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박상진의 e스토리] 스파이럴캣츠, '프로' 코스프레에 대해 말하다(창간 특집)

Talon 2018. 4. 27. 09:04

2018년, 라이엇 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 만우절 스킨으로 꼬끼오 갈리오와 피자배달부 시비르 스킨을 내놨다. 재미있는 스킨이기도 했지만, 한국에서는 치킨 프랜차이즈인 bbq가 bbq 올리버스를 운영하고 롤챔스 서브 스폰서로 참여할 정도였기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지난 14일 열린 롤챔스 결승에 앞서 bbq에서 진행한 이벤트 부스에 꼬끼오 갈리오와 피자배달부 시비르 코스프레가 등장했다. 프로 코스프레 팀인 스파이럴캣츠에서 준비한 이번 코스프레 역시 이전 롤챔스 결승에서와 같이 많은 관심을 받았고, 코스프레 쇼 이후 진행된 팬사인회에도 많은 관객이 참여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많은 비와 돌풍이 예고된 가운데에서도 준비한 사인지가 동날 정도로 관심을 받았던 스파이럴캣츠는 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을까. 포모스 창간 11주년 마지막 특집 인터뷰로 부산 롤챔스 결승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스파이럴캣츠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이번 인터뷰에서 팬들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프로 코스프레 팀으로 활동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안녕하세요, 최근에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타샤' 오고은: 얼마 전 열린 롤챔스 스프링 부산 결승에 다녀왔습니다. 행사도 재미있고 경기도 재미있었는데 당일로 부산을 다녀오려니 힘들었어요.
'도레미' 이혜민: 부산 당일이야 괜찮겠지 했는데, 경기를 다 보고 밤에 올라오려니 정말 힘들더라고요. 다음부터는 국내라도 당일로 다녀오는 무모한 계획은 안 세우려고 합니다.

이번 롤챔스 결승에서 새로운 코스프레를 선보이셨는데, 소개를 부탁합니다 
'타샤' 오고은: 이번 롤챔스 서브 스폰서인 bbq의 요청을 받아 코스프레를 준비했고, 메인 코스프레가 갈리오 스킨인 꼬끼오였습니다. 원래는 제가 별수호자 신드라를 하고 (이)혜민이가 별 수호자 아리를 하려고 했는데 꼬끼오 갈리오에 맞추다 보니 같이 나온 피자배달부 시비르를 하는 게 어울릴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피자배달부 시비르를, 혜민이가 별 수호자 아리를 하게 됐어요.

결승날에 부산에 비가 엄청 와서 걱정이 많으셨을 텐데, 그래도 bbq 올리버스 선수들과 같이 진행한 팬 사인회에 엄청나게 많은 관객이 찾아왔죠 
'도레미' 이혜민: 부산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정말 많이 걱정했어요. 부산으로 가면 갈수록 비가 많이 왔거든요. 현장에도 비가 많이 왔는데 그래도 팬사인회에 참석하시려는 분들이 많아서 놀랐어요. 
'타샤' 오고은: 사인지를 충분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많은 분이 찾아주셨어요. 정신없이 팬 사인회를 진행하다 보니 사인지가 떨어진 것도 몰랐고, 기다리시다가 사인을 못 받고 가신 분들도 있었어요. 서른 분 정도가 그냥 가셨는데 많이 서운해하셔서 죄송한 마음이었습니다. 
'도레미' 이혜민: 이번 팬 사인회는 저희만 했던게 아니라 bbq 올리버스 '크래이지' 김재희 선수, 그리고 '템트' 강명구 선수와 같이 사인회를 했는데, 프로게이머 분들과 같이 사인회를 한 건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했어요. 
'타샤' 오고은: 처음에는 두 선수와 서먹서먹했는데, 친절하고 서글서글하신 분들이었어요. 
'도레미' 이혜민: 어색한 분위기에서 먼저 말을 걸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대기실에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말도 잘 하시고 친절한 분들이었어요 
'타샤' 오고은: bbq 올리버스를 보면서 항상 궁금한 게 있었거든요. 팀 선수들은 치킨을 공짜로 먹는지 궁금해서 이번에 물어봤는데 그렇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부러웠어요.

롤챔스 현장에도 가끔 오시고, 경기도 자주 보는 거로 알고 있는데 프로 게이머의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타샤' 오고은: 즐기는 게 아니라 직업으로 게임을 하는데,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고 마이크나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하는 걸 보면 프로가 저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도레미' 이혜민: 저희도 게임을 하는데, 게임을 하는 마인드나 태도가 다르다는 게 느껴지거든요. 자기 관리도 철저하고요.
두 분 역시 코스프레를 일로 하시는 프로 코스프레팀 소속이신데, 프로 코스프레를 처음 하셨던 시기가 기억나시나요 
'타샤' 오고은: 아마 2011년에 스파이럴캣츠를 만들면서 프로 선언을 했는데, 저는 아마추어로 코스프레를 했던 시간보다 프로 코스프레를 했던 기간이 더 길어요. 일로 하게 되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힘도 들지만, 성취감이라는 게 확실히 느껴지더라고요. 
'도레미' 이혜민: 저는 스파이럴캣츠에 들어오면서 프로 코스프레를 시작했는데, 초반에 가장 기억나는 건 스타크래프트2 군단의 심장 런칭 쇼였어요. UNN 케이트 록웰 기자 코스프레를 하고 생방송에 나갔는데 정말 떨리고 긴장해서 실수도 많이 했어요. 다행히 방송에는 잘 나갔지만요. 리허설 때 실수가 많았는데, 뒤에서 보시던 전용준 캐스터가 멘트 수정도 해주시고 어떻게 말하면 되는지 조언도 해주셨어요. 그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그 이후로 전용준 캐스터 팬이 됐어요. 
'타샤' 오고은: 저희 모두 전용준 캐스터 팬이 된 계기가 군단의 심장 런칭 쇼였고, 그 이후에도 저희가 행사에 가면 알아봐 주시고 소개도 해주셔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취미로 즐기던 코스프레를 직업으로 삼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될까요 
'타샤' 오고은: 원래 게임 개발자였는데, 23살에 대학을 졸업한 후에 바로 취직해서 2년 동안 제대로 쉬는 날 없이 야근하면서 일했거든요.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유학도 가고 자기 꿈을 위해 노력도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니 나를 위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 두고 제가 뭘하고 싶은지 고민했어요. 그래서 코스프레를 시작했는데 정말 하고 싶어서 한 일이라 그런지 재미도 있고,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아서 행사도 자주 초청받았죠. 그래서 이걸로 내가 직업을 삼아도 생계에 문제가 없겠다 싶어서 지금 대표님과 같이 스파이럴캣츠를 시작한 게 시작입니다. 
'도레미' 이혜민: 저도 취미로 코스프레를 했는데, 그러면서 (오)고은이 언니를 알게 됐어요. 그래서 기회가 되어 팀에 들어오면서 프로 코스프레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정말 힘들었어요. 하고싶은 걸 하는데 이렇게 힘드나 싶어서 몇 번 도망갈까 생각도 했거든요. 그래도 결과가 나왔을 때 성취감을 느끼는데, 그게 아마추어 대 느끼던 즐거움과는 또 다른 매력이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계속 활동하고 있습니다.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하셨는데, 일로 코스프레를 하시면서 힘들었던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타샤' 오고은: 먹고 싶은 거 참는 게 제일 힘들죠. 캐릭터 이미지에 맞춰야 하니까 언제나 긴장하고 먹는 걸 조심해야 하거든요. 여유가 있게 일정이 잡힐 때도 있는데, 급하게 일정이 생길 때도 있어서 항상 방심할 수 없어요. 그리고 응원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많아요. 그럴 때마다 저도 대응하고 싶지만, 혜민이를 보면서 참아요. 제가 잘 해야 혜민이도 저를 보고 잘 할테니까요. 그래도 도를 넘은 댓글을 보면 참기 힘들 때도 있어요. 
'도레미' 이혜민: 저를 보면 의아해하실수도 있지만, 원래 성갹이 낯가림 심하고 사람 앞에 잘 나서지도 못하고 이야기하는 거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었어요.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 앞에 서는 게 정말 힘들었는데, 그래도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보니 힘이 나더라고요. 그리고 저도 악플을 보면 한마디 하고 싶은데, 그러면 안되는 거 아니까 참죠. 그래도 정말 못참겠으면 하고 싶은 말을 입으로 하는데, 그럴때마다 언니가 힘드냐고 물어보고 잘 토닥여주셔서 많은 힘이 되어요.
두 분 모두 프로 코스프레를 하면서 성취감으로 얻는 게 많다고 하셨는데,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타샤' 오고은: 예를 들어, 블리자드 같이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게임 회사가 있는데 거기서 저한테 같이 일하자고 할때죠. 그것도 하청업체같이 내려보는 게 아니라 우리는 당신이 꼭 필요합니다 같이 정중하고 존중해주고, 그리고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느낀 성취감이 가장 기억나요. 개발자로도 가고 싶은 회사였는데, 다른 일로도 같이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도레미' 이혜민: 평소에는 느끼기 힘든데, 행사가 끝나고 가다가 "앗 저기 이름은 정확히 모르지만 어떤 게임의 누구 코스프레를 하셨던 그 분!" 이렇게라도 알아주시는 분들이 있으면 그때 좋더라고요. 그런 분들이 늘어가고, 그러면서 내가 일을 오래 하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타샤' 오고은: 저희가 알려지던 시기에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도 같이 시작됐는데, 최근 만나서 이야기 한 프로게이머 분들은 자신들이 게임을 시작할 때 같이 저희를 알아서 연예인처럼 느껴진다고 할 때 신기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스파이럴캣츠를 게임이나 e스포츠 분들, 팬들이 단순히 코스프레 하는 사람이 아니라 같이 일을 하는 사람으로 인식이 바뀌어 가는 게 좋아요.

스파이럴캣츠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프로 활동을 시작한 코스프레 팀이고, 그만큼 오래 활동하면서 앞으로 한국에서 프로 코스프레가 어떻게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거 같습니다. 
'타샤' 오고은: 취미가 아니라 일로 코스프레를 하는 만큼 프로 코스프레를 하는 분들은 모두 그만큼 노력을 하고 있고, 그 노력을 충분히 인정받아야한다고 생각해요. 꾸준히 일정한 퀄리티로 코스프레를 하려면 단기간이 아니라 일을 하는 내내 여러 부분에서 자기 관리를 해야 하는데, 이게 정말 쉽지 않거든요. 다들 노력하는 만큼 대우받고 인정받았으면 좋겠어요. 꼭 저희 뿐만 아니라 다른 팀에서 활동하시는 분들도 자신의 노력에 대한 가치를 존중받고 인정받으셨으면 합니다.
이번 부산 롤챔스 결승전때도 많은 분들이 스파이럴캣츠를 보러 경기장에 왔는데, 인터뷰를 마치며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타샤' 오고은: 그동안 정말 많은 코스프레를 하고,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도 코스프레라는 문화가 생기고 직업으로 인정 받을 수 있게 관심을 가져주는 팬들 덕분입니다. 팬들 덕분에 스파이럴캣츠가 있다고 생각하고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도레미' 이혜민: 응원해주시면 열심히 더 좋은 코스프레를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저희가 출연할 무대도, 공개할 코스프레도 많으니 기대해주시고 포모스 창간 11주년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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