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박상진의 e스토리] 해설자-개발자-매니저가 바라본 현재의 스타크래프트2

Talon 2018. 2. 18. 21:03

스타크래프트2 3부작 중 마지막 확장팩인 공허의 유산이 발표된 이후 2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스타크래프트2는 아직까지 게임으로, 그리고 e스포츠 종목으로 인기 있는 작품이다. 특히 최근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진행된 인텔 익스트림 마스터즈(IEM) 평창 대회에서 유일하게 진행되며 많은 관심을 모았다.

특히 IEM 평창은 다른 이유로 주목받았다. 바로 '스칼렛' 샤샤 호스틴의 우승 때문. 여태까지 한국 선수의 우승이 당연하다고까지 여겨졌던 스타크래프트2 대회, 특히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스칼렛이 우승하며 스타크래프트2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올해 열리는 GSL은 32강에서도 평소보다 많은 관중이 현장을 찾은 데 이어 16강에서도 이러한 인기는 계속 이어졌다.

스칼렛의 선전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은 스타크래프트2, 과연 현재 스타크래프트2 개발자와 e스포츠 담당자, 그리고 리그를 중계하는 해설자는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을까. IEM 평창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블리자드 개발 총괄 팀 모튼(중), e스포츠 매니저 에이드리언 해리스(좌), 그리고 GSL 해설자인 박진영 해설(우)과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에 앞서 각자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에이드리언 해리스(이하 해리스): 안녕하세요. 스타크래프트2 e스포츠 매니저인 에이드리언 해리스입니다. 다양한 스타크래프트2 대회 담당 업무를 맡았습니다.

팀 모튼(이하 모튼): 저는 스타크래프트2 개발 총괄을 맡은 팀 모튼입니다.

박진영 해설(이하 박진영): 전 스타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이자 현재 GSL 해설인 박진영입니다.

모튼: 박진영 해설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지금 오직 GSL 해설에만 집중하고, 프로게이머들의 피드백을 모아서 정리해주는 일을 해주시는 데 이 점을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최근 있었던 스타크래프트2 관련 이슈 중 가장 많은 관심이 모인 것은 스칼렛의 IEM 평창 우승입니다. 스칼렛은 '닙' 알렉스 선더하프트 이후 두 번째로 한국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2 대회에서 우승한 외국인 선수죠. 스칼렛의 우승을 예상하기 힘들었을텐데, 다들 IEM 평창 결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모튼: 저 역시 스칼렛의 우승을 예상하지 못했고, 그래서 이번 대회가 더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이번 IEM 평창은 인텔에서 평창 동계 올림픽에 앞서 진행되는 콘셉의 국가대항전 형식으로 열렸는데, 이러한 대회 방식이 흥미로웠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방식의 대회가 종종 열렸으면 좋겠네요.

해리스: 최근 스타크래프트2의 분위기를 보면 한국 선수와 외국 선수의 실력 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한국 선수들이 앞서나가고 있지만, 이렇게 외국 선수들이 성적을 내 주는 게 스타크래프트2 e스포츠 무대 전체적으로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IEM 평창 결승에 진출한 김유진은 WCS 글로벌 파이널에서 두 번이나 우승한 실력있는 선수인데, 이런 선수를 꺾고 우승했기에 스칼렛이 더욱 주목받는다고 봅니다.

박진영: IEM 평창은 e스포츠가 스포츠로 불려도 왜 손색없는지 잘 보여준 대회입니다. 대회 자체가 드라마틱했거든요. 그리고 외국 선수들의 실력이 올라도 한국 선수에게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다수였는데, 스칼렛이 한국 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종족을 격파하고 우승한 이후 GSL 시즌1 탑 시드인 이신형까지 격파하며 단기 대회가 아닌 정규 대회 첫 외국인 우승자가 될지 기대가 되는 계기였습니다. 
 

스칼렛의 선전으로 이제 외국 선수들의 경기력이 점점 올라오고 있다는 평가를 해주셨는데, 이런 분위기에서 2013년 WCS 출범과 동시에 시작된 지역 락을 폐지해도 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회 출전이나 상금 등은 그대로 받되, 11월 블리즈컨 현장에서 열리는 WCS 글로벌 파이널 출전만 한국 선수와 외국 선수를 랭킹별 8명씩만 출전시키는 등의 방법이 거론되고 있죠.

해리스: 스타크래프트2 e스포츠 계획은 연간 단위로 진행됩니다. 매해 각종 자료를 보고 다음 해 e스포츠 계획을 결정하죠. 최근 외국 선수의 실력 향상된 모습을 보이는데, 이 선수들은 한국에서 거주하며 한국 선수들과 연습하며 지냅니다. 지역 락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기에는 더 많은 선수의 실력과 성적을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과 글로벌 선수들의 상금 차지 비율도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지역 락 외에도 한국 선수들이 계속 프로게이머 생활을 이어가는 데 지원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박진영: 작년 블리즈컨 직전에 있던 스타크래프트2 서밋에서 이야기한 부분입니다. 작년만 놓고 이야기하자면 한국 선수와 외국 선수가 가져가는 상금 비율은 비슷한데, IEM 카토비체나 기타 공통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활약하며 아직 지역 락을 풀기에는 이르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있었죠. 만약 상금에서도 두 지역이 비슷해진다면 그때는 지역 락을 풀어도 될 거라고 봅니다.

이제 밸런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스타크래프트2 출시 이후 종족 간 밸런스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였는데, 최근 GSL 16강 진출 종족을 보면 프로토스가 7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반면 IEM 평창에서는 저그인 스칼렛이 우승했죠. 종족 간 밸런스 입장에서 스칼렛의 우승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박진영: 작년 연말 진행된 대규모 패치 이후 추가로 종족간 밸런스를 맞춰가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프로토스가 강세를 보이며 GSL 16강에 많이 올라갔죠. 하지만 다른 종족들도 계속 대 프로토스전 해법을 찾았고, 특히 저그 선수들이 해결책을 찾은 결과가 이번 IEM 평창이라고 생각합니다. 밸런스 대규모 패치 시기보다 지금 저그가 조금 더 힘들긴 한데, 스칼렛이 노력으로 밸런스를 극복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번 스칼렛의 우승이 의미가 있는 거죠.

모튼: 저 역시 최상위권에서는 종족 간의 유불리보다 선수 개개인의 실력과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최상위 종족 분포도를 봐도 모든 종족의 선수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고요.

해리스: IEM 평창에서 스칼렛은 독특하고 공격적인 스타일을 보였습니다. 김유진은 이걸 예상하지 못하고 결승에서 아쉬운 결과를 냈고요. 스칼렛이 '블라이' 알렉산드로 소스윅이나 '노리그렛' 제이크 엄플레비 같은 선수들과 같이 저그를 연구해 대 프로토스전 해법을 만들었는데, 이러한 방식으로 선수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해 전략을 만들어 종족 간 유불리를 극복하는 거 같습니다. 
 

작년 대규모 패치 이후 GSL 기준으로 60~80경기가 진행됐습니다. 추가로 IEM 평창이나 WCS 글로벌 서킷 등의 경기도 있었는데, 지금까지의 경기 결과를 봤을 때 패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모튼: 큰 변화가 있을 때마다 선수들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그 시간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그래도 패치가 경기를 전체적으로 흥미롭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일단 테란 밤 까마귀와 유령에 대한 조정이 필요해 이 부분을 테스트 중입니다.

박진영: 공허의 유산 이후 몇 번의 대규모 패치가 있었는데, 패치 이후 진행된 GSL 경기에서는 밸런스가 맞지 않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번 시즌에도 이런 상황이 보일까 걱정했는데, 아직 확언하기는 이르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초반 밸런스가 한쪽으로 기우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선수들의 피드백에서 의견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수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번 질문은 박진영 해설이 먼저 답해주시고, 맷 모튼이 추가 답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박진영 해설이 GSL 경기를 보며 잠재적으로 밸런스에서 문제가 생길 거 같다고 예상한 부분이 있다면.

박진영: 패치 이후 다른 종족전 밸런스는 괜찮은데, 프로토스 대 테란전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당장 경기에서 드러난 부분은 아니지만, 조지명식에서 테란이 프로토스를 피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결과 GSL 16강 C조에 2명, D조에 4명의 프로토스가 몰려있게 됐죠. 반면 A조와 B조는 대진에 따라 4강까지 프로토스를 만나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이게 수면에 드러나지 않은 밸런스 문제가 만들어 낸 결과라고 봅니다. 정말 잘 하는 테란 선수라도 프로토스와 연습 경기에서 열 판을 하면 많아야 세 판 정도를 이깁니다. 나머지는 전부 지는 거죠. 추적자가 너프됐지만 아직도 강하고, 특히 제련소 두 개에 시간 증폭을 걸어 빠르게 업그레이드를 하는 전략을 테란 선수들이 많이 부담스러 합니다. 프로토스가 로봇공학 시설을 배제한 테크니컬 플레이를 해도 테란이 견제하기 힘들기도 하죠.

모튼: 박진영 해설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에게도 프로토스의 2제련소 업그레이드의 핵심이 되는 시간 증폭에 대한 의견을 많이 받았습니다. 테란이 이 부분을 전략으로 극복할지, 아니면 패치가 필요한 부분인지 일단 지켜보고 있습니다.

원래 수요일과 금요일 저녁 6시 30분에 열리던 GSL 경기 중 금요일 경기가 토요일 오후 1시로 바뀌었습니다. 북미 시청자를 고려해 토요일 1시로 경기 시간을 잡았다고 들었는데, 한국에서 오후 1시에 e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것은 드문 일이죠. 과연 이러한 정책이 효과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해리스: GSL은 한국에서 열리는 글로벌 콘텐츠입니다.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GSL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많죠. 그런 의미에서 토요일은 북미 시청자가, 수요일은 유럽 시청자가 GSL을 추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바인에 있는 블리자드 본사만 해도 토요일에 경기를 보기 위해 바크래프트를 엽니다. 그만큼 여전히 GSL, 그리고 스타크래프트2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거죠.

박진영: GSL의 풀네임인 글로벌 스타크래프트2 리그라는 말처럼 외국 팬들이 GSL을 보기 위한 변화였고,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면 여전히 계속 이 시간을 지켜도 좋다고 봅니다. 이전보다 시청률이 올랐다면 좋은 변화죠. 다만,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면 다시 금요일 저녁으로 시간대를 바꾸는 게 어떨까 합니다. 토요일 1시 경기를 위해서 멀리서 참여하는 게이머는 새벽 6시에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일도 있습니다. 좋은 경기력을 기대하기 힘들 수 있다는 거죠. 만약 계속 오후 1시에 대회가 있다면, 이날 경기가 있는 선수들의 경기력을 최고로 유지할 방안이 주어졌으면 합니다.

해리스: 좋은 의견입니다. GSL을 제작하는 아프리카TV와 블리자드가 협의해 선수와 시청자 모두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블리즈컨 현장에서 열리는 WCS 글로벌 파이널에는 GSL 성적을 기반으로 8명의 한국 선수가 출전합니다. 그럼에도 GSL 중계진은 현장이 아닌 한국 스튜디오에서 중계하는데, 이들을 블리즈컨에 초청해 현장 중계를 진행할 계획은 있나요. 중계권 등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한국 시청자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박진영 해설은 작년 WCS 글로벌 플레이오프 중계 후 미국으로 건너가 서밋만 참여하고, 이틀 후 열리는 블리즈컨을 뒤로한 채 한국으로 돌아와 WCS 글로벌 파이널을 중계하기도 했습니다.

박진영: 힘든 일정이었습니다. 10월 28일부터 10월 30일까지 대회를 중계하고, 30일 오후 세시 반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가 서밋에 참가한 이후 밤 11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해 바로 대회 중계에 합류했죠. 중계를 포기하고 블리즈컨을 볼 수도 있었지만, GSL 해설진으로 대회를 중계하고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걸 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중계진들이 현장에 가는 건 한국 시청자들에게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외국에 비해 절대적인 시청자는 적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2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고, 그만큼 그 팬들에게 한 해를 정리하는 최고의 대회의 현장감을 전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2 서밋도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해리스: 과거 스타크래프트2를 중계한 그래텍이나 OGN 중계진을 블리즈컨에 초청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 역시 GSL 중계진을 현장에 초청해 한국 시청자들에게 현장감을 전달하고 싶죠. 어떻게 해야 스타크래프트2 시청자와 중계진에게 좋은 경험을 전달할 수 있을지 앞으로 고민해보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스타크래프트2, 그리고 GSL 시청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모튼: 지금까지 스타크래프트2를 사랑해주고 즐겨주시는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해리스: 스타크래프트2 역사에서 한국은 정말 중요했습니다. 꾸준히 스타크래프트2를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설 연휴 동안 한국의 전통 놀이인 윷놀이처럼 친척들과 스타크래프트2를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진영: 올해도 GSL과 대회들이 한국에서 계속 열리는데, 현장에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올해 유난히 추운데, 설 연휴에 건강 조심하시고 집에서 스타크래프트2를 즐기시거나 그동안 못 본 GSL 경기들을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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