프라인으로 대회가 열릴 수도 있고 안된다면 시스템이 사라질 수 있다. 히어로즈 e스포츠는 올해가 가장 중요하다. 영웅 나오는 속도, 패치 적용, 밸런스를 감안했을 때 분위기는 역대 최고다. 게임에 나오는 영웅이 많아졌고 보는 재미도 늘어났다. 다만 팬들을 위한 프로모션이 늘어나는 게 중요하다.
▶ 나형기=히어로즈 큐 타임(게임 접속 시간)도 짧아졌다. 1분도 안 걸린다.
▶ 울프=예전에는 10~12분 정도 걸려서 게임 검색을 누른 뒤 화장실에 다녀온 적도 있다. (웃음). 지금은 빨리 잡히는 경우가 많다.
- 이런 움직임의 타이밍이 빨랐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예를 들어 작년에 적극적으로 했으면 분위기가 달라졌을 것 같다
▶ 나형기(Gclef)=늦은 감은 있다. 당시에는 영웅이 별로 없어서 메타 변화가 전무했다. 지금은 영웅이 늘어나 밴픽을 예측하기 어렵고, 머리 싸움도 치열해졌다.
▶ 울프=한국은 OGN 덕분에 노하우가 쌓였지만, 해외 대회는 밴픽 부분에 딜레이로 인해 팬들이 실망했다. 게임보다 밴픽 하는 시간이 더 많이 걸렸으니까.
- 우승팀을 가릴 수 없는 문제가 생겼는데
▶ 나형기(Gclef)=해외 팬들을 자극할 수 있는데, 블리즈컨 최종 결승은 한국 팀 대결이다. (웃음) 지난해 슈퍼리그 결승은 많은 팬으로 가득 찼고 통역 자리도 없어져서 계단에서 일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올해는 그러지 못해 아쉽다.
▶ 울프=스토리 라인이 약해졌다. 잘하는 팀들이 이스턴 클래시로 가는 건 이해되지만, 챔피언이 나오지 않는 건 안타깝다.
- 앞으로 히어로즈가 어떻게 진행되기 바라는지
▶ 나형기=올해는 급하다는 느낌이 많았다. 내년에는 여유 있게 했으면 한다. 또 오프라인 결승을 해서 팬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현장의 열기를 더 느껴보고 싶다.
▶ 울프=챔피언 팀은 없어졌어도 우리는 'Unofficial champion', 비공식 챔피언이라고 자주 언급한다. 토너먼트, 플레이오프 방식이 있으면 팀의 스토리를 이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리그 시스템은 그럴 수 없다. 그래도 패치, 개발진 방향, e스포츠로 많이 성장하고 있으므로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거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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