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히어로' 김준호, 무명 프로게이머가 일군 '성공시대'

Talon 2012. 11. 6. 08:56

"이제 시작이죠. 한 번 신나게 달려봐야죠".


프로게이머 김준호(20, CJ)는 요즘 하루하루가 신난다. 지난 2009년 프로게이머 데뷔 이후 처음으로 실력으로 주목받는 선수가 됐기 때문이다. 소속팀인 CJ도 프로리그에서 우승하고 자신도 스타크래프트2 대회에서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스타크래프트2 월드 챔피언십 글로벌 파이널'에 당당하게 참가해 우승상금 10만 달러에 도전한다.

데뷔 초기 대선배인 이윤열(28, 은퇴)과 대한항공 CF 모델로 함께 섭외 돼 느꼈던 기쁨과는 분명하게 무게감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당시에 방송으로 관심을 받은 적이 있지만 계속 시련이 찾아오면서 한 때는 은퇴까지 생각했던 김준호다. "이제 시작이에요"라며 해맑게 웃는 스무살 청년의 성공 스토리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 100만원도 못받는 프로게이머

철학자이자 대중연설가인 앤드류 매튜스는 170만부가 팔린 자신의 첫 작품인 '즐겨야 이긴다'에서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으며,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라는 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김준호의 프로게이머 출발점도 '즐거움'이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즐거워하면서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학창 시절 공부 보다는 친구들과 즐겁게 어울리수 있는 게임이 좋았고, 좋아하는 게임을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어서 프로게이머를 시작했다. 물론 부모님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귀한 아들의 노력 앞에 부모님도 아들의 꿈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프로게이머들의 시작은 힘들 수 밖에 없다. 드래프트에서 선발돼 팀에 합류해도 쟁쟁한 선배들을 보면서 으레 포기하기도 하고, 팀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인원이 전체 드래프트 인원 중에서 1년에 과반수 가까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명제 하나만으로, e스포츠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대선배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는다.

그러나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실 지금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택뱅리쌍' 위치의 선수들도 시작단계에서의 보수는 최저 연봉 수준에 맞춰져 있다. 숙식에 대한 비용은 팀에서 지원한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전반적으로 연봉이 박한 것은 사실이다. 아마추어가 활성화되지 않은 e스포츠 시장에서 선뜻 큰 돈을 주지 못하는 프로게임단을 탓할 수도 없다.

한 가지 더 안타까운 사실은 연습생으로 프로게이머를 지망하고 있는 선수들은 그 작은 돈도 받기 힘들다는 점이다. 자리를 채 잡기도 전에 위메이드 폭스 프로게임단의 해체라는 시련과 맞닥뜨렸고 새롭게 출발한 CJ 엔투스에서도 초반 적응이 쉽지 않았다. 목표를 잡지 못하고 늪에 빠진 이처럼 허우적 거리던 그는 e스포츠를 포기하려 했다.

▲ 종족 변경 선수 중 유일한 성공, 스타크래프트2는 기회였다

위메이드 폭스 해체 이후 어렵게 CJ 엔투스로 새 둥지를 옮겼지만 결코 녹록치 않았다. 스타크래프트1 시절 그의 종족은 '저그'로 CJ에는 이미 김정우(21) 신동원(21)이라는 걸출한 선수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 하지만 낙담하지 않았고, 열심히 실력을 키우며 기회를 엿봤다.

그러기를 1년,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스타크래프트1으로만 리그를 진행하던 프로리그에서 스타크래프트2 병행 결정이 내려졌다. 일부 선수들과 팬들이 불평이 있었지만 김준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새로운 출발점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스타크래프트1과 2의 병행을 반겼다. 여기다가 스타크래프트1에 대한 흥미가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라 곧바로 '저그'에서 '프로토스'로 종족을 변경하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했다.

"스타크래프트2는 제게는 기회였어요. 사실 스타1에 대한 흥미가 점점 떨어지고, 의욕도 많이 약하진 상황이었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전 재미있게 하지 않으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거든요. 여기다가 새로 시작한 프로토스는 너무 재미있었어요. 안성맞춤이었죠".

마침내 지난 4월 스타1과 스타2의 병행으로 시작한 프로리그서 그는 '물 만난 고기'처럼 펄펄 날았다. 그의 2012시즌 프로리그 성적은 8승 10패로 평범하다. 그런데 스타크래프트2 성적만 따진다면 8승 4패로 준수하다. 그런 점을 김동우 감독 이하 손재범 코치등 CJ 코칭스태프가 놓칠 리 만무하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가세한 박시현 코치도 대번 김준호를 점찍었다. 스타크래프트2의 좋은 성적은 곧 김준호에게는 또 다른 기회를 만들었다.

▲ 기다림 끝에 스스로 만든 성공시대

프로리그 중에도 팀의 에이스는 김정우였다. 김정우는 스타1과 스타2의 고른 성적과 함께 팀의 에이스결정전을 책임졌다. 김준호의 역할은 조연이었지만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기회를 스스로 잡았다.

포스트시즌의 최대 승부처였던 디펜딩챔프 SK텔레콤과 플레이오프, 1차전 전반전을 쉽게 내준 CJ는 사실상 패색이 짙은 상황이었다. 후반전에는 KeSPA 최강의 스타2 고수 정윤종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었다. 스타크래프트2로 진행하는 후반전을 승리해도 에이스결정전서 정윤종을 이기기는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김준호가 1차전서 정윤종을 후반전과 에이스결정전서 잡아내며 팀의 1차전 승리를 견인했다. 2차전서 어윤수를 제압하며 팀 결승행의 일등 공신이 됐다. 결승전서도 백전노장 송병구를 잡아내며 CJ의 신해결사로 자리매김했다.

여세를 몰아 프로리그 성적이 우연이 아님을 다른 무대에서도 입증했다. 2년 먼저 스타크래프트2를 시작한 기존 GSL리거들과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WCS 대표선발전에서 보여줬다. 10명을 선발하는 한국 국가대표에 선발된 그는 지난 10월에 열린 WCS 아시아파이널에서도 살아남으며 새로운 목표를 만들었다.

"아직 성공했다고 하기에는 좀 이르지 않을까요. 만족하지는 않지만 요즘 하루하루가 즐거워요. 해야 될 목표들이 있으니깐요. 당장에 GSL에서도 코드S에 올라가야 하고, WCS 글로벌 파이널에서도 1등을 향해 뛰어야죠. 상금이 1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억 2000만원이나 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e스포츠는 지금까지 제 전부였으니깐 더 마음껏 즐기려고요."
-출처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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