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GSL 16강의 가장 큰 이슈는 프로토스 네 명으로 이뤄진 D조였다. 시드자였던 김대엽은 동족전에 자신이 있었기에 작년 대결에서 승리했던 조성호를 자신의 조로 데려왔다. 그리고 조성호는 자신의 준비만 잘 하면 8강에 오를 수 있다는 생각으로 김준호를, 김준호는 마지막까지 남았던 조성주와 김유진 중 조성주가 C조에 가며 울며 겨자 먹기로 김유진을 데려왔다. 결국 김대엽-조성호-김준호-김유진이라는 프로토스 네 명이 한 조에 구성됐다.
프로토스 네 명으로 이뤄진 D조에서 누가 올라갈지 쉽게 예측하기 힘들었다. 프로토스 동족전 특성 상 아무리 준비를 잘해도 변수가 생기고, 안정적으로 시작하면 결국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위바위보로 끝나는 게 아니라 묵찌빠처럼 운영이 가능한 것이 포로토스 동족전이다.
프로토스 지옥에 빠진 네 명 모두 살아남기 위한 준비는 나쁘지 않게 해왔다. 그중에도 가장 준비를 잘한 김유진이 김준호와 조성호를 잡고 8강에 올랐다. 보통 김유진과 김준호가 붙으면 김유진은 전략적으로, 김준호는 힘 위주로 준비를 했고 대부분 김유진이 김준호를 잡았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김준호도 김유진을 상대로 전략적인 수를 준비해왔다.
서로 시작부터 암흑 기사를 준비한 후 운영으로 넘어가는 수를 선택했지만, 전략적인 수를 많이 준비한 김유진이 상대 암흑 기사를 잘 막아내며 첫 세트를 가져왔다. 이어진 2세트는 엘리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김유진이 심리적인 전진 수정탑을 준비해서 김준호는 이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찾아내지 못했다. 서로 헛손질을 나눈 두 선수는 이후 올인을 준비했다. 김유진은 점멸 추적자 3차원 관문을, 김준호는 예언자 이후 3관문을 준비했다.
승자전에서 김유진과 상대한 선수는 같은 팀 조성호였다. 서로 상대의 스타일을 잘 알기에 전략적인 수 대신 안정적인 빌드를 취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김유진은 여기서도 운영을 준비하는 한편 전진 우주관문까지 시도했다. 프로토스 동족전에서 잘 나오지 않는 플레이었고, 같은 팀 조성호까지 예측하지 못한 발상의 전환이었다. 전진 우주 관문을 늦게 하면 자원을 손해볼 경우가 많지만 김유진은 이 전략을 제대로 준비해왔고, 결국 1세트를 가져왔다.
이어진 2세트 역시 김유진의 역량을 볼 수 있던 경기였다. 김유진은 전략적인 수인 암흑기사를 꺼냈고, 조성호는 1세트에서 전략적인 수에 당했기에 안정적인 빌드를 사용했다. 암흑 기사가 쉽게 막히며 조성호에게 좋은 상황이 펼쳐졌지만, 김유진은 환상 추적자를 사용해 상대 본진으로 달렸다. 이 환상 추적자는 실수였지만, 김유진은 실수로 만든 환상 추적자를 상대 본진에 보내 역장을 소모시키며 상대의 환상 불사조 정찰을 막았다.
조성호 역시 환상 추적자라는 걸 전혀 모르고 역장을 쓰는 바람에 정찰을 하지 못했고, 김유진은 그 다음 수인 공명 파열포 업그레이드 사도 찌르기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 이어 불멸자와 파수기를 섞은 사도 올인으로 경기를 끝냈다. 김유진의 실수가 엉뚱한 방향으로, 본인이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산으로 간 배를 활용해 승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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