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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After GSL] 박령우, 모든 상성을 뛰어넘은 16강 경기

Talon 2018. 2. 22. 08:36

저그 둘과 테란 둘이 만났던 2018 GSL 16강 B조 경기에서 저그 둘이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시드자였던 어윤수와 세 번째로 B조에 들어간 박령우, 과거 SK텔레콤 T1 소속이었던 저그 둘이 나란히 조 1위와 2위를 차지한 것. 조 1위는 전태양과 어윤수를 꺾은 박령우가 차지했고, 박령우에게 패하긴 했지만 한이석을 두 번 잡은 어윤수가 조 2위를 기록했다.

이날 박령우의 컨디션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지난 토요일에 걸린 장염이 낫지 않아 경기장에 와서도 좋지 않은 표정이었다. 다행히 2경기에 배치되며 시간을 좀 벌긴 했지만, 상대인 전태양이 장기전을 펼치면서 더욱 힘든 운영을 보였다. 집중력이 흐트러져 패배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지만 박령우는 집중력을 잃지 않고 기적에 가까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최근 테란이 마음먹고 장기전을 가면 저그는 할 게 없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테란이 발 뻗고 누우면 저그는 할 게 지지밖에 없다라는 평가가 돌 정도였다. 그만큼 테란이 유령과 해방선, 그리고 소수 밤까마귀를 섞으면 저그의 어떤 조합도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박령우가 첫 세트를 따낸 게 신의 한수였다. 전태양은 최근 이론상으로만 나오고 있던 빌드를 준비해왔다. 화염 기갑병과 유령을 섞은 찌르기인데, 전태양은 무기고를 생략하고 화염차와 유령으로 병력을 구성한 것. 박령우는 싸이클론을 보고 기갑병이 오지 않을 거라는 판단을 하고 바퀴 다섯기를 돌려 상대를 흔들어 승기를 잡은 후 후반으로 가서 승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박령우는 전태양이 다음 두 경기를 장기전으로 끌고 갈 거로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전태양은 2세트 장기전을 선보이며 동점을 만들었다. 완성도 높은 후반 운영을 선보이며 승리한 것. 유령과 해방선 조합은 좋지만, 거기까지 매끄럽게 넘어가기가 힘들다. 매카닉으로 경기를 시작한 전태양은 어센션 투 아이어 맵을 잘 활용해 센터지역 감지탑을 모두 확보하며 상대가 병력을 돌리기 힘들게 만들었고, 그 상태에서 체제 변환을 시도함과 동시에 빠르게 다수의 확장을 가져갔다. 대회에서 처음 상대의 장기전 전략을 맞선 박령우는 계속 상대 조합을 깨기 위해 자신의 병력 구성을 바꾸며 대항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너무 공격적으로 나간 나머지 패배하며 박령우는 동점을 허용했다.

마지막 세트 역시 장기전 양상이었다. 2세트에서 상대의 장기전 유도 전략에 당한 박령우는 두 번 당하지 않았다. 3세트 맵인 블랙핑크도 이전 세트보다 병력을 우회할 루트가 많고 맵이 커 저그에 유리했다. 그리고 무리한 체제 변환보다는 병력 조합을 갖춘 가운데 자원을 쌓아두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리고 잠복 감염충의 진균 번식과 맹독충을 이용해 상대 유령을 정리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테란이 진출하자 병력을 계속 돌려주며 상대의 자원 수급을 막은 박령우는 결국 상대 조합을 깨는 데 성공하고, 자원에도 앞서나가며 유령만 남은 전태양의 마지막 병력을 격파했다. 
 

전태양과 장기전 끝에 승리하며 승자전에 오른 박령우는 자신의 천적인 어윤수에게 손쉽게 승리하며 B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승자전에서 먼저 움직임을 보인 쪽은 어윤수였다. 어윤수는 두 경기 모두 초반 선 산란못을 선택하며 주도권을 잡으려 했고, 여기에 당한 박령우는 빌드에서 지고 들어갔다. 그러나 박령우는 첫 세트에서 앞마당이 부화장을 결국 내주고 시작했지만, 안정적인 운영으로 결국 뮤탈리스크를 띄운 후 궤멸충의 부식성 담즙을 잘 활용해 승리를 가져왔다.

두 번째 세트에서도 어윤수는 선 산란못을 사용했고, 박령우는 또다시 빌드에서 지고 들어갔다. 더욱 공격적으로 나선 어윤수는 저글링과 맹독충 조합으로 박령우를 압박했다. 그러나 박령우는 실수가 없는 플레이를 보이며 이를 또다시 막아냈다. 맹독충 수가 중요한 상황에서 잡힐 거 같은 맹독충에 여왕의 수혈을 넣으며 시간을 끌었고, 결국 시간이 지나며 힘이 빠진 어윤수를 상대로 승리하며 8강에 올랐다.

박령우는 이번 시즌 모든 종족전에서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전태양과의 경기에서도 저그가 할 게 없다는 장기전을 벌이면서도 승리하며 상성과 상관없는 선수라는 것을 보였고, 동족전에서도 자신의 천적과도 같은 어윤수를 상대로 빌드에서 지고 들어가도 상대를 격파하는 모습을 보였다. 32강에서 최성일과 조성호라는 두 프로토스까지 잡으며 모든 종족전에서 강세를 보인 박령우, 이번 시즌 내가 박령우의 우승 확률을 높게 잡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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